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이 둘인가요?
달주가 생각하는 여여케미 굴소스와 치킨스톡임
과몰입 좋아하는 여시들 재생해주길
돈도 없고 꿈도 없어서 내일도 없던 한소희
그러다 재능기부 차원에서 공부 가르쳐주러 온 대학교 언니랑 만남
“대학교 가면 좋지.
학식도 맛있고, 캠퍼스도 너네 고등학교보단 배로 넓고.”
“또 뭐가 좋은데요?”
“씨씨!
그거 할 수 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씨씨, 그거 할 수 있다는 말에 죽기 살기로 공부하는 소희
“2등급? 너무 잘했는데? 뭐 먹고 싶어?
소희야, 너 진짜 잘하면 나랑 같은 대학교 다닐 수 있겠다.”
그렇게 언니와 두 번의 계절을 보내고 대망의 수능 날.
최저등급만 맞추면 되는 건데 왜 이렇게 떨리는 건지
어제 떨지 말고 수능 잘 보라던 언니 목소리 탓인지
내 손 잡아주던 그 손 때문인지
고백하기로 마음 먹은 소희
-선생님 저 수능 끝나면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ㅇㅇ역 앞으로 나와줄 수 있어요?
-수능 잘 볼게요
몇 시간이고 기다려도 연락도 없는 선생님
무작정 기다리는 소희
기다리는 거 그거 내가 제일 잘하는 거니까.
선생님 보면 무슨 말부터 할까
저 수능 잘 봤어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아니 이건 너무 굿바이 같아.
이제 언니라고 부를게요.
이거다.
혼자 어색한 언니. 그 말만 되뇌이는 소희.
그리고 몇 시간 전
“아…꽃다발.”
고작 꽃다발따위가 화근이었다.
꽃다발 받고 좋아할 그 애 얼굴이 선해서 깜빡이는 초록불에 주저 없이 횡단보도를 건넌 건.
그게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이 된 것도.
5년 후
선생님
언니
그리고 첫사랑
언니는 캠퍼스 걸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언니 없는 곳인데도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견딜만한 것 같아.
어엿한 졸업반이 된 대학생 소희
야 너 소개팅 안 하냐? 라는 말에도
“나 연애하는데? 롱디라서 너가 못 봤다 보다.
야 내가 이 사람 좋아해서 엄청 쫓아다녔어. 첫사랑이야.”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게 일상이 됐다.
그래도 너무 보고 싶은 날에는
“누가 꽃다발 사다 달라 그랬어요?
하여간 시키지도 않은 거 되게 잘해.
5년이나 지났는데도 계속 생각이 나.
어떻게 꿈에 한 번도 안 나와주냐?”
이제는 없는 번호라고 뜨는 그 번호에 전화해서 펑펑 울고 나면 괜찮아진다는 것도 알게 됐다.
지난 밤 우느라 잠도 못 잔 소희
학교로 향하는 버스에 앉으니 자꾸만 감겨오는 눈.
창가에 기대고 깜빡 졸았는데
‘언니’
‘…’
‘저기요. 언니’
‘…’
‘언니. 종점이에요’
‘…’
“언니.
우리 내리래요.”
Long vacation
박은빈, 한소희 주연
언젠가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