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앞둔 전주 한옥마을의 국제 슬로시티 재인증이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슬로시티 본부 내에서부터 과도한 상업화와 주민과의 협의체 구성 미비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면서 이에 대비한 시의 적극대응 및 개선책 마련이 요구된다.
24일 한국슬로시티 본부에 따르면 전주 한옥마을을 비롯한 국내에는 모두 11곳의 국제 슬로시티가 지정돼 있다.
슬로시티는 5년마다 재 인증 심사에 들어가는 데 전주의 경우 지난 2010년 10월 지정된 이후 내년 10월이면 만료돼 11월 재평가에 들어간다.
2010년 전주 한옥마을의 국제슬로시티 가입은 700여 채의 한옥과 전통문화체험 등 가장 한국적인 전통문화 원형이 담겨있다는 이유로 지정이 된바 있다.
당시 전주한옥마을의 경우 국제슬로시티 요건인 인구 5만명 이하의 도시에 해당하지 않아 인구 65만의 전주로서는 가입 자체가 불가했다.
하지만 한옥마을로 국한했을 경우에는 슬로시티 가입 조건이 충분히 충족됐고 이에 대한 가입 가능성의 여부를 타진 긍정적 메시지를 받으면서 지난 2010년 슬로시티 가입이 최종 승인됐다.
그러나 슬로시티 본부 측은 국내 유일의 슬로 시티 한옥마을이 현 상태로는 재지정이 어려운 상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전날 국제슬로시티 포럼에 참석한 뒤 이날 슬로시티 연맹 회원들과 예비 답습 차 전주 경기전과 한옥마을 일대를 둘러본 한국 슬로시티 본부 장희정 사무총장(신라대학교 국제관광학과 교수)는 “당시 지정됐을 때보다 상업화 위주로만 발전이 돼 슬로시티 취지에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주 한옥마을은 슬로시티 지정당시 100개였던 상업 시설들이 현재는 3배이상 늘어난 360여개에 달하고 있다.
장 사무총장은 또 “슬로시티의 가장 큰 여건은 주민들과의 협의체 구성인데 전혀 시는 상인이나 주민들과의 협의체 구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슬로시티 세미나를 열어도 전주에서는 주민들이 아닌 관광해설사 들만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부분을 개선해야 내년에 한옥마을이 재지정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그만큼 전주 한옥마을에는 관심과 애정이 있다”고 덧붙였다.
슬로시티 본부 손대현 이사장(한양대 관광학부 명예교수)는 “시에서 한옥마을 개선대책을 마련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아울러 경기전 개방이 아닌 성지화 등의 문제도 해결하는 등 노력을 한다면 내년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백세종기자
http://jeollailbo.com/news/general_view.php?code4=SO0100002&An=438975
도시형슬로시티 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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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맑고 경치 좋은 곳을 사나흘 정도 걸으면 보약 한 재 먹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며, ‘아픈 몸이 아프지 않을 때까지 가자’라는 시구를 읊조리며 수많은 길을 걸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대한민국뿐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걷기 열풍, 슬로시티(slow city) 운동이 일어나고 있었다.”(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
‘걷기의 달인’으로 불리는 신정일 걷기모임 이사장은 빠른 것에 익숙해진 세상에서 느리게 걸으면서 여러 사물을 만나게 되고, 결국 내가 나를 만나게 되는데 이것이 걷기의 매력이라고 극찬한다.
속도와 경쟁, 생산성이 강요되는 빠른 사회에서 벗어나려는 이들이 많다. 유유자적하며 느리고 여유 있게 사는데 가치를 둔다. 이런 시도가 슬로시티 운동이다.
6월말 현재 29개국 189개 도시가 슬로시티로 지정돼 있다. 우리나라 슬로시티는 ‘느려서 더 행복한 섬’ 증도(신안군)와 청산도(완도군) , 차 재배지로 세계 최초인 악양면(하동군), 한옥마을(전주시) 등 11곳이다. 애초 12곳이었지만 장흥군 유치면은 요건 불비로 탈락했고 증도는 지난 1일 재인증을 받아 회생했다. 국제슬로시티연맹은 인구와 환경, 유기농 생산과 소비, 전통음식과 문화 보존, 차량통행 제한 및 자전거 이용, 패스트푸드 추방 등 까다로운 가입조건을 규정해 놓고 있다.
문제는 내년 11월 재인증을 앞둔 전주 한옥마을이다. 한옥마을은 2010년 슬로시티로 지정됐지만 상업시설이 지정 때보다 3배 이상 늘어나는 등 급격한 상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700여채 중 366곳이 상업시설이니 한 집 건너 음식점, 커피숍, 전통찻집, 숙박시설 등인 셈이다. 고즈넉한 정취는 사라지고 기존의 자생적 문화인력들은 상업자본에 밀려났다.
한옥마을이 기왓장만 얹어져 있을뿐 패스트푸드로 도배된 상업시설로 채워져 있다면 신시가지나 다름 없고 생명력도 길지 못할 것이다. 슬로시티는 전통 보존, 지역주민 중심, 생태주의 등 3대 가치를 추구하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모색한다. 그런데 이젠 이런 가치를 찾기가 어렵다. 슬로시티 재지정을 앞두고 고민이 많을 것이다. 그 여부를 떠나 한옥마을의 정체성 만큼은 회복돼야 한다. 그리고 한옥마을 같은 도시형 슬로시티는 특화된 인증기준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증도나 청산도의 기준을 한옥마을에 적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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