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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그랑- 투두둑- 탕탕탕- 쨍그랑-!
관심 받을려고 하는 짓. 경수야 날 알아줘
[너….]
[응. 경수야-]
[시끄러워…. 진짜.]
[좀 이해해줘, 흐으…]
[뭐?……. 야, 너 손….]
[흐으…. 하…….]
[…뭐가, ㅁ…뭐가, 문젠데. 말해…봐…, 찬여…,]
[조용히 해 줘…. 넌 날 이해 해 줄 수 없어…. 나한테도 시간이 필요해…, 경수야….]
[…….]
[경수야…. 도경…수. 경…수…, 흐으-. 가, 제발, 가….]
[…….]
사실은 다 빈 말이다. 관심 받고 싶은 난 경수에게 없는 말 다 뱉고. 관심 받고 싶은 날 알아줘, 경수야.
난 경수보고 날 이해해달라고 부탁 할 필요도 없다. 경수는 충분히 날 이해 할 수 있다.
난 경수한테서 뺏긴 시간은, 전혀. 네버. 없다. 경수야 떠들어줘. 넌 날 이해 할 수 있어. 경수야, 가지마. 내가 있잖아…. 가지마……. 안아줘, 안아줘…, 경수야….
나도 날 이해 할 수 없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깨지는 컵과 접시. 떨어져 나오는 파편들. 천천히 손가락에서 떨어지는 피…. 뚝. 투둑.
아. 아프다. 내가 통증을 느낄 수도 있어, 경수야. 나 많이 컸어. 어제만 해도 커터 칼로 내가 손을 긁어도 안 나왔는데.
흐흐- 경수야. 나 숨 쉬기 싫어…. 이 피가 안 멈췄으면 좋겠어. 경수야-. 빨리 나 안아줘…….
우리 경수…. 도경수…. 잘 생긴 도 경 수 ……. 경수야…, 잘 생긴 얼굴 찌푸리지 마…….
나 안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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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는 나가지 않았다. 내가 오열하면서 가랬는데, 경수는…….
내 등을 토닥토닥대며 날 달랬다. 우리 찬열이 누가 이렇게 만든거야. 찬열아, 힘들어? 무슨 일인데 그래. 나한테도 좀 말해줘…….
우리 컵이랑 접시들은 왜 깬거야. 너 혼날래? 박찬열. 진짜 너……, 형……, 울지말라고…….
경수야……. 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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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
CAD 뉴스
서울에 거주중인 한 남성 (21) 이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했습니다. 사망 추정 시간은 어젯 밤 (11월 10일) 오전 12시 30분으로 추정되며, 남성보다 체구가 작은
올해 수능생 (19) 즉 미성년자 남학생과 거주중이었는데, 수능생 도모씨는 박모씨 (사망자) 와 연인 관계였으며 어젯 저녁에 집 안 부엌 물건 몇몇개를 깨 부쉈다고 합니다.
도모씨는 정신이 혼잡한 박모씨를 달랬는데, 그 이후로 잠들고, 눈을 뜨니 옆에 있어야 할 박모씨가 없어 거실로 나갔는데 바닥엔 새 빨간 피가 튀겨져있었고 고개를 올리니
박모씨가 TV 앞에 쓰러져있었다고 합니다. 손목엔 커터 칼이 꼽혀있고, 거실 바닥에 뭔가 적힌 A4용지가 있었다고 하네요. 그 A4용지가 박모씨가 남긴 유서입니다.
유서엔 도모씨에게 편지를 쓴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유서라고 하기에도 부적절하네요. 연인 도모씨에게 전하는 편지 꼴 입니다.
도모씨는 사람들이 자신과 박모씨를 이상하게 볼까 봐 이 사건을 퍼트리지 말고 그냥 조용히 처리 하겠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동성에 대해 비난 하지 않고, 사건과는 딴 판인 도모씨에게 얼마 남지 않은 수능 잘 보라고, 응원을 하시고
이 사건으로 인해 도모씨는…… (생략)
CAD 뉴스 김준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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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일
CAD 뉴스
3일 전에 자살한 박모씨와 거주중이었던 수능생 도모씨가 수능 후 자살시도를 하였습니다.
발견한 사람은 도모씨의 친구 오모씨입니다.
[아니……. 저는 수능도 끝났다 싶어 경수네 집에서 놀려고 찾아갔는데 문을 안열어 주는거에여. 아마 한 10분? 정도 기다렸을 거에여. 아무 소리도 안나길래
저번에 가르쳐준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갔는데 저 완전 놀랬잖아요. 경수가 막 목을 매고…. 아……. 저 여기까지 하면 안돼나여…? 너무 충격적이여서. 죄송합니다…. 그, 근데 경수가…, 원래 공부 잘 하는 쪽이어서 이번에 수능 점수도 엄청 잘 나왔을 거에여…. 겨, 경수는 좋은 곳 갔을 거에여…. 흐윽- (이하 생략)]
도모씨의 집을 수색하던 도중 도모씨의 책상 위에 있는 달력에 메모를 발견했는데,
13일에 [안녕.] 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이건 오늘 숨통을 끊는 다는 통보인거 같, 습니다.
그리고 도모씨는 오모씨의 말 대로 수능 만점자…, 네요….
아무도 모르는 이유로 자살을 선택한 도경수 학생에게 명복을 빕니다.
이, 이상…. CAD 뉴스 김준면 기자… ,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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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사랑하는 내 경수.
경수야 우리 경수 내가 제에에에-일 좋아하는 우리 경수야. 나 찬열이. 네 찬열이.
오늘 아침에 나는 화난 것 보단 미친 것 같아. 네 예쁜 얼굴도, 그런 니 품도. 보고 만질 수 없을 거 같아 두려워서…. 두려워서 그랬어…, 경수야….
지금 울고 있지만…. 다 자는 시간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다시 만날 거 라고 믿어.
아마 이 종이엔 내 눈물이 묻지 않을 거야. 우리 경수 이거 읽다가 울지마라고….
경수야…. 우리경수…. 나 숨 쉬기 싫어…. 그냥…. 하루하루가 괴로워, 경수가 안아줬으면 좋겠어.
경수야 날 알아줬음 좋겠어. 니가 아무 이유 없이 아픈 나를 알아줬음 좋겠어…….
사실 나, 아니다. 경수야 생긴 거라곤 볼품 없는 흰 종이지만 잘 보관해줘.
그리고 우리 경수 나 없어도 잘 살수있잖아. 그치? 저번에 혼자 잘 잤잖아.
무섭거나 내 생각 나면 엄마 계시는 쪽으로 올라가. 경수야 수능 남은 시간 동안 공부 열심히하고
알겠지? 그럼 나 굿바이 인사한다?? 경수야 안녕…. 경수야…
나중에 봐. 나 보러 와. 경수야. 기다릴 게.
알겠어. 나 곧 가. 기다려,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