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은 잠재적 산업스파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 말이 영향을 미친 걸까?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이 진행한 2019학년도 사전 입학 전형에서 중국의 수험생이 한 명도 합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MIT가 의도적으로 중국 출신 학생을 배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중국 학생의 미국 명문대 입학이 전보다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MIT는 매년 사전 입학 전형을 통해 700명의 학생을 뽑는다. 내신 성적, 유학준비 정도, 희망 전공 등을 중심으로 평가하는데 올해는 세계 각국 9600여명의 학생이 이 전형에 지원했다. 지난해까지는 중국 본토 출신 학생들이 늘 몇 명씩 사전 입학 전형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올해는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 중 MIT 사전 입학 전형에 합격한 학생이 아무도 없었다. 중국 국적 학생이 5명 있긴 했지만 이들은 모두 미국에 조기 유학을 와 미국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이었다.
충분히 이유가 있는 추론이다. 얼마 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백악관에서 모든 중국인 유학생의 미국 대학 입학을 금지하는 방안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방안에 대한 논거 중 하나로 중국인 유학생이 스파이 행위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거론됐는데, 토론 끝에 입학 금지는 지나치다는 지적이 우세해 실행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중국인 학자나 유학생이 미국 비자를 발급받는 일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 정부는 지난 6월부터 로봇, 항공, 첨단 제조업 등의 분야를 연구하는 중국인 유학생의 경우 비자 유효 기간을 기존 5년에서 1년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중국 제조 2025'를 비롯한 중국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 정책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학생의 미국 명문대 합격률이 낮아지는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는 이들도 있다.
미국 대학은 리더십, 시민 의식 등 이른바 '소프트 스킬'을 중요하게 평가하는데, 중국 학생들은 입학 전뿐만 아니라 대학 재학 중에도 성적을 올리는 데만 집중할 뿐 소프트 스킬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 대학에는 중국인 학생이 많이 진학해 있는데, 미국 내 외국인 유학생 중 3분의 1은 중국인일 정도다.
중국 선전의 교육업체 대표인 쑨뤼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학생이 미국 명문대에 합격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소프트 스킬이 부족하다는 평판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녀가 어릴 때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MIT 파동'이 미중 갈등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학생들의 실력으로 인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중국인 학생들에게 미국 대학의 문턱이 높아져 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양국 간 최근 대립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