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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진ll조회 227l
이 글은 4년 전 (2019/11/14) 게시물이에요









천양희, 생각이 달라졌다

 

 

 

웃음과 울음이 같은 음이란 걸 어둠과 빛이

다른 색이 아니란 걸 알고 난 뒤

내 음색이 달라졌다

 

빛이란 이따금 어둠을 지불해야 쐴 수 있다는 생각

 

웃음의 절정이 울음이란 걸 어둠의 맨 끝이

빛이란 걸 알고 난 뒤

내 독창이 달라졌다

 

웃음이란 이따금 울음을 지불해야 터질 수 있다는 생각

 

어둠속에서도 빛나는 별처럼

나는 골똘해졌네

 

어둠이 얼마나 첩첩인지 빛이 얼마나

겹겹인지 웃음이 얼마나 겹겹인지 울음이

얼마나 첩첩인지 모든 그림자인지

 

나는 그림자를 좋아한 탓에

이 세상도 덩달아 좋아졌다







하종오, 악수의 이면사

 

 

 

두 사람의 오른손이 맞잡고

팔 흔들며 웃으며 말할 때

두 사람의 왼손은 주먹 쥐거나

손가락 꼼지락거리거나 손바닥 편다

 

오랜만에 만났거나

볼일로 만났거나

처음 만났거나 간에

두 사람이 뜻하지 않아도

오른손들이 저절로 앞으로 나오는 건

그간 쪼였던 햇볕의 양을 보여주려 하든가

그간 움켜쥐었던 돌멩이의 수를 보여주려 하든가

그간 박수쳤던 힘의 크기를 보여주려 하든가

그런 속내가 숨어 있다가

불쑥, 모습을 드러내서다

 

오른손이 전면에 나서는 동안

화 돋우면 주먹질할 수 있도록

욕해야 한다면 손가락질할 수 있도록

부끄러워지면 손바닥으로 가릴 수 있도록

왼손은 측면이나 후면에서 기다린다







나희덕, 기러기떼

 

 

 

()이 큰 것을 미()라 하지만

저는 새가 너무 많은 것을 슬픔이라 부르겠습니다

 

철원 들판을 건너는 기러기떼는

끝도 없이 밀려오는 잔물결 같고

그 물결 거슬러 떠가는 나룻배들 같습니다

바위 끝에 하염없이 앉아 있으면

삐걱삐걱, 낡은 노를 젓는 날갯소리 들립니다

어찌 들어보면 퍼걱퍼걱, 무언가

헛것을 퍼내는 삽질 소리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퍼내도

내 몸속의 찬 강물 줄어들지 않습니다

흘려보내도 흘려 보내도 다시 밀려오는

저 아스라한 새들은

작은 밥상에 놓인 너무 많은 젓가락들 같고

삐걱삐걱 노 젓는 날갯소리는

한 접시 위에서 젓가락들이 맞부비는 소리 같습니다

그 서러운 젓가락들이

한쪽 모서리가 부서진 밥상을 끌고

오늘 저녁 어느 하늘을 지나고 있는지

 

새가 너무 많은 것을 슬픔이라 부르고 나니

새들은 자꾸 날아와 저문 하늘을 가득 채워버렸습니다

이제 노 젓는 소리 들리지 않습니다







박문식, 아버지의 논

 

 

 

얘야 여시골 논다랑이 묵히지 마라

니 어미하고 긴긴 해 허기를 참아가며

손바닥에 피가 나도록

괭이질해서 만든 논이다

 

바람 불고 비가 오고 눈이 오고

꽃이 피고 새가 울고

아픈 세월 논다랑이 집 삼아 살아왔다

서로 붙들고 울기도 많이 했었다

 

내 눈에 흙 들어가기 전에 묵히지 마라

둘째 다랑이 찬물받이 벼는 어떠냐

다섯째 다랑이 중간쯤 큰 돌 박혔다

부디 보습날 조심하거라

 

자주자주 논밭에 가보아라

주인의 발소리 듣고 곡식들이 자라느니라

거동조차 못하시어 누워 계셔도

눈 감으면 환하게 떠오르는 아버지의 논






김창제, 배롱나무

 

 

 

꽃 붉게 지더라

 

지는 꽃에게는 말 걸지 마라

꽃슬에 부는 바람도 아프다

 

사랑은 봄처럼 설레게 붉다가

꽃으로 배롱 배롱 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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