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습니다 l 열기
아이오아이 김세정ll조회 529l 1
이 글은 4년 전 (2020/1/25) 게시물이에요








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作







*

우리 부부는 아이를 가지지 않기로 했다.

나에게 아이는 마치 그랜드 피아노와 같은 것이었다. 

평생 들어본 적 없는 아주 고귀한 소리가 날 것이다. 

그 소리를 한번 들어보면 특유의 아름다움에 매혹될 것이다. 

너무 매혹된 나머지 그 소리를 알기 이전의 내가 가엾다는 착각까지 하게 될지 모른다. 

당연히,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임감 있는 어른,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그걸 놓을 충분한 공간이 주어져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집 안에 거대한 그랜드 피아노를 들이기 전에 그것을 놓을 각이 나오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할 것이다.










**

이사 오고 나서는 한동안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집도 내 것이고, 집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이 다 내가 고른 내 것인데,

그런 집에서 내가 살고 있다는 사실만 내 것 같지 않았다.












***

회사 사람들에게 청첩장을 돌리기 전에 예상했던 어려움은 이런 거였다.

'이걸 왜 나한테 줘?'하는 눈빛을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래서 최대한 보수적으로 돌리기로 마음먹었다.

정말 가까운 사람에게만 청첩장을 주기로 했고, 

줄까 말까 싶으면 안 주는 쪽으로 하객 명단을 만들었다.












****

나는 알고 있었다.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후회하는 몇가지 중 하나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애써 다 털어버렸다고 생각했지만 내 안 어딘가에 끈질기에 들러 붙어 있고,

떼어내도 끈적이며 남아 있는, 날 불편하게 만드는 그것.

내가 그것을 다시 꺼내는 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고 

꺼내서 마주하게 되더라도 차마 똑바로 바라보기는 힘들 거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

연봉 계약서에 서명하던 그 순간,

씁쓸한 감정이 들 것 같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였다.

나는 정말이지, 진심으로, 기뻤다.

방송국이고 피디고 뭐고 지긋지긋했다.

대신 4대보험이 어쩌고 하는 말들과 상여금, 특근수당, 연차와 실비보험 같은 단어들이

그렇게나 따뜻하고 푹신하게 느껴질 수 없었다.







추천  1

이런 글은 어떠세요?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카테고리
  1 / 3   키보드
닉네임날짜조회
유머·감동 이거 기분 나쁘면 F 기분 안 나쁘면 T래446 널 사랑해 영04.30 11:0187126 3
이슈·소식 노리개 단 장원영·곰방대 든 안유진…中네티즌 "중국 문화 훔쳤다”206 지수04.30 17:0355559 5
이슈·소식 빠와 까 모두를 미치게 만든다는 치킨.jpg187 우우아아04.30 11:1083248 1
유머·감동 극명하게 희비가 엇갈린다는 현재 직장인들 상황127 어라라리라04.30 14:4956671 4
이슈·소식 현재 호불호 갈린다는 자막 스타일.JPG151 우우아아04.30 16:3247566 7
오타니 쇼헤이 진짜 빡쳤던 표정.gif 백챠 0:26 763 0
반려견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반려견이 된 이창섭.jpg 우호 0:20 592 1
콘로우 머리(레게머리) 감는 법1 누눈나난 0:02 2327 0
"엄마, 치킨집 아저씨가 기름 부었어"11 XG 04.30 23:53 6077 5
심슨식 연금개혁 인어겅듀 04.30 23:53 946 0
냉장고를 부탁해 전설의 1312억원짜리 레시피8 NUEST-W 04.30 23:49 5776 3
유니콘을 믿을수 밖에 없는게 굿데이_희진 04.30 23:49 1373 0
한때 여시를 휩쓸었던 후드 양대산맥 사랑을먹고자 04.30 23:48 1939 0
사람 팔 다리를 자를 때 나는 소리10 NUEST-W 04.30 23:46 6373 0
일기는 감정 중심으로 써두는 게 좋아요1 판콜에이 04.30 23:45 2145 0
엄마의 "냅둬 아빠주게” 어디까지 줘봤나 말해보는 달글캡처14 용시대박 04.30 23:44 4400 0
젊은 히키코모리들 만나면서 느낀점.jpg3 아장아강 04.30 23:32 6980 6
개그맨 이상해와 국악인 김영임이 결혼한 이유15 가나슈케이크 04.30 23:05 6540 1
마지막에 한 번 더? 마유 04.30 22:28 1084 0
처음 가보고 한국이 아니라 이탈리아인줄 알았던 곳.jpg10 임팩트FBI 04.30 22:27 12840 1
1930년대 미국의 위엄.gif 베데스다 04.30 22:26 3538 0
자국을 아이돌처럼 덕질중이라는 현 90년대생 중국 젊은이들 둔둔단세 04.30 22:25 2312 0
상사로서 비교해보는 민희진과 방시혁.JPG27 감자선생 04.30 22:23 16694 2
흔한 고등학생들1 하품하는햄스 04.30 21:43 3662 0
밥친구로 뭐보는지 말하는 달글2 無地태 04.30 21:40 864 0
전체 인기글 l 안내
5/1 0:32 ~ 5/1 0:34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