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9주기를 앞둔 지난해 4월9일 전남 진도군 세월호 참사 해역에서 유가족이 세월호 침몰 지점을 나타내는 부표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방송(KBS)이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에 대해 최종적으로 제작 중단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4월에는 방영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한겨레 취재와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제원 제작1본부장은 21일 시사교양국장과 회의에서 “한국방송 사 쪽도 4월 방송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4월 방송이 안 된다면 출연자들도 협조할 수 없다고 하니 제작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며 중단 결정을 제작진에 통보했다. 제작진 설명에 따르면 해당 다큐는 40%가량 촬영을 마친 상태였다.
한국방송은 ‘4월 방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제작 중이던 다큐를 멈춰 세웠다. 지난달 말 부임한 이제원 본부장은 3일 간부를 소집해 제작 일정 변경을 지시했고, 제작진에는 “총선(4월10일)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다른 참사와 엮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극복 시리즈로 6월 방영할 수 있게 제작하라”는 통보가 내려왔다. 기존 방영 예정일은 총선 8일 뒤인 4월18일이었다.
제작진의 항의에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다큐 인사이트 소속 조애진 피디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이제원 본부장은 이미 전임자 시절 제작 승인되어 공식적으로 제작 중인 아이템에 대해 반란이라도 진압하는 태도로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큐 인사이트팀이 다 함께 국장실을 찾아가 수차례 요청 끝에 본부장과 면담했으나 이 본부장은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라고 설명했다.
담당 피디는 최종 무산 결정이 내려지기 전 다큐 출연자들을 만나 사정을 밝히고 사과해야 했다. 해당 다큐 연출을 맡은 이인건 피디는 이날 한겨레에 “공영방송이 여타 상업방송과 다른 이유는 상업방송에서 외면당하는 힘없고 억울하고 약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함인데,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세월호 참사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담을 수 없게 됐다”며 “시청자 여러분께 너무 죄송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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