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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타고를 멸망시키는 로마의 점멸작전 | 인스티즈


기원전 146년 봄, 서지중해의 여왕으로 찬란하게 번영했던 도시, 로마가 아니었더라면 고대사를 이끌었을지도 모를 도시,

그동안 온갖 추태도 많이 보여주었지만, 최후만큼은 불멸의 명장 한니발을 낳은 조국답게

로마의 대군을 상대로 3년에 걸쳐 항전하며 마지막 기개를 보여준 도시 - 카르타고는 마침내 함락되었다.









카르타고를 멸망시키는 로마의 점멸작전 | 인스티즈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의 양손자로서 부끄럽지 않은, 로마의 청년 명장 스키피오 아이밀리아누스가 이끄는 로마군은

마침내 카르타고 내성 성벽에 돌포탄과 화살, 불덩어리를 폭우처럼 퍼부으며 마지막 총공세를 감행했고

로마시대 기준으로도 이제 갓 성인이 된 17세 청년장교, 티베리우스 그라쿠스 - 훗날, 로마 민중들을 위해 목숨바친

"그라쿠스 형제" 중 형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길 이 - 가 용맹을 떨친 끝에

카르타고 성벽 위에 첫번째로 발을 디디면서, 카르타고 남서쪽 방벽이 마침내 뚫렸다.

지난 3년에 걸친 험난한 공성전으로 눈이 뒤집혀 있는 로마군이 이곳으로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가며,

세상의 종말과도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카르타고를 멸망시키는 로마의 점멸작전 | 인스티즈


카르타고 시내에는 로마시대 "인술라"의 원조격인 "아파트", 최대 6층에 달하는 고층연립주택이 즐비했고

이 건물들에는 흔히 마감재로 천연 타르격인 역청이 쓰여 왔다.

평화로웠던 옛날에는 방수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카르타고 시민들에게 더 쾌적한 삶을 제공했지만

이제 로마군들이 닥치는 대로 불을 지르기 시작하자, 온 시내가 엿새에 걸친 마지막 시가전 내내 꺼지지 않을

역사상 가장 거대한 화장용 장작더미로 변했다.

카르타고인들을 그 동안 바알-함몬 신에게 제 자식들을 바치는 야만인들이라 경멸해온 로마군들은

이젠 그 불길 속에 카르타고 아이들을 집어던지고, 여자들은 강간한 뒤 내장이 다 쏟아질 때까지 난도질했다.

고대의 한 로마 연대기 작가조차도, 당시 학살을 저지르던 로마군의 모습을 "저주받은 복수의 신"의 형상이라 묘사했을 정도였다.







카르타고를 멸망시키는 로마의 점멸작전 | 인스티즈


물론 악에 받친 카르타고인들도 앉아서 죽어줄 생각 따윈 없었다.

아파트 사이사이의 비좁은 길목을 간신히 비집고 나아가는 로마군들에게, 아파트 옥상과 창문에서

창과 화살뿐만 아니라 기왓장과 가구, 끓는 물이 마구 쏟아졌고, 로마군도 시가지를 장악하는 동안 엄청난 사상자가 나왔다.

일찌기 스키피오의 가정교사였고, 이 때도 종군하여 당시의 참상을 직접 목격한 역사가 폴리비오스는

"돌계단마다 피로 붉게 물들고 피범벅이 되어 미끈거렸다" 고 그 광경을 생생하게 기록해 남겼다.









카르타고를 멸망시키는 로마의 점멸작전 | 인스티즈


수만 명에 달하는 카르타고 최후의 생존자들은, 전설 속 엘리사 여왕이 카르타고의 역사를 시작했던 성지 -

비르사 언덕 위의 성채로 달아나 마지막 항전을 준비했다.

좁아터진 카르타고 시내 골목길에서의 시가전에 진절머리가 난 스키피오는, 성채를 공격하려면 

공성기가 지나갈 길을 뚫어야 하니, 먼저 건물들을 모두 치워버리고 길을 닦으라고 명령했다.

로마군은 건물들을 돌무더기로 만들고 그 돌을 바닥에 깔아 길을 넓혀 나갔는데, 

제정 시대의 로마 역사가 아피아노스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이 때 쓰인 "자재"는 돌뿐만이 아니었다. 








카르타고를 멸망시키는 로마의 점멸작전 | 인스티즈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카르타고의 수많은 남녀 노인과 어린아이들은 집 안 옷장이나 지하 창고에 겨우 숨어 있었다.

이들 중엔 건물이 불타오른 후에도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일부는 건물 바깥으로 떨어졌다.

몸이 불타거나 연기에 질식한 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픽 쓰러져 창문에서 바깥 거리로 추락했다.

새까맣게 탄 건물 기둥과 바스러진 석조 사이에 떨어진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이미 죽었건, 아직 죽어가는 중이든 모두 구덩이에 묻혔다.

계속해서 다가오는 로마군에게 완전히 짓밟혀 악취가 진동하고, 여기저기가 불타오르는 혼란 속에서

채 완전히 묻히지 못한 그들의 머리나 다리가 삐쭉 튀어나오기도 했다."


'상식적으로' 전근대인 특유의 과장된 표현이리라고밖에 여겨지지 않는 장면이지만 - 마치 십자군이 함락시킨 예루살렘에서 

"피가 발목까지 차올랐다" 는 묘사처럼 - 2천년 후 현대에, 고고학자들이 카르타고의 폐허를 발굴하던 중

엄청난 양의 사람 뼛조각이 도로포장재와 뒤섞인 지역을 발견하면서, 기가 막히게도 오히려 실화로 교차검증이 이루어졌다.

 




- 한종수 저 "페니키아 카르타고 이야기",

"하이켈하임 로마사"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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