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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처녀제오시네음음음ll조회 192l
이 글은 3년 전 (2020/9/26) 게시물이에요



본 글은 「사랑의 가객, 김현식」을 편자한 육상효씨가 日刊스포츠 기자로 활동 했을 때 김현식의 자서전을 담당하면서 쓴 내용입니다.


 언젠가 그가 술묻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세상에 적이 있어. 그 적이 누군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밤마다 그 적들은 나의 방에 찾아와서 목을 죄어들어."

 그는 그 적들의 정체를 모르는 채로 끝내 세상을 떠났다.

- 「사랑의 가객, 김현식」 中에서 -



어느 대중가수에 관한 추억 [14편] | 인스티즈


 그러나 재기 콘서트 때의 건강한 몸도 잠시였고 계속되는 폭음은 그의 몸을 서서히 무너뜨린다. 어쩌면 이때부터 서서히 죽음의 그림자가 그에게 드리워졌는지도 모른다. '신촌블루스'와 계속 공연을 하며 활동한다. 그러나 어머니마저 동생 현수 씨와 함께 누나가 있는 캐나다로 더난다. 현수 씨는 김현식과 여덟 살 차이가 나는 친동생이다. 소아마비로 다리를 약간 저는 이 동생에게 김현식은 늘 안쓰러움을 가지고 있었다. 현수 씨는 지금 캐나다에서 뮤직 엔지니어링을 공부하고 있다. 늘 형 옆에서 많은 언더그라운드 가수를 보면서 그들의 음악을 제조할 좋은 엔지니어링 기술이 국내에 없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했다.


 이즈음 방배동의 밤거리에서 그는 취해 살았다. 언젠가 가수 이은하는 그를 이렇게 회고한 적이 있다.

 "사실 한 번도 제대로 뵌 적이 없는 데도, 그분의 노래가 너무 좋아 항상 만나보고 싶었어요. 그러던 차에 우연히 방배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는데 너무 취해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눈빛도 흐려있는 것 같아 사실 많이 실망했어요." 이즈음의 그를 드러내주는 회고이다. 그리고 마침 4집을 낸다.「비오는 어느 저녁」 「언제나 그대 내 곁에」 「사랑할 수 없어」 와 하모니카 연주곡 「한국사람」을 수록했다.


 하모니카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다르다. 틈만 나면 하모니카를 사서 모았고, 공연 때도 하모니카로 연주되는 곡을 꼭 넣었다. 그가 아끼던 하모니카 중의 하나는 지금 '신촌블루스'의 이낙진이 가지고 있다. 세상을 뜨기 얼마 전 우연히 이낙진을 만난 그는 "이젠 네가 가지고 잘 불어라." 하며 하모니카를 넘겨주었다.


 1988년 말, 그는 '일간 스포츠 골든디스크 상'을 수상한다. 음반 판매량이 가장 큰 시상의 기준이 되는 이 상에서 그는 비로소 한국 최고의 가수로 인정받는다. '신촌블루스'의 앨범 작업에 참여하고 1989년초 다시 조인트 콘서트를 계획한다. 그러나 악화되는 건강으로 공연에 참여하지 못하고 다시 입원한다. 보다 못한 주위 사람들은 별거하는 부인 김정자 씨를 설득한다. 누군가 그를 보살펴줄 사람이 필요하다, 저대로 두면 그는 곧 죽을지도 모른다, 가족이 있어야 한다, 완제와 떨어져 있는 것은 또 얼마나 가슴아프겠는가, 이런 말들을 동원한 주위 사람들의 집요한 설득에 부인은 완제와 함께 돌아온다. 기획사의 도움으로 동부이촌동 렉스아파트에서 다시 세 식구가 살기 시작한다. 그러나 한번 빗나가기 시작한 그의 건강은 좀처럼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 아니 스스로 회복되기를 포기했는지도 모른다.


 밤 새운 녹음, 새벽 소주, 줄담배, 지하 연습실, 이런 것들과 늘 함께하는 가수의 건강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것이 어쩌면 어리석은 것인지 모른다. 5집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그가 살아 있는 동안 마지막으로 나온 5집은 어느 앨범도다도 그의 죽음 냄새를 강하게 풍긴다. 노래로만 살아온 사람은 노래로 자기 삶을 예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의 5집 머릿곡 「넋두리」를 들으면 진한 죽음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목소리도 완연히 거칠어져 있다. 너무 거칠어서 허무하다. 가족들과 함께 살면서 잠시잠시 건강이 좋아지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폭음과 가로는 그의 간을 치명적으로 악화시킨다. 그런채로 그는 노래하고, 술마시고, 사람들과 악다구니로 싸운다. 누구든지 이 시절 취한 그의 모습을 본 사람이면 그의 눈 속에 번뜩이는 광기를 읽었을 것이리라.


 강인원의 주도로 영화음악 앨범 「비오는 날 수채화」를 만든다. 「비오는 날 수채화」 「그 거리 그 벤취」 등이 그가 참여한 노래이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열정만은 쇠약한 몸 속에서도 불타올라 작사와 작곡, 그리고 진정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음악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늘 그의 고민거리였다. 국악을 열심히 듣고, 통일노래 「하나로」를 작사하고, 음악 친구들을 만나면 늘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노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던 때도 이즈음이다.


 여전히 세상은 날마다 일어나는 불의들로 그의 가슴에 끊임없는 상처들을 주었다. 성폭행, 강도, 존속살해, 부정독재, 권력형 비리… 이런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는 온갖 세상의 부정이 다 그에게는 아픔이었다. 그것이 왜 당신의 아픔인가라고 물으면 그는 물론 아무런 설명도 못했지만, 그는 늘 상처받고, 그래서 그의 약한 가슴은 적은 술에도 쉽게 그를 공격적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 계속 -



< 김현식 - 넋두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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