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연인의 나체를 그가 모르게 사진 촬영한 A씨는 유죄.”
어쩌면 너무도 당연해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잠든 연인의 나체를 몰래 촬영한 A씨는 법원에서 두 차례나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대법원에서 유죄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가 A씨의 촬영이 유죄라고 본 이유는 무엇일까.
A씨는 여자친구 B씨와 다툼을 하다 B씨를 때리고 휴대전화를 부순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그런데 A씨의 휴대전화를 보니 잠든 B씨의 나체 사진이 여러 장 있었다. 검찰은 A씨가 B씨의 의사에 반해 성적 수치심 등을 일으킬 수 있는 B씨의 신체를 촬영했다고 보고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 위반 혐의도 포함해 A씨를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상해ㆍ재물손괴ㆍ감금죄로 A 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런데 불법촬영 혐의는 무죄였다. 문제가 된 나체사진만 보면 B씨가 잠들어 있었으므로 A씨가 B씨의 명시적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재판부가 A씨의 유죄를 인정하지 않은 이유는 그 사진 외의 다른 사진들에 있었다. 잠든 채 찍힌 사진을 전후해 찍힌 여러 장의 다른 사진에도 B씨의 민감한 신체 부위가 나왔다. 이 사진 중에는 B씨의 동의를 얻은 사진도 있긴 했다.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연인인 점을 고려하면 “평소에 명시적ㆍ묵시적 동의로 많은 촬영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항소심 역시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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