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뉴스 이상지 기자] MBC ‘복면가왕’이 매주 화제다. 가요와 예능을 접목한 ‘나는 가수다’로 돌풍을 일으킨 바 있는 MBC 예능국은 또 하나의 걸출한 가요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을 탄생시켜 시청자들을 열광케 하고 있다.
‘복면가왕’의 재미는 지명도나 인기도 등을 완전히 배제한 채 오로지 가창력과 개성으로 승부를 한다는 데 있으며 동시에 복면을 벗은 뒤의 의외의 반전에 기인한다. 매주 이 방송은 화제를 낳고 그 화제의 중심에 선 ‘가왕’들은 시청자들의 뒷골이 서늘한 반전드라마를 쓴다.
시크뉴스는 ‘복면가왕’ 담당 PD 민철기와 제작 뒷얘기에 대해 일문일답을 나눴다. <편집자 주>
“다들 아이돌이라고 치부하고 퍼포먼스만 보기엔 아까운 가창력의 소유자들이다. 여자 아이돌 중에는 에프엑스 루나, EXID 솔지, 아이유, 씨스타 효린, 에일리, 에이핑크 정은지, 소녀시대 태연 등이 떠오른다. 남자 아이돌은 B1A4 산들, 비투비 육성재, 빅스 캔, 슈퍼주니어 규현, 엑소 첸, 비스트 양요섭, FT아일랜드 이홍기가 노래를 참 잘한다”
2. 방송 초반과 지금의 방송을 비교해봤을 때 가면이 점점 화려해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재료들의 구입처와 대략적인 가격을 알고 싶다.
“제작진이 직접 제작하지 않고 따로 만드는 업체가 있다. 가면 디자이너가 있고 가격은 대략적으로 공개하기가 어렵다. 인건비가 있어서다. (행간의 의미로는 비싸다는 게 수백만 원대로 예상된다)”
3. 클레오파트라가 화제다. 앞으로 그의 정체를 밝히기보다는 그의 무대를 더욱 즐기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를 위한 특별 무대를 꾸밀 계획은 없는지?
"항상 무대의 공정성을 염두에 두기에 그를 위한 특별한 무대는 계획에 없다. 떨어지고 나면 다른 출연진들과 마찬가지로 그 무대로 끝이다. 모든 가수가 동등한 입장에서 무대에 선다고 보면 된다."
4. 어머니는 자외선이 싫다고 하셨어, 킬리만자로의 표범, 뚜껑열린 압력밥솥 등 재미있고 창의적인 출연진들의 이름이 재미를 더한다. 이름에 얽힌 뒷얘기를 알려달라.
“‘어머니는 자외선이 싫다고 하셨어’는 가면 디자이너가 만든 완성품을 보고 제작진들끼리 이야기한 것이다. 아줌마 콘셉트의 독특한 가면 디자인을 본 제작진들 사이 ‘이거 뭐 아줌마들 산보 나갔을 때 쓰는 것 같다’는 말에서 나온 이름이다. 그냥 어머니들 등산 나가실 때 모습을 언어적으로 형상화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이름도 바람돌이 느낌의 가면에서 착안한 것이다. 디자이너가 만든 완성된 가면을 보고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떠올라 붙여준 이름이다. 윤형빈이 정체가 밝혀지고 나서 가면 이름에 맞게 즉흥적인 코멘트로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고 말해 프로그램에 재미를 더하기도 했다.
‘우리 집 강아지 해피’는 원래 그 이름이 아니었다. 박준면 씨가 리허설을 하는데 노래를 부르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즉흥적으로 바꾼 이름이다. 해피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우리 집 강아지 해피가 연상되는 느낌으로 지은 것이다.
이런식으로 보통 출연자들의 이름은 미리 짓기도 하기도 하지만 리허설 현장을 보며 캐릭터에 걸맞게 조율하기도 한다. 이때 사람들이 기억하기 쉽게 재미있는 캐릭터를 부여하는 게 중요하다. 무대 위 연예인을 가면을 쓴 캐릭터로 바꾸는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가면 이름에 이처럼 공을 들였던 것은 아니지만 재미있는 이름에 흥미를 느끼는 시청자들의 반응에 점점 더 신경을 쓰게 됐다”
5. 지금까지 방송된 것 가운데 민 PD가 생각하는 최고의 무대는?
“뭐니 뭐니 해도 클레오파트라와 배다해의 ‘The phantom of the opera(오페라의 유령)’이다. 탤런트 김슬기와 모기향 필 무렵의 ‘그날들’ 듀엣 무대와 강균성과 아이비의 ‘대낮에 한 이별’도 참 좋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건 조장혁이 ‘제발’을 애절하게 불렀던 무대다. 솔로곡 중에서는 가장 임팩트있는 무대가 아니었나 싶다. 내가 들국화 무대를 보고 자란 세대여서 그럴지도 모른다”
6. 그동안의 서바이벌 음악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무대를 구성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특히 남녀 혼성 듀엣 무대를 통해 출연진들의 목소리가 아름답게 융화되는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것이 시청자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사전 계획에서 출연진들 간의 목소리 궁합을 계산하고 대결 구도를 붙이는 것인지?
“대결구도를 붙이는 것은 복불복이다. 남-녀, 남-남, 여-여 등 다양한 성의 조합으로 짝을 짓는다. 단 이때 음색을 고려하긴 한다. 듀엣 무대를 꾸미는 것은 타 음악 프로그램들과 차별화된 형식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숱한 프로그램들이 보여준 솔로 곡 대결구도와 차이점을 주기 위해 듀엣 무대를 구성했다. 이런 방식의 무대를 꾸몄을 경우 솔로 곡을 했을 때와 다른 맛도 있지만 가수의 존재를 감추기가 한결 쉽다. 가수 특유의 목소리를 감추기가 쉽기 때문이다. 고음 배분과 특성을 고려해 가수들에게 파트를 나눠 준다”
7. 연예인 판정단의 판정이 지나치게 길다는 의견이 있다. 여기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이 있을 수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판정단의 분량이 작아지면 다른 음악 프로그램들과의 차별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 프로그램의 포인트는 ‘음악이라는 매개로 가수들이 가지고 있는 진정성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엄숙하게만 가는 서바이벌과는 다른 예능성이 강조됐다.
예를 들면 일상생활에서 일어난 일들을 TV에 옮겨 놨다고 생각하면 쉽다. 친구들끼리 카페에 둘러 앉아 “이거 누구 노래 같지 않아?” 보통 이런 대화들 많이 하지 않나? 이건 음악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또 가수의 정체를 알 수 있는 것은 나이에 따라 차별성이 존재한다. 10대~20대 젊은층은 옛날 가수들이 나오면 잘 모른다. 반면 40~50대는 전인화는 알지만 블락비는 모른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모든 연령층을 위해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시청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시청자들은 연예인 판정단의 추리 과정에 동참하면서 맞추는 재미를 주는 것이다. 틀리면 반전의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이런 내용이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변별성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방송된 개코나 윤희경이 1라운드에서 떨어졌다고 절대 기분나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승패와 상관없이 무대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게 가장 다른 점이다.”
[이상지 기자 [email protected] / 사진=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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