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도 '신화' 가 될수있나요?

오늘은 에이핑크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대강 어떤 이야기를 할건지 미리 말해 보자면....

#가장 저평가된 걸그룹 에이핑크의 9년

#걸그룹도 신화가 될수있나요?

#에이핑크가 써내려갈 신화

이렇게 소제목을 지어봤는데요.

에이핑크라는 톱 걸그룹이 이례적인 롱런을 보여주고 있고

마침 9주년 기념 컴백소식도 들려온데다가

또 때마침 지금이 에이핑크의 계약만료, 재계약 이슈가 물려있는 시기거든요.

(오피셜 계약만료 일자가 공개되어 있지는 않지만 2020년 4월 19일 까지라는 의견들이 많더라고요.)

지금 딱 이런 이야기를 하기 좋을것 같아서 써본 내용인데 긴말할것없이 바로 시작해볼께요.

# 가장 저평가된 걸그룹 에이핑크의 9년

2011년에 데뷔해서 곧 9주년을 맞이하는 에이핑크가

4월 컴백 소식을 알렸습니다.

요즘은 아이돌 그룹들의 수명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

5년 징크스다, 7년 징크스다 하는 말들이 어느정도 성공한 그룹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케이스들이 수두룩 하지만

지금 에이핑크가 보이고 있는 행보는 매우 이례적 입니다.

대형기획사 아이돌도 아니고 보이그룹도 아닌 팀이

이 정도로 단단한 기세를 이어가는 케이스가 제 기억으로는 거의 없어요.

물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엄~청 성공한 그룹이고

모르는 사람이 없는 그룹이지만....

개인적으로 엄청 저평가 받고있는 걸그룹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뭐가 더 특별히 대단한지 잠깐 이야기 하고 넘어가볼께요.

최악의 시기에 태어난 최고의 걸그룹

아이돌 세대 분류법을 좋아하시지 않는 분들도 계신걸 알지만... 1세대, 2세대, 2.5세대, 3세대 이런식의 구분법을 사용하는 아이돌팬들이 많기도 하고...

이야기 하기도 편하니 이 글에서는 세대 분류를 사용해볼텐데요.

에이핑크는 일반적으로 2.5 세대로 분류되는 걸그룹 입니다.

2세대도 아니고 3세대도 아니고 2.5세대는 왜 2.5세대냐?

라고 한다면 여러가지 데이터상 KPOP 아이돌의 영향력이나 인기가 가장 줄어들었던 세대라서 보통 이렇게 언급되는데요.

좋든 싫든 결국 우리 아이돌 문화는 소수의 대형 기획사가 이끌고 있는것이 사실 이였고

방탄소년단의 성공 이전에는 KPOP 아이돌 로서의 성패는 일본 한류가 쥐고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습니다.

후크송등의 영향으로 국내 아이돌 시장을 열어젖히고

한류열풍까지 제대로 탄 축복받은 2세대 아이돌과...

KPOP의 확장성이 극에 달하고 팬덤문화의 무한팽창 시대인 3세대 아이돌 사이에서...

2.5세대는 좀 운이 나쁜 세대였죠.

2세대가 키워놓은 아이돌판의 크기 덕에 경쟁해야할 그룹들은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2세대 아이돌들의 최대 수익원 이였던 일본 한류 열풍은 진출할길이 막혀버렸는데...

그나마 그 와중에도 살아남은 톱그룹들도 몇년만에 대형기획사들의 3세대 아이돌들에 주도권을 내줘야 했던 비운의 세대 입니다.

결국 수익이 나지 않으면 유지될수없는게 아이돌이고

이 수익원이 막혀버린 세대다 보니 유난히 7년차 징크스를 겪기도 했고... 특히나 보이그룹에 비해 팬덤이 약한 걸그룹들에게는 최악의 시기였지만...

에이핑크는 살아남았죠.

말이 9주년 걸그룹 10년차 걸그룹이지... 국내 걸그룹이 이 시기까지 꾸준히 완전체로 활동했던 케이스가 소녀시대와 원더걸스 말고는 없지 않나? 싶습니다.

(그 소녀시대 원더걸스 조차도 딱 10년이 마지노선 이였고요.

뭐... 그 외 공식해체 발표를 하지 않았더라도 꾸준히 활동하고있지 않거나 사실상 힘든 팀은 제외해도 좋을것 같습니다.)

그 역대급 소릴 듣고 대형기획사 등에 업은 톱 걸그룹들도 10년 버티는게 이렇게 힘든 일인데...

이렇게 9년을 흔들림없이 활동하는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에요.

시작한김에 조금 과장,가정을 더해볼께요.

만약 에이핑크의 기획사가 대형기획사 였다면?

얼마나 더 대단해졌을지 말로 다 이야기 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이 친구들이 예쁘고 매력있으니 대형기획사 였으면 더 팬덤도 컸을거고 해외진출도 쉬웠을거고..

이런 허무맹랑한 가정이 아닙니다.

만약 대형기획사 걸그룹 이였다면 연간 3위짜리 메가히트곡을 내고도 대상수상은 커녕 본상도 못받는 찬밥신세가 되는 경우는 절대 없었겠죠.

(이때 가장 논란이 컸던게 멜론뮤직어워드 였는데 음원성적이 가장 높았던 에이핑크가 음원대상격인 올해의 노래상을 받지 못하고 결국 대형기획사의 톱 아이돌인 엑소, 샤이니등이 대상을 받았었죠.

엑소의 수상은 큰 이견이 없었지만... 샤이니는 글쎄요...

뿐만 아니라 에이핑크의 경우 제 기억으로는 본상 격인 TOP10상도 못받았던것 같습니다.)

대형기획사 버프로 더 유명해지고 이런거 필요없이....

그냥 중소기획사라서 겪은 손해라고 생각되는 일이 반복되니 그게 아쉬운거죠.

만약 트와이스나 레드벨벳 이였다면 저 성적에 대상을 못받았을까요?

바쁘다고 연말 가요대축제 에서 무대를 조기종료 시켜버릴까요?

절대 아닐거에요.

(기획사가 컸으면 원더걸스 소녀시대 2NE1 트와이스로 이어지는 걸그룹 대상 계보에 에이핑크 이름이 있었을거고 아예 무게감이나 위상이 달랐을거라는 이야기 입니다.)

저는 에이핑크가 1세대~3세대까지 모든 걸그룹중 가장 성공한 걸그룹으로 열손가락안에 든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견고한 TOP5를 제외하고는 그 뒤 어디에 위치하더라도 전혀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그정도다. 라고 수긍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전체적인 여론, 그리고 나아가서는 시상식과 방송국으로부터 훨씬 더 무게감 있는 대우를 받아야하는 걸그룹이에요.

# 걸그룹도 신화가 될수있나요?

에이핑크가 얼마나 좋은 걸그룹인지 이야기 하느라 좀 늦었지만 사실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지금부터 입니다.

걸그룹도 신화처럼 될수있을까?

아이돌 그룹에게 롤모델을 물으면 10팀중 8팀은 언급한다는 신화는 에이핑크에게도 롤모델 입니다.

신화가 역사상 가장 성공한 그룹이기 때문인가요?

물론 신화는 대단히 성공한 그룹이지만 많은 그룹이 신화를 롤모델로 꼽는 이유는 가장 오래가는 그룹이기 때문이죠.

물론 신화만큼은 아니더라도 이제 팬덤이 강력하고 수익루트가 단단한 보이그룹들의 경우

10년은 우습게 넘기는 케이스가 심심찮게 발견되곤 하는데...

걸그룹중에는 참 찾기 힘든일이거든요.

(굳이 조건을 찾자면 소녀시대가 가장 이런 형태가 가능한 그룹인데 뭐... 사실상 완전체로 꾸준한 활동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이니...)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에이핑크는 장수할수있는가?

를 3가지로 나눠 분석해보자면...

1. 단단한 코어팬덤.

에이핑크의 최대 강점은 팬덤 입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하면 에이핑크 앨범판매량이 얼마고 요즘 걸그룹들은 얼마를 팔고 이런 반론을 들수도 있겠지만...

저도 에이핑크가 트와이스 아이즈원 같은 대형팬덤을 가진 팀이라는건 아닙니다.

사실 앨범판매량 같은게 기준이면 꼭 톱 걸그룹이 아니더라도 에이핑크보다 높은 걸그룹이 요즘은 꽤 많죠.

그러나 지금 몇년 활동하지도 않은 신인급 팬덤과는 무게감이 달라요.

데뷔한지 2~3년된 걸그룹의 팬덤? 뜨겁죠. 화력도 쎄고 헌신적이고 저돌적입니다.

그런데 이 팬덤 이 화력이 내년 내후년에도 그대로 이어질거고

어떤 신인이 데뷔하고 어떤 사건이 있어도 사라지지 않을 완전한 재산이라 여기면 큰 오산입니다.

그러나 에이핑크가 가진 이 화력은 무게감이 다르죠.

9년차에도 순식간에 단독콘서트를 매진시키는 이 힘은 어지간해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10주년 11주년 12주년에도 기꺼이 공연장을 가득채울 이 코어팬덤은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할거고 결국 그룹이 장수하는데 수익만큼 확실한 조건은 없습니다.

2. 에이핑크가 가진 비중

에이핑크는 대형기획사 걸그룹이 아닙니다.

플레이엠 엔터테인먼트 라는 회사에 소속된 걸그룹이고 이전부터 수년째 소녀가장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소녀시대나 원더걸스가 더 대단한 걸그룹이라고 할수도 있겠죠. 그러나 SM과 JYP는 플레이엠이 아닙니다.

소녀시대와 원더걸스를 보유할수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필수불가결한 조건은 아니거든요.

사실 이 기획사들이 가진 다른 캐시카우들에 비해 수익비중도 작아진 시기였고요.

그러나 플레이엠 에게 있어서 에이핑크가 갖는 비중은 다릅니다.

후배 보이그룹인 빅톤이 있긴 하지만 데뷔 4년차인 지금까지 사실 뚜렷한 성공을 이뤄냈다고 보긴 힘든 상황이라....

에이핑크를 대체하긴 아직 많이 버겁죠.

수익적인 잠재력이 남아있는 그룹이라도 결국 그 그룹을 기획사가 어느정도로 생각하고 있고 어느정도로 밀어줄 생각이 있는지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텐데...

에이핑크는 이 점에서 여전히 회사의 가장 핵심자원으로 생각이 될겁니다.

3. 개인활동 지원

걸그룹의 계약기간이 다 지나가고 흩어지는 케이스들을 보면

이제는 그룹보다 개인활동 욕심을 내고 싶어하는 멤버들,

이제는 가수보다 연기를 하고 싶어하는 멤버들의 존재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나 연차가 찰수록 생각도 많아지고 아이돌로서 가진 컨셉보다 본인이 원하는 음악적 색깔을 표현해보고 싶은 욕심도 클거에요.

연기로 전향을 원하는 케이스도 연예인으로서의 수명이나 개개인의 유명세와 스타성 같은 욕심이 들수도 있는거고요.

이건 나쁜게 아니라 자연스럽고 당연한거죠.

다만 이런 욕심들을 보이그룹들에 비해 걸그룹들은 그룹활동을 병행하면서 채우기 쉽지 않습니다.

솔로앨범이든 뭐든 회사입장에서도 손해를 보면서까지 무작정 지원해주긴 어렵죠.

솔로앨범을 내도 5만장 10만장 뚝딱 팔아치우고 단독 공연도 당연히 따라오는 보이그룹 팬덤에 비해 걸그룹은 이런 수익성이 보장되질 않거든요.

그런데 에이핑크의 경우는 나름 자유로워요.

멤버들 개개인 으로서의 활동이나 스타성도 제한하지 않고

솔로활동,연기,광고 심지어는 크리에이터 활동까지도 자유롭게 가능한 상황이니...

속사정은 모르지만 다른 그룹에 비해 개개인의 욕구불만이 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굳이 에이핑크에서 나가면서 까지 뭔가 해야할 필요가 없는거죠.

(그외에 사이가 좋다. 뭐 이런 이유는 뭐.... 우리가 보기에 사이 안좋은 그룹이 누가 있겠나? 싶어서 언급안하는게 맞지 싶어요. 이런거야 당연한거죠 ㅎㅎ)

# 에이핑크가 써내려갈 신화

위에서 에이핑크가 장수할수있는 이유에 대해 말했지만

결국 이건 그냥 조건들에 불과하고 실제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없는 이야기들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런 이야기들을 길게 풀어놓은 이유는...

저는 에이핑크가 또 다시 재계약을 할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물론 6인 체제가 아닌 형식의 재계약.

공식 해체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몇몇 멤버들의 타 회사 이적

이런 변수들도 꽤나 가능성 높은 이야기들 이긴 해요.

무엇보다 1차 재계약을 넘어 두번의 재계약을 아무런 이탈없이 이뤄낸 케이스는 말그대로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내심 저런 형태로 이어질수도 있긴 하지... 라는 생각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재계약을 하지 않을 가수가 단독콘서트에서

수천명의 팬들을 앞에 두고 공식적으로 재계약을 언급하고

걱정 안하셔도 좋다. 영원할거다. 라는 선언을 하는 케이스를 본적이 없습니다.

올해 2월에 열린 에이핑크의 단독콘서트에서 나온 이야기들 이에요.

"콘서트 내년에도 내 후년에도 할거다."

"팬들이 재계약 때문에 많은 걱정을 하시는데 50대까지 함께하겠다."

이런 멘트들을 대놓고 팬들 앞에서 거리낌없이 이야기하는데

흐름상 재계약 예측 쪽으로 분위기가 기우는게 당연해 보여요

막연히 계약만료가 한참 멀리있는 그룹들의 우리 10년 11년 계속 쭉쭉 가겠다. 이런 먼 미래의 다짐이 아니라

당장 코앞에 재계약 이슈가 닥친 그룹이 팬들 앞에서 하는 이야기라면 느낌이 확 다르잖아요.

저는 에이핑크를 좋아하지만 열렬한 팬이라고 말하기는 부족합니다. 딱히 팬 활동을 하지도 않고요.

그래도 정말 진심으로 에이핑크의 이 행보를 응원하고 재계약이 반드시 성사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꼭 에이핑크의 팬들에게만 좋은 소식이 아니라 이건 걸그룹판 전체에 매우 좋은 영향력을 끼칠거고 매우 좋은 선례가 될테니까요.

10년을 훌쩍 넘긴 기간동안 활발히 활동하는 걸그룹.

재계약을 넘어 재재계약 까지 걱정없이 이어지는 걸그룹.

이 첫번째 사례가 미치는 영향력은 후배 걸그룹들에게 까지 당연하게도 커다랗게 와닿을겁니다.

세상에 예시만큼 쉬운 설득조건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막연히 안될거라 생각했던 일도 누군가가 이뤄낸다면 그 후발주자들은 그걸 목표삼고 동경합니다.

앞으로 연차가 쌓인 걸그룹들은 누구든 이런 고민을 할때

에이핑크의 사례를 떠올리게 될거에요.

설사 꼭 결론이 재계약으로 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요.

에이핑크의 재계약 사례는 단순히 장수걸그룹 이다.

에이핑크 오래봐서 좋다.

이걸로 끝나는게 아니라...

당장 몇년 전 까지만 해도 7년이 끝인것 같았던 걸그룹의 수명 기준을 한층 높여놓을거고...

신화가 그랬던것 처럼 이제 신인 걸그룹들은 에이핑크 처럼 오래 사랑받는 걸그룹이 되고싶다는 생각을 할겁니다.

만약 정말 에이핑크가 재재계약에 성공하고 이후에도 꾸준히 활동한다면...

걸그룹도 정말 신화가 될수있는지...

또 이 사례가 앞으로 걸그룹 판도를 얼마나 바꿔놓을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