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창 쏟아지는 뜨거움 무뎌지는 차가움
앙다문 입 갈리는 이 떨리는 몸짓 날리는 마음짓
익숙해진 몸살 기운이 오늘따라 쓰다.
어머니-부르면 목울대가 녹아내릴 만큼 쓰다.
<빈방, 나선미>
너 훌쩍이는 소리가
네 어머니 귀에는 천둥소리라 하더라.
그녀를 닮은 얼굴로 서럽게 울지 마라.
<네가 어떤 딸인데 그러니, 나선미>
숙아, 너 예뻐 정말 예뻐 늘어진 배에 패인 산호초도
가닥가닥 머리칼에 피어난 안개꽃도
눈가에 우아한 웃음 주름도
너는 끔찍이 싫다지만 그거 정말 예뻐 숙아,
너는 알까
네가 좋아하는 아카시아 향보다 포근한 게 네 존재인데
숙아, 너는 부르기도 서럽다
서러워서 목이 메어 마구 불러주고 싶은데 말이야
숙아, 우리 늘 행복하다고 속여 왔잖아,
이제 진짜 행복하자 부디 그러자 숙아.
<2015. 여름. 엄마에게 , 나선미>
"다음생에는…" >
엄마는 습관처럼 이생을 탓하고, 다음 생을 기대하게 했다.
벌써 여섯번째 찢어진 바지를 꿰매주다가도
일곱시면 퇴근하신 아버지와 함께 첫 끼니를 먹다가도
모르는 아이의 인형의 집 옆에 내가 만든 모래성이 무너지면
"……꼭 부잣집에 태어나." >
엄마는 지금쯤 다음 생에 도착했겠지.
나는 앞으로 딱 이십육 년 만 살다 갈게
'엄마가 부잣집에 있어줘.'
<우리 엄마 해줘, 나선미>
당신이 스물한 살- 배가 덜 갈라졌을 때
아이엠에프가 당신의 기둥과 함께 터지기 전
머리숱은 지금과 달리 풍성하고 미간 사이가 평평했을 때
옷장 속에는 공짜로 받은 거적때기 말고 짙은 청색의 스커트와 노란 스카프가 걸려 있을
그때의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나를 후회하지 않을까, 엄마.
<나는 아무래도 괜찮아, 나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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