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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유ll조회 1969l
이 글은 4년 전 (2020/2/27) 게시물이에요

아직 결혼 준비중인 건 아니지만

많은 분들의 의견 들어보고 싶어서 글 남깁니다.


저는 투룸에 혼자 살고 있고 최근에 길고양이 두 마리를 들였습니다. (동물 키워도 되는 빌라입니다)


사실 처음부터 집에 들이려던 건 아니었어요. 얘네는 완전 완전 애기일 때부터 저희 빌라에 자주 출몰하던 길냥이들이었는데, 원래 세 마리였는데 어느순간 한 마리는 사라지고 둘만 다니더라고요.


얘네는 생긴 것 부터 100% 길냥이인데 하는 행동은 거의 강아지더라고요. 사람 보면 애교부려서 맛있는 거 받아먹고, 쓰다듬어주면 눈 감고 가만히 앉아서 좋아하고요. 모든 길고양이들이 이런 성격인 건 아닌걸로 아는데 무튼 얘네는 많이 특이했습니다.


저는 고양이를 길러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얘네가 너무 귀여워 자주 먹을 걸 줬어요. 사람먹는 걸 주면 안 된다는 말을 들어서 다이소에서 동물용 간식을 사다 가방에 한 팩씩 가지고 다녔죠. 동물 키워본 적이 없어 잘 받아먹는 것 조차 신기했습니다.


어느날 주말, 바깥으로 나가 애들한테 간식을 먹이고 있었는데 어느 아주머니가 말을 거셨어요.

"우리애들 먹을 거 챙겨주는 거예요?" >

빌라근처 식당에서 일하는 아주머니였는데, 저는 주인이 있는 줄 몰랐기 때문에 깜짝 놀랐어요. 함부로 먹을 거 줘서 죄송하다고도 했죠. 그런데 아주머니는 오히려 괜찮다고, 식당 문닫는 날에도 자주 부탁한다고 하셨습니다.




근데 며칠 후에 알게 된 사실인데, 아주머니가 그간 냥이들한테 식당에서 남은 찌꺼기를 먹이로 주셨더라고요. 손님들이 먹고 남긴 잔반 마구 섞인 음식물쓰레기요. 그집 찜요리집이라 매운내가 심해서 애들도 냄새만 킁킁 맡고 안 먹더라고요. 아마 예전에는 다 이런식으로 동물을 키웠으니 안타깝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거라도 챙겨주려는 게 어딘가 싶어서요.




근데 아주머니가 '우리애'라고 표현하셔서 당연히 내부에 따뜻한 집도 있고 그럴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알고보니 식당 앞에 스티로폼 박스 하나 가져다둔 게 전부 였어요. 스티로폼 겉면에 '고양이 집입니다. 가져가지 마세요'라고 적혀있더라고요. 그거 없었으면 집인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거예요. 박스가 너무 더러웠거든요.


무튼, 냥이들은 사실상 집도, 제대로 된 먹이도 없지만 주인만 있는 그런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그날 이후로는 제가 마트에서 고양이용 사료를 큰 걸로 사다가 하루에 한 번씩 퇴근하고나서 먹였어요. 츄르랑 섞어주니까 잘 먹더라고요. 아주머니는 제가 애들한테 밥 먹이는 거 볼 때마다 '우리애들 이모덕에 호강하네~'하셨습니다.


그 일이 있고 얼마 뒤, 냥이들이 누가봐도 병든 상태로 제 앞에 나타났어요. 쓰레기 버리러 나가는 길이었는데 눈꼽이 잔뜩 낀 상태로 내 발등을 핥더라고요. 둘 다 힘도 없어보이고 곧 죽을 것 같아 보였어요. 그래서 식당으로 달려갔는데 그날 휴무인지 아직 안 연건지 닫혔더라고요.


결국 제가 둘 다 챙겨서 병원으로 데려갔어요. 무슨 어려운 이름의 바이러스도 걸렸고 어릴적부터 너무 못 먹어서 영양실조에다가 뭐 어쩌고 문제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둘 다 입원을 시켰고 고양이용 바이러스약이랑 구충제? 그런 것도 다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식당으로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했어요. 둘 다 안 보이면 걱정하실까봐요. 가서 이런 이유로 애들이 지금 병원에 입원했다, 한 이틀 더 있어야 한다, 퇴원해도 약도 한참을 더 먹어야 한다고했다, 설명을 드렸죠. 그랬더니 아주머니가 대뜸

"아가씨, 그래서 병원비 달라는 거예요 지금?" >

하시더라고요.


이야기 듣는 그 잠깐 동안에도 표정이 안 좋으시더니 애들 걱정한 게 아니라 병원비 걱정하신 거였나봐요. 병원비 솔직히 엄청 많이 나오긴 했어요. 하지만 그거 달라고 찾아간 건 아니었습니다. 제가 좋아서 한 일이고 찾아간 건 그냥 알려드리려던 거였어요.

근데 아주머니가 정색을 하시면서 본인은 애들이 오갈데 없는게 불쌍해서 음식 남은 거 좀 줬을 뿐이다, 애들 이름도 딱히 없고 나는 그냥 약간 아량을 베풀었을 뿐인데 그걸 나한테 말하는 이유가 뭐냐, 하면서 되게 기분 나빠하시더라고요.


저도 어이가 없어서, 그럼 애들 퇴원하고 나면 제가 데려가서 거둬도 되겠냐 물으니 알아서 하래요. 그런 일로 찾아오지 말라고, 걔네 내 고양이 아니고, 어차피 이쁜짓할 나이도 다 지난데다 그냥 길에 돌아다니는 애들이니까 데려다 키우든 말든 맘대로 하라며 화내셨습니다.



너무 어처구니 없더라고요. 말끝마다 우리애 우리애 하시면서 동네 사람들 주목 받으실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내 고양이 아니다? 이쁜짓 할 나이 지났다? 애들 갓 태어나 쪼끄맣고 인형 같을 때는 내 고양이였다가, 좀 크고 덜 귀여워지고 돈 들기 시작하니까 내 알 바 아닌가요?


그래서 이런 이유로 갑자기 고양이 집사가 됐습니다.

좋은 일로 우리집에 온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기왕 데려온 거 잘 한 번 키워보기로 했어요. 퇴원 이후로도 보름에 한 번은 꼭 가서 검진도 받고, 실컷 할큄 당하면서 발톱도 깎고 약도 먹이고요. 동물 키워본 적 한 번도 없어서 고양이는 배변 모래가 필수라는 것, 스크레쳐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몰랐지만 인터넷 찾아가면서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래도 어쩐일인지 애들이 사고는 안 치더라고요. 거실에 둔 디퓨져, 물컵, 아무것도 안 건들고 전선 물어 뜯지도 않고요, 여기저기 막 뛰어다니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조용히 놀아서 사실상 신경쓸 게 거의 없었어요. 그냥 알아서 먹고 자고 싸고 다 해요. 그러다가 저 보면 달려와서 애교 부리죠.

그러는 동안 건강도 완벽히 돌아왔고 이제 병원 오지 않아도 된다는 말 들은지 한 달 넘었습니다. 그 동안 저희 애들은 생후 8개월짜리 고양이가 됐고 처음보다 많이 통통해졌지요. 뿌듯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와서 식당 아주머니가 애들을 돌려달라고 한다는 거예요. 한 날 퇴근하고 주차 하고 있는데 아주머니가 오셨어요. 그간 자기가 바빠서 본의 아니게 아가씨한테 손을 좀 빌렸는데 이제는 본인이 데려가시겠대요.

어이가 없어서 그건 절대 안 된다고 했죠. 분명 애들 주인 아니라고 하셨고, 병원비 안 준다고 펄쩍 뛰셨다, 그리고 제가 데려간다고 할 때 알아서 하라고 화내지 않으셨냐, 근데 왜 이제와서 이러시냐고 했죠. 그랬더니 그때는 본인이 좀 정신이 없어서 그랬고 이제는 애들 케어할 수 있으니 빨리 데리고 내려오라고 소리를 지르시네요.



그래서 결국 큰 싸움이 됐어요. 지나가던 사람들도 다 쳐다보고 아줌마도 저도 서로 안 질려고 언성을 엄청 높였죠. 여기서 지면 진짜 애들을 보내야 할텐데 정말 너무 싫었어요. 겨우 건강 찾은 애들, 다시 음식물 쓰레기 먹으면서 이 추운데 스티로폼 박스안에서 살게 하기 싫었어요.


그래도 너무 막무가내길래 그럼 그간 나온 병원비 주시면 드리겠다고 했어요. 돈 얘기 나오니까 움찔하시더라고요. 바빠서 저한테 맡기신 거라고 하셨는데, 그간 돌봐준 값이랑 병원비 다 쳐서 주시면 돌려드리겠다. 병원비는 그간 두 마리 입원비에 중성화수술비에 약값해서 200만 원 좀 안 되게 나왔다, 돌봄 비용은 얼마 주실거냐 물었죠.
근데 중성화 시켰다는 말에 아줌마가 갑자기 쌍욕을 하시더라고요. 그 전까진 소리만 질렀는데 중성화 시켰다는 말에 진짜로 쌍욕을 하셨어요. 왜 남의 고양이를 맘대로 중성화 시키냐, 애들 새끼빼면 돈이 얼만데 그걸 누구 맘대로 중성화 시키냐면서 소리소리를 지르더면서 어깨를 치셨어요. 그러는 와중에 누가 신고를 해서 결국 경찰분들이 왔고, 그간 자초지종이랑 아주머니가 제 어깨 치신 것까지 증인들이 너무 많아 결국 사과받고 사건이 마무리 되긴 했습니다. 옆에서 다들 뭐라고 하고 경찰분도 이건 엄연히 폭행이다 빨리 사과하시라고 재촉해서 엎드려 절받기로 사과를 받긴 했어요.


근데 그 이후 며칠이 지났는데도 아주머니가 저만 보면 도끼눈을 뜨고 애들 진짜 중성화 시켰냐고, 몰래 새끼빼려고 그러는 거 아니냐면서 엄청 험한 말을 하세요. 저희 애들 둘 다 수컷이라고 하니까 못 믿겠다고 눈으로 봐야 믿겠다면서 또 패악 부리심... 한 마디만 더 하시면 다시 경찰부르겠다고, 제발 양심이 좀 있으시라고 저도 소리지르니 가게 주인 내외가 헐레벌떡 나오셔서 대신 사과하셨습니다.


주인 분들이 하는 말이, 저 분이 요즘 화가 좀 많으시다고, 다신 못 그러게 잘 말하거나 여기서 일 못하게 자르거나 둘 중 하나는 할 테니 제발 이제 가게앞에서 싸우지 말아달라고, 말 걸어도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달라고 부탁하시네요. 하....

오늘도 퇴근하는데 아줌마가 고양이 빨리 안 데려오냐고 소리지르는 거 꾹 참고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무서워서 이젠 쓰레기 버리러 가지도 못하겠어요. 살다보니 진짜 이런 경우가 다 있네요. 근데 혹시라도, 안 그럴 것 같긴 하지만 정말 혹시라도 아줌마가 법적으로 소유권을 주장하게 된다면 저 저희애들 진짜로 보내야 하나요? 정말 그래야 하는 건지 혹시 아는 분들 계시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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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박사  찔깃찔깃달코로롬
돈 들어간다니까 내 고양이 아니라더니 ㅋㅋㅋㅋ이제 좀 멀쩡해지니까 다시 돌려달라고 한다구요?
4년 전
미친 사람이네요.. 일단 가정분양은 허가 받지 않으면 불법인데 당당히 불법을 저지르시겠다고 하시구. 케어나 제대로 했으면 말을 안하지 짬밥 먹이면서 대에충 손만 태워놓은거 살려놓으니 이제와서 내거라고
..아휴 ^^

4년 전
세훈ooh  날 바라보는 눈 속 밀키웨이
와..ㅋㅋㅋㅋㅋㅋ 말만 주인이었는데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으려나요?? 어느 부분에서 보나 글쓴이가 유리할것같은데,,,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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