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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프렌드 동현ll조회 501l
이 글은 3년 전 (2020/8/12) 게시물이에요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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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빨래는 어둠을 지킨다 | 인스티즈


최동호, 물이 마르는 소리

 

 

 

벽지 뒤에서 밤 두시의

풀이 마르는 소리가 들린다

건조한 가을 공기에

벽과 종이 사이의

좁은 공간을 밀착시키던

풀기 없는 풀이 마르는

소리가 들린다

허허로워

밀착되지 않는 벽과 벽지의

공간이 부푸는 밤 두시에

보이지 않은 생활처럼

어둠이 벽지 뒤에서 소리를 내면

 

드높다, 이 가을 벌레 소리

후미진 여름이

빗물진 벽지를 말리고

마당에서

풀잎 하나하나를 밟으면

싸늘한 물방울들이

겨울을 향하여 땅으로 떨어진다







[BGM] 빨래는 어둠을 지킨다 | 인스티즈


김소월, 담배

 

 

 

나의 긴 한숨을 동무하는

못 잊게 생각나는 나의 담배

내력을 잊어버린 옛 시절에

났다가 새 없이 몸이 가신

아씨님 무덤 위의 풀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보았어라

어물어물 눈앞에 스러지는 검은 연기

다만 타붙고 없어지는 불꽃

아 나의 괴로운 이 맘이어

나의 하염없이 쓸쓸한 많은 날은

너와 한 가지로 지나가라







[BGM] 빨래는 어둠을 지킨다 | 인스티즈


문병란, 고향의 들국화

 

 

 

고향의 들판 어느 구석에

이맘때쯤

남몰래 피어나 있는 들국화를

너는 알 것이다

 

잡초 사이에 끼어

자랑하지도 뽐내지도 않은 수지운 꽃

혼자서도 외롭지 않는

하나의 슬픈 사랑을 너는 알 것이다

 

시멘트벽으로 둘러싸인 독방

손바닥만 한 하늘이 찾아오는 작은 옥창에

풀벌레 울음소리 핏빛 한을 짤 때

차가운 마룻바닥 위에 앉아

눈감고 견디는 인내의 하루

 

이맘때쯤 노을 지는 고향의 들판 어느 구석에

오들오들 떨고 있는 가녀린 숨결

한 떨기 작은 기다림을

너는 알 것이다

 

눈부시게 푸른 남도의 하늘 밑

서러운 사연을 간직한 채

그믐달빛 아래 쪼옥쪼옥 여위어 가는

한 떨기 고향의 슬픈 노래를

너는 알 것이다

 

아 진리는 무엇인가, 세삼

마음속에 맴도는 하나의 이름을 안고

벽 앞에 앉아 견디는 인고의 나날

뜨거운 픽 원통해

오늘도 긴 긴 하루 해

옥창에 한숨 지우는 제자야

 

너는 알 것이다, 서릿 속

날로 높아 가는 향기 머금고

모질도록 참아 내는

애타는 기다림으로, 왜 고향에

작은 들국화가 피어 있는가를

너는 알 것이다







[BGM] 빨래는 어둠을 지킨다 | 인스티즈


오세영, 여윈 손

 

 

 

내가 잠든 뒤에도

빨래는

어둠을 지킨다

 

늘어진 운명의 줄을

붙잡는 여윈 손

 

그는 스스로

절대의 허무 앞에 던져지기 위하여

체온을 버린다

 

밤의 적막은

바람들의 세상이지만

깨어 있는 우주의 창밖에서

 

빨래는

어둠의 공간에

하나의 밧줄을 던진다

 

스스로 육신을 포기하는 자의

저 완벽한 연기







[BGM] 빨래는 어둠을 지킨다 | 인스티즈


김명인, 할머니

 

 

 

삼율 지나다가 정거장 건너편 텃밭이었던 자리

이젠 누구네 마당가에

저렇게 활짝 핀 봉숭아 몇 포기, 그 옆엔

빨간 토마토가 고추밭 사이로 주렁주렁 익고 있다

 

왜 내겐 어머니보다 할머니 기억이 많은지

멍석을 말아내고 참깨를 털면서

흙탕물 넘쳐나는 못도랑 업고 건네면서

둑방가에 힘겨워 쉬시면서, 어느새

달무리에 들고 그 둘레인 듯 어슴푸레하게, 할머니

아직도 거기 앉아 계셔요?

 

나는 장수하며 사는 한 집의 내력이

꼭 슬픔 탓이라고만 말하지 않겠다

다만 우리가 추억이나 향수라는 이름 말고 저 색색의

눈높이로 고향 근처를 지나갈 때

 

모든 가계는 그 전설에 도달한다, 그리고 뒷자리는

늘 비어서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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