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알고도 아무 조치 안 해
제2 살균제 가습기 사건 막기 위해 올해부터 화학물질 2000종 조사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에 든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처럼 흡입할 경우 폐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독성 물질이 다른 국내 방향제와 탈취제 제품에 쓰였다는 사실이 정부 용역 조사 결과 드러났다. 간·신장 등 다른 인체 장기에 독성을 일으키는 물질과 발암물질도 방충제 등에 사용됐다. 비단 가습기 살균제뿐 아니라 이 같은 유해물질이 든 방향·탈취·방충제 등 다른 생활용품을 사용해서 건강에 악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사실을 1년 전 확인했으면서도 이들 유해 화학물질을 아직도 사용 금지 조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탈취제·방향제에 유독물질 포함
3일 본지가 입수한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의 '살(殺)생물제 안전성 평가기법 도입 연구' 보고서(2015년 4월 발간)에 따르면, '2-메틸-4-이소티아졸린-3-온'이라는 화학물질은 흡입할 경우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줘 환경부가 지정한 '유독물질'이지만 국내 판매된 탈취제·방향제 제품에 원료로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탈취제를 뿌리거나 방향제 냄새를 맡는 과정에서 이 유독물질이 체내 흡입됐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외에도 흡입 시 폐렴과 심폐정지, 급성 호흡곤란증후군을 유발하는 '클로록실레놀'과 신장·간에 독성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인 '나프탈렌' 등 유해 화학물질이 탈취·방향·방충·소독제 등에 쓰였다고 보고서는 밝혔다표〉. 이 정부 용역을 수행한 ㈜켐토피아는 당시 "국내 171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등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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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호 기자 손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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