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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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류진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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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아이를 가지지 않기로 했다.
나에게 아이는 마치 그랜드 피아노와 같은 것이었다.
평생 들어본 적 없는 아주 고귀한 소리가 날 것이다.
그 소리를 한번 들어보면 특유의 아름다움에 매혹될 것이다.
너무 매혹된 나머지 그 소리를 알기 이전의 내가 가엾다는 착각까지 하게 될지 모른다.
당연히,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임감 있는 어른,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그걸 놓을 충분한 공간이 주어져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집 안에 거대한 그랜드 피아노를 들이기 전에 그것을 놓을 각이 나오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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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오고 나서는 한동안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집도 내 것이고, 집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이 다 내가 고른 내 것인데,
그런 집에서 내가 살고 있다는 사실만 내 것 같지 않았다.
***
회사 사람들에게 청첩장을 돌리기 전에 예상했던 어려움은 이런 거였다.
'이걸 왜 나한테 줘?'하는 눈빛을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래서 최대한 보수적으로 돌리기로 마음먹었다.
정말 가까운 사람에게만 청첩장을 주기로 했고,
줄까 말까 싶으면 안 주는 쪽으로 하객 명단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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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고 있었다.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후회하는 몇가지 중 하나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애써 다 털어버렸다고 생각했지만 내 안 어딘가에 끈질기에 들러 붙어 있고,
떼어내도 끈적이며 남아 있는, 날 불편하게 만드는 그것.
내가 그것을 다시 꺼내는 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고
꺼내서 마주하게 되더라도 차마 똑바로 바라보기는 힘들 거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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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계약서에 서명하던 그 순간,
씁쓸한 감정이 들 것 같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였다.
나는 정말이지, 진심으로, 기뻤다.
방송국이고 피디고 뭐고 지긋지긋했다.
대신 4대보험이 어쩌고 하는 말들과 상여금, 특근수당, 연차와 실비보험 같은 단어들이
그렇게나 따뜻하고 푹신하게 느껴질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