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문화] 이 비루한 인간의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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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도 자신의 양심과 기억을 장담할 수 없다.” 소설가 박민규가 표절 시비에 휘말렸을 때 썼던 반성문 중 가장 좋았던 구절이다. 그렇다. 인간의 기억은 언제나 불완전하고 자주 재구성된다. 각자의 기억을 확신할 때, 돌이킬 수 없는 갈등과 분쟁이 벌어진다. 그러니 함부로 장담해선 안된다.
더 장담해서 안되는 건 양심이다. 지금 당장 자신을 한번 돌아보라. 얼마나 부끄러운 욕망이 내 안에서 사납게 끓고 있는지. 우리는 작은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운 척 하지만, 압도적 이익이 있는 큰 유혹 앞에선 자주 흔들린다. 양심은 욕망 앞에서 무력하다. 최근 잇달아 들려오는 사회적 추문 속에서, 나는 비난을 멈추고 나를 돌아본다. 나쁜 환경, 나쁜 타이밍에 놓이면 누구든 쉽게 선을 넘는다.
욕망은 사회적 시선이 거둬진 밀실에 숨을 때, 더 적나라해진다. 구글 검색 빅데이터를 분석한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는 자신의 책 ‘모두 거짓말을 한다’에서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어둡고 비열한지 실제 데이터로 알려준다. 그의 결론은 이렇다. “우리는 모두 공평하게 엉망진창이다.” 나 역시 이 진술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중략) 욕망과 감정은 거대한 빙산이며, 인간의 이성은 그 위에 아주 조그맣게 떠 있는 섬이다. 이 허약한 이성이 평생 내 안의 동물을 다스리는 일이 삶이다. 참 어렵고 위태롭다. 망신은 늘 가까운 곳에 있다. 삶이 끝날 때까지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수 밖에 없다. 인간의 양심은 절대 장담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