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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꼬치 떨어져요.ll조회 470l
이 글은 4년 전 (2020/3/31) 게시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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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의 흉내를 내고 있다 | 인스티즈


이승희, 내가 바라보는

 

 

 

처마 밑에 버려진 캔맥주

깡통, 비 오는 날이면

밤새 목탁 소리로

울었다, 비워지고 버려져서 그렇게

맑게 울고 있다니

버려진 감자 한 알

감나무 아래에서 반쯤

썩어 곰팡이 피우다가

흙의 내부에 쓸쓸한 마음 전하더니

어느 날, 그 자리에서 흰 꽃을 피웠다

 

그렇게 버려진 것들의

쓸쓸함이

한 세상을 끌어가고 있다







 꽃의 흉내를 내고 있다 | 인스티즈


손현숙, 바람 박물관

 

 

 

나무판과 나무판 사이 그 간극 위에

각 없는 지붕 하나 달랑 올렸다

헛것으로 채워진 헛간

문 없는 문 속으로 발 들이민다

조각조각 틈새로 스미는

빛의 잔상, 몸 없는 몸들이 쏟아진다

눈 감고도 환한 집

 

자명한 대답 속에 서있는 듯

무채색의 덩어리 한 채

바람은 우연히 제 몸집 부풀린다

빛과 어둠으로 얼룩진 바닥

제 목청껏 우는 울음소리에

바람은 앞뒤 없이 바람을 불러온다

 

그 바람에 하늘과 땅 비스듬히 섞일 때

꽃 한 송이 길 없이도 길을 연다

이 길 유유히 통과하는 동안이면

육신은 잿빛으로 반짝반짝 가벼워도 좋겠다

 

누구나 잠시 빌려 입는 바람의 말

평생을 이어놓은 긴 질문처럼

나는 지금 세상에 없는 이름으로

당신을 불러오는 중

백년을 걸어서 하루를 통과하는

여기, 앉아서 평생을 탕진해도 좋겠다





 


 꽃의 흉내를 내고 있다 | 인스티즈


이인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긴 여행을 떠나는 일이다

낮달 하나를 엿보고자 하는 간절한 동경이다

어느 저녁 어스름으로 길게 흐르는 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희미해져가는 바다를 오래 바라본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낮선 바다 위로 낮게 뜬 어떤 달 하나를 동경하여

그 바닷가에 나를 풍장하려 했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이여, 사람의 길은 모두 달라서

네가 가는 길과 내게 오는 길은 사뭇 달랐다







 꽃의 흉내를 내고 있다 | 인스티즈


신광호, 초여름 아침

 

 

 

이른 여름 비오는 아침

서울 청계천은 소도시 길목 같이

무더위도 개울에 스며들고

길가 가로수들 싱싱함을 자랑한다

우리가 태어난 광교

내 사랑 바라보듯

이제 시작이다

초여름 아침이다

아직도 길에 나온 사람 눈에 띄지 않음은

이제 내가 제일 먼저 미뉴에트 3박자 느린 춤으로

바람결 속삭이며 지나가는 빗속을 거쳐 꾸밈없이

어린아이 사랑을 배우는 말







 꽃의 흉내를 내고 있다 | 인스티즈


문정영, 새가 나비를 물고

 

 

 

새가 생강나무 위에서

노란 나비를 낚아채기 직전

나비는 그것도 모르고

꽃의 흉내를 내고 있다

 

날개가 꽃술이면

입에 묻은 꽃 내음은 마취제

다시 날 것이라는 기대로

낚아채는 것도 모른다

 

날아가는 몸짓 멈출 때까지

새는 잠시 나비를 입에 물고 있다

숨이 멈추기까지는 짧은 시간

새는 나비의 바람을 눈으로 묻는다

 

새가 나이고 나비가 당신이라면

나비는 새의 입에서 펄럭이는 눈물

점점 조여오는

스스로 날아가거나 천천히 멈출 수 없는 체위

 

그 후로 생강나무 꽃은 샛노란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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