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크라운제품 많이 끼워팔아 '눈총'…공정위 '수수방관'에 소비자만 '골탕'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회사원 김정환(35) 씨는 지난주말 경기 광명시에 있는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들어갔다가 진열대에 있는 '허니버터칩'을 보고 얼른 집어 들었다.
그동안 다른 마트나 편의점에서 구할 수 없었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집어든 허니버터칩 뒤에는 '카라멜콘 메이플'이라는 낯선 과자가 테이프로 붙어 있었다.
카운터에 있던 편의점 직원은 "허니버터칩을 사려면 붙어 있는 과자도 같이 사야 한다"며 "5개까지 묶어 파는 곳도 봤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김 씨는 왠지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허니버터칩을 언제 또 구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각 1천500원씩 총 3천원을 내고 제품을 샀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허니버터칩은 출시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편의점과 중소 마트 등 일부 유통 채널에서는 이런 점을 악용해 비인기 제품과 함께 묶어 파는 '끼워팔기'를 이어가고 있다.
판교에 사는 양승희(30·여)씨도 한달 전 동네 마트에서 허니버터칩에 꼬깔콘, 그리고 이름도 생소한 다른 과자까지 모두 3개 묶음으로 돼 있는 제품을 구입했다.
양 씨는 "나머지 두 과자를 반도 안 먹고 버릴 때가 많으니 사실상 2∼3배 가격을 주고 허니버터칩을 사는 것"이라며 "그래도 먹어보고 싶으니 속아주는 셈 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주민 박진광(30) 씨는 "여태까지 허니버터칩을 끼워팔기가 아닌 것으로 먹어본 적이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유통업체나 제조업체가 제품을 묶음으로 판매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실제로 대형마트에서 특정 제조업체의 과자를 네댓 개 묶어 저렴하게 판매하는 일은 익숙한 풍경이다.
그러나 품귀 현상을 빚는 허니버터칩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일반적인 묶음 판매 제품은 낱개로도 구매할 수 있지만, 허니버터칩 묶음 판매는 같이 묶인 제품을 사지 않으면 허니버터칩을 단품으로 구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돼 사실상 '강매'로 느껴질 수 있는 대목이다.
허니버터칩 끼워팔기를 두고 일부 누리꾼이 '허니버터칩 인질극'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같은 불만을 반영한다.
제조업체인 해태제과와 유통업체는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유통업체 점주 개개인이 제품 인기에 편승해 매출을 올리려고 하는 것 같다"며 "제조업체에서 책임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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