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일대. 이 상가를 주변으로 성 소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카페 등 업소가 이어져 있다. 사진은 지난 7일 오후 낙원동 인근 모습.사진=김가연 인턴 기자
성소수자들에게는 달갑지 않겠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아요”
서울 종로3가 낙원상가 일대에서 성소수자들이 모습을 감추고 있다. 이른바 뜨는 동네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익선동에 이성애자들이 몰리면서, 성소수자들이 거닐던 낙원동까지 사람들이 몰려 이들이 과거처럼 드러내놓고 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지하철 5호선 종로3가역 낙원상가로 이어지는 길 사이에는 익선동이 있다. 익선동은 구부러진 골목이 많은데, 골목 이곳저곳에 자리한 가게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1980년대 오락실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이 있는가 하면, 예스러움과 촌스러움을 공유하고 있는 카페, 수공예품과 옷을 파는 가게도 자리하고 있다. 소위 ‘인스타그램 감성’이 충만한 이 거리에 20~30대 젊은 남여 연인들은 주말이 멀다 하고 이곳을 찾고 있다.
골목이 되살아나며 활기를 띠고 있는 가운데 7일 오후 밤 ‘아시아경제’가 낙원상가 일대에서 만난 성소수자들은 이 같은 현실을 반기면서도 안타까운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게이 바, 칵테일바, 카페 등 동성애자 전용 업소가 많은 낙원동에 익선동을 찾았던 이성애자들까지 몰리면서 일종의 눈치가 보이는 셈이다.
한 20대 남성 성소수자는 “SNS에서 낙원동이나 익선동이 소위 말하는 ‘힙’한 거리로 알려지면서 이곳에 찾아오는 이성애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예전에는 게이들이 주된 소비층이었는데 일반인 손님이 늘어나기 시작하니 예전과 비교하면 노골적으로 혐오를 드러내는 몇몇 상인도 있다고 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종로 3가 일대가 유명해진 이후로 찾아오는 손님이 다양해지니 옛날처럼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분위기”라며 “성소수자들 사이에서는 종로를 ‘뺏겼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며 거리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성소수자들은 일반인에게 잘 알려진 곳에서 활동할 수 없기 번화한 상권을 피해서 종로에 모여들었던 것”이라며 “버린 땅에 모인 셈이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게이 커뮤니티만의 문화도 생겼고 이곳에 애착도 생겼는데 밀려난다는 생각에 슬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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