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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공 속에 발이 푹푹 빠진다 | 인스티즈

김소연, 현관문

열어 둔다

바닥에 빗자루를 댄다

오늘 아침은 빗자루가 타일 바닥을

쓸지 않고

쓰다듬고 있다

네가 오면 제일 먼저

누가 오기로 한 날이 아닌 날에도

매일 아침 현관문 앞에 알록달록

꼴람을 그려 놓던

인도 사람 얘기를 해 줘야지

무성하게 자란 벤쿠버 고사리를 문밖에 내둔다

네가 오기로 한 날이니까

열어 둔다

시간이 조금씩 주름이 접힌다

시간이 조금씩 허점을 다듬는다

밤새

평생 동안 잃어버리기만 했던 우산들이 모두 돌아와

수북이 쌓여 있다

평생 동안 젖어 있기만 했던 우산들을

나는 하나하나 편다

그대로 둔다

네가 오면 제일 먼저

이것들을 보겠지

우리 집을

칠월의 포도송이 같다고 해 주면 좋겠다

아니면 팔월의 오동나무

열어 둔다






 허공 속에 발이 푹푹 빠진다 | 인스티즈


나태주, 은빛

눈이 내리다 말고 달이 휘영청 밝았다

밤이 깊을수록 저수지 물은

더욱 두껍게 얼어붙어

, , 저수지 중심으로 모여드는 얼음의

등 터지는 소리가 밤새도록 무서웠다

그런 밤이면 머언 골짝에서

여우 우는 소리가 들리고

하행선 밤기차를 타고 가끔

서울 친구가 찾아오곤 했다

친구는 저수지 길을 돌아서 왔다고 했다

그런 밤엔 저수지도 은빛

여우 울음소리도 은빛

사람의 마음도 분명 은빛

한가지였을 것이다






 허공 속에 발이 푹푹 빠진다 | 인스티즈


김기택, 우주인

허공 속에 발이 푹푹 빠진다

허공에서 허우적 발을 빼며 걷지만

얼마나 힘드는 일인가

기댈 무게가 없다는 것은

걸어온 만큼의 거리가 없다는 것은

그동안 나는 여러 번 넘어졌는지 모른다

지금은 쓰러져 있는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제자리만 맴돌고 있거나

인력에 끌려 어느 주위를 공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발자국 발자국이 보고 싶다

뒤꿈치에서 퉁겨 오르는

발걸음의 힘찬 울림을 듣고 싶다

내가 걸어온

길고 삐뚤삐뚤한 길이 보고 싶다






 허공 속에 발이 푹푹 빠진다 | 인스티즈


김규화, 조팝나무

한둘 두셋 끼리끼리 대학 정문 앞 놀이터에

젊은이들 앉아서 서서 몇 발짝 떠서

캔 마시고 갈갈거리고 걸걸거리고 두셋 서넛 끼리끼리

토요일 오후

놀이터 입구 양편에는 줄줄이

팔찌 발찌 귀걸이 목걸이 브로치 늘어놓고

좌대 위에 알전구 켜서

마음껏 반짝 반짝이

자잘자잘 고물고물 노리개들

노인 하나 야윈 어깨를 목에 붙이고

이들 속에 언제 들어왔는지

찌든 점퍼의 주머니 뒤집어서

콩껍질 탈탈 털어낼 때마다

꼬약꼬약 날아들어 목을 뽑는 비둘기들이

노인의 발등을 쪼고

맨땅을 쪼고

아기를 끌어안듯 손을 내민 노인의

팔목에 손바닥에 비둘기들 앉는다

비둘기가 노인과 부자(父子)처럼 어르자

아작아작거리며 모여든 젊은이들

쳐다보며 노인은 고물처럼 붙은 나이를

조금씩 떼낸다

비로소 온전한 저 눈빛






 허공 속에 발이 푹푹 빠진다 | 인스티즈

문태준, 맨발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 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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