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소주 반 병에 취했다.
술집을 나서 한참을 걷다 뒤를 돌아봤다.
새벽이 수놓은 세간의 고요.
그때 내가 왜 울었는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어쩌면 영영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뭐, 달라지는 건 없겠지.
하늘엔 달이 떠 있었다.
시월 바람이 불었다.
지난날들은 낙엽이 되어 굴러갔다.
달이 깜빡이고 누군가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유난히 밝은 달빛에 흩어지던 마음을 그러모았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건 모두 미련이었다.
너와 있으면 바람조차 달았던 시절의 기억을
끊임 없이 분해하고 조립하던.
침잠하는 감정 사이로 물자국이 진다.
어슴프레 동이 틀 무렵
손톱만한 달에 걸려 있던 비행운을 기억한다.
내 마음이 꼭 그랬다.
수평으로 날던 새벽이 천천히 잦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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