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계명'이라는 문화가 있다
사람이 죽고 나면 성불하라고
묘비에 새기는 불교식 이름 같은 건데
불교란 기본적으로 만민이 평등하다는 사상인 만큼
최하층민에게도 일단 주긴 주는 게 관습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땡추들이 이것을 악용하기 시작한 것
이 썩을 놈들은 부라쿠민 재일조선인 같은 사람이 죽었을 때
죽음을 조롱하기 위해 일부러 계명에 나쁜 뜻의 한자를 넣고는 했다
이것을 '차별계명'이라고 한다
주로 생전의 직업을 뜻하는 革(무두장이) 屠(도살업자) 皮(가죽 세공업자) 혹은
신분을 모욕하는 畜(짐승새끼) 賤(천민) 婢(종놈) 따위가 이용되었으며
고의로 성별을 바꿔서 기록하거나
(예시 男을 女로 전환)
아예 야민정음마냥 두 글자로 새 의미를 만들어 넣는 등
(예시 玄과 田을 같이 써서 畜을 만들거나 하는 식)
온갖 몹쓸 짓을 저질렀다
사진에 나온 한자는 각각 가죽 혁(革)과 축생 축(畜)임
그래도 유가족들은 뭐라뭐라 하지 않는다
왜나고? 글을 모르거든
동네 스님이 이름 괜찮은 거 지어주셨겠지 하면서 되려 좋아하는 거임
반면 알 거 다 아는 마을 사람들은 "이거 부라쿠민 무덤이네" 하면서 그 주변 묫자리 거르는 거고
한마디로 천민은 죽어서도 사람들로부터 계속 천민으로 기억되는 것이었다
근대 이후 차별계명은 잠시 잊혀졌다가
1981년에 조동종 종파가 전국 1만 곳의 사찰을 실태조사하여
수백 개의 불량 계명을 폐기하고 다시 지어주는 과정에서 대두되었다
2009년에는 또 정토종이 무려 1600개 이상의 차별계명을 폐기했다
인권 의식 발달로 묻힌 사람들의 원한이 풀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보면 이런 악습이 얼마나 성행했는지에 대한 증거이기도 한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