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것은 쓸쓸한 거였다
누군가를 위해 한 발짝 물러선다는 것은
자신은 내내 외로움을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곁에 두지 않는 법이라고
- 변명 / 이정하
죽은 식물과 동물의 냄새가
내 얼굴에 배어 있다
조금만 햇빛을 쬐어도
슬픔이 녹색 플랑크톤처럼
나를 덮는다
- 인공호수 / 진은영
나는 잊지 않았어요
나는 아직 사랑해요
그댈 마주한 것만으로도
그냥 이렇게 또 무너지고 마네요
- Undo 中 / Casker
사랑의 시작은 그래요.
어떤 이상적인 호감의 대상이 한 번 내 눈을 망쳐 놓은 이후로
자꾸 내 눈은 그 사람을 찾기 위해 그 사람 주변을 맴돌아요.
한 번 본 게 다인데 내 눈은 몸쓸 것으로 중독된 무엇처럼
그 한 사람으로 내 눈을 촉촉하게 만들지 않으면
눈이 바싹 말라 비틀어질 것 같은 거죠.
- 끌림 中 / 이병률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 멀리서 빈다 / 나태주
먹지도 않은 생선 가시가
목에 걸려있는 것 같다
그것도
늘
- 상처 / 원태연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 한 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
내 차례에 못 올
사랑인 줄은 알면서도
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라
자 그러면 내게
어여쁘소서
- 이런 시 中 / 이상
나는 그 여자가 혼자
있을 때도 울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는 내가 혼자 있을 때 그 여자의
울음을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 여자의 울음은 끝까지
자기의 것이고 자기의 왕국임을 나는
알고 있다
나는 그러나 그 여자의 울음을 듣는
내 귀를 사랑한다
- 그 여자의 울음은 내 귀를 지나서도 변함 없이 울음의 왕국에 있다 / 정현종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푹 가리지만
보고픈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수 밖에
- 호수 / 정지용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
아무것도 아무것도 품지 않는다
헛되이 던진 돌멩이들,
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쩡 날아오른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 천장호에서 / 나희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