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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돌림판 | 인스티즈

지구를 점령한 것치곤, 외계인의 요구는 간단했다.


[ 우리 별에 심을 동물을 하나 가져가겠다- ]


지구를 단번에 정복한 외계인의 초능력이란 것은, 이번에도 전인류의 머릿속에 직접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인류는 외계인의 요구를 한 번에 이해했다.
지구에 존재하는 무수한 동물들 중, 한가지 동물을 통째로 자기별로 옮기겠다는 뜻이었다. 한데 그것을 정하는 방식이란게-


" 돌림판?? "


도시 한가운데 대관람차 만한 크기의 거대한 돌림판 하나가 세워졌다. 누가 보면 마치 예능 프로그램이라도 찍을 것 같은 그 돌림판엔, 한가지 이름만이 적혀 있었다.


[ 인간 ]


인류는 황당했지만, 상황은 간단하지가 않았다. 만약 저대로 돌림판을 돌린다면 무조건 인간이 당첨될 판이었다. 다행히도, 외계인은 시간을 주었다.


[ 1시간 후에 돌림판을 돌려 선택된 종을 우리 별로 가져가겠다. 그때까지 돌림판을 완성하라- ]


인류는 바빠졌다.


" 어, 어서! 어서 돌림판에 다른 동물을 추가해야 합니다! 인간을 대신할 동물들을 추가합시다! "


그러자, 돌림판에 가장 가까이 있던 사람들 중 누군가가 소리쳤다!


" 쥐! 쥐를 추가합시다! 쥐! "
" 맞아! 쥐를 외계인에게 주자고! "


돌림판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이 다같이 동의를 표하자-, 돌림판이 빛에 휩쌓이며 '쥐'라는 칸이 저절로 추가되었다!


" 아! "


이제 인간과 쥐가 정확히 반반의 칸을 가지게 되었고, 이대로 돌린다면 50% 확률로 둘 중 하나가 당첨될 판이었다.
사태를 파악한 인류는 당연한 말을 떠들었다!


" 경우의 수를 최대한 늘려야 합니다!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들을 최대한 많이 올려놔야 합니다! 그래야 인간이 삽니다! "


그때부터 사람들은 급히 동물들을 추가하려 했지만, 신중론을 펼치는 이들이 있었다.


" 잠깐! 그렇게 막 올리면 안 됩니다! 쥐만 해도 지구에 얼마나 중요한 동물인데! 만약 지구에서 쥐가 사라진다면 얼마나 큰 혼란이 벌어질지 아십니까?! "


하지만 금방 그들의 말은 무시당하고, 뒤로 쫓겨나야만 했다.


" 지금 인간이 끌려가게 생겼는데, 그깟 걸 신경 쓸 때요?! 시간도 없구만! "


그들을 대신해 돌림판에 몰려든 사람들은 빠른 속도로 칸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초반에 불려진 동물들은 사람들이 쉽게 동의가 가능한 동물들이었다.


" 뱀! 박쥐! 스컹크! 개구리! 도마뱀! 두더지!. . . "


빠른 속도로 많은 동물들이 돌림판에 추가되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불안했다.


" 시간이 없습니다! 인간이 뽑힐 확률을 현저히 줄여놔야 합니다! 더더 많은 동물을 추가해야 합니다! "


이제 사람들은 아예 생각나는 대로, 막 부르기 시작했다.


" 코끼리! 하이에나! 토끼! 원숭이! 악어! 캥거루!. . . "


인간들은 살기 위해서 무슨 동물이든지 다 불러댔다. 어떤 동물이 지구 상에서 사라지게 되는지는 상관없었다. 그냥 인간만 아니면 됐다.
그렇게 불려진 이름들은 대부분 사람들의 동의를 얻으며- 빠른 속도로 돌림판이 채워져나갔다.


한데 한참 돌림판이 채워지다가- 처음으로, 한가지 동물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 개를 추가하지 않았소! 어서 개를 추가 합시다! "
" 개? 자, 잠깐! 잠깐만, 개는...! "


돌림판에 몰려든 모든 사람들이 동의해야만 돌림판은 빛을 발했기 때문에, 몇몇의 사람들이 애매하게 망설이자 돌림판 채워지기 작업이 멈춰지고 말았다. 그들의 주장은 그러했다.


" 개는 좀...! 개는 인간의 영원한 친구인데, 개는 그래도 열외 합시다! "


다른 사람들은 답답했다!


" 개라고 뭐 특별할 게 있다고?! 다른 모든 동물들을 다 추가한 마당에 개만 추가하지 말자고?! "
" 그, 그래도... "


개를 사랑하는 그들을 질타하는 이들의 논리는 하나였다.


" 그럼 당신네들 말은, 개가 인간보다 소중하단 말이야?! 인간이 다 죽게 생겼는데! 뭐가 됐든 다 채워 넣어야지! "
" ... "


결국 개도 돌림판에 추가되었다. 개가 추가되자 자연스럽게 고양이도 추가되었다.
한데, 얼마 안 가 또다시 돌림판 채우기가 멈춰지고 말았다.


" 소? "
" 소...? 음... 소는~ "


사람들은 잠깐, 소가 사라진 세상을 상상해봤다. 개 때랑은 달랐다. 소를 돌림판에 추가하는 것에는 반대하는 이들이 정말 많았다.


" 소는 제외해야 하지 않을까...? "
" 소 하나가 이루고 있는 경제 규모가 얼마나 큰데... 만에 하나 지구 상에서 소가 사라진다면, 심각한 쇼크가 올 거야! "


" 뭐?! 개까지 추가한 마당에 소는 안된다고?! 소도 당연히 추가해야지! 그럼 소는 뭐, 인간보다 중요합니까?! 일단 인간이 살고 봐야지!! 소도 무조건 올립시다! "


" 물론 소가 인간보다 중요한 건 아니지만... 이미 돌림판도 많이 채웠는데 소 하나 정도는 빼도 되지 않나...? "


개 때랑은 달랐다. 소의 열외를 주장하는 이들은 많았고, 그들은 주장을 굽히지도 않았다.


" 시간이 없습니다! 이럴 시간에 차라리 다른 동물을 추가합시다! "
" 이익...! "


결국 소는 열외 됐다. 소가 열외되자 돼지도 열외 됐고, 닭도 열외 됐다.
누군가는 궁금했다.




" 인간에게 있어 개와 소의 차이가 뭐지? 인간은 왜, 개는 포기 할 수 있고, 소는 포기 할 수 없다는 거지? "




사람들은 그 물음에 답해줄 시간이 없었다. 몇몇 가축들이 제외되고 나자, 그 다음부터는 불려지는 동물은 무엇이 됐든 무조건 동의해 올렸다.
주어진 1시간이 지났을 때, 돌림판은 정말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다. 저 정도라면 돌림판을 돌려도 인간이 걸릴 확률은 정말로 낮아 보였다.


그제야 사람들은 조금 아쉬워했다.


" 아~ 개는 뺄 걸 그랬나? "
" 고양이도 말야. 그리고 말은 또 왜 넣은거지? 말이 사라지면 경마는 어떻게 하라고? "
" 거참~ 칠면조가 사라지면 추수감사절은 어떻게 보내나? "


후회는 늦었고, 어느새 외계인은 하늘 위로 나타났다.


[ . . . ]


목록을 훑어본 외계인이 손을 한번 휘젓자-, 돌림판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 드르르르륵-! '


" 아...! 돈다! "


인류는 긴장한 얼굴로 돌림판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서서히 돌림판의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고-, '인간'에 가까워지고-!


" 아, 안돼...! "


멈출 듯 말 듯-! , 아슬아슬하게 '인간'을 통과해 넘어갔다!


" 휴우~! "


얼마 안가 바로 멈춰진 돌림판은 한 칸에서 멈춰졌고, 그 칸에 속한 동물은-!


[ 개 ]


" 아! 하필! "


많은 사람들이 탄식했다.
반려견을 안고 있던 이들은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외계인이 손을 한번 휘젓자-,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개가 빛에 휩쌓여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 아아! 안돼! "


수많은 애견인들이 눈물을 흘렸고, 많은 이들이 착잡해 했다.


" 쩝.. 개는 뺏어야 했는데... "
" 그래도 개가 희생하지 않았다면, 인간이 됐을 수도 있어! "
" 휴~ 고양이가 아니라 다행이네... "


인류 전체가 안타까움과, 허탈함과, 상실감과, 안도감과, 무력감과, 복잡한 감정들로 가라앉아 있을 때-.
외계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 나머진 필요 없다- ]


" ...... "




외계인에게 있어, 자기 별로 이식할 '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필요가 없는 존재였다.
인류는 후회했다. 가장 유리했던 기회를, 스스로 가장 불리하게 만들었을 줄이야.


참 개같다. 오직, 개들만이 살아남았다.









http://todayhumor.com/?panic_89749]

와... 읽으면서도 감탄했는데 마지막 문장 읽고 나니까 머리 속을 8톤트럭이 치고 지나간 기분 모바일
5일 전  6:51 l 스크랩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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