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석투어에서 근무하는 썰 1
여러분.
미생 알죠?
미생.
왜.
요즘 케이블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드라마 있잖아여.
임시완이랑 예쁜 소라 언니 나오는 그 드라마.
그거 보면서 몇몇 등장인물 때문에 부들부들하신 적.
많으시죠?
아무리 드라마라도 그렇지.
저건 좀 너무한데?
싶으신 적.
한 번 쯤은 있으시죠?
없으시다고여?
그러면 할 수 없죠.
근데 제가 놀라운 거 하나 여러분들한테 알려드릴까요?
전 그보다 더한 일을!
벌써 일 년이 다 되도록 겪고 있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짓말 같다고여?
뻥 같으시다고여?
저도 차라리 뻥이었으면 좋겠네여.
ㅎ...
^^...
먼저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를 밝히겠습니다.
저는 이 글을 통해 미생의 소수 캐릭터 및 미생의 제작진을 비하하려는 목적은 결코 없습니다.
단지 저는, 저희 회사의 악질 몇 명을 고발하고 싶을 뿐입니다.
여러분이 이 글을 통해 고졸 취업자의 가슴 아픈 현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시작할까요?
시발!
음.
그럼 이제부터 할 말 존나 많으니까 음슴체 가겠음.
나는 지금 스물이고 실업계 고등학교를 나왔음.
난 거기서 나름 전교권이었고, 때문에 선생님들이 삼 학년 때부터 면접 지도를 많이 해주셨음.
나는 관광홍보학과 출신인데 내가 진심으로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여기로 진학한 건 절대 아니었고, 그냥 취업의 폭이 넓은 것 같아서 별 생각 없이 입학함.
사실 항공학과 가고 싶었는데 내신이랑 키가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삼 년 동안 여기 다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슬픈 얘기는 이 쯤에서 접어두고.
본격적으로 더 슬픈 얘기에 들어가보겠음.
반 년 정도 면접 지도를 받고, 이 학기 때부터는 여러 회사에 이력서를 보냈음.
가지고 있는 자격증도 많아서 서류 면접은 무난히 통과였고 졸업할 때 쯤엔 최종 면접을 보게 됐음.
총 다섯 곳이었는데, 수능 다음 날에 확인하니까 면접 일정 모자른 한 군데 남기고 다 떨어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어이 없는 건 나보다 성적 별로였던 애가 합격함.
역시 면접에서 얼굴이 마이너스로 작용됐던 것인가?
ㅎ...
^^...
(마른 세수)
그래도 아직 남은 희망이 하나 있으니까...!
애써 그렇게 담담한 척을 하면서 마지막 면접을 기다렸음.
면접 날짜가 아마 주말이었음.
엄마가 떨지 말고 잘 보고 오라고 손 흔들어주고, 옆에 있던 오빠 새끼는 오면서 치킨 사오라고 존나 나를 주전부리꾼 취급함.
ㅋ
왜 저 새끼는 내 오빠로 태어난 걸까?
존나 할 수만 있다면 호적에서 제외시키고 싶음.
관광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 회사였기 때문에 나는 자신이 있었음.
왜냐면 나는 관광홍보학과고 할 줄 아는 외국어도 꽤 됐고, 자기소개서도 나름 완벽하게 잘 썼고 봉사 활동 점수도 넉넉했기 때문임.
그다지 유명한 회사는 아니었고 경쟁률도 그닥이어서 난 내가 당연히 붙을 줄 알았음.
사옥에 들어가기 전까진 분명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음...
아니.
분명 매년 백 명 조금 넘게 지원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이 많은 취준생들은 대체 뭐지???????
면접 대기실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장관에 나는 당황했음.
족히 백 명에 백을 더하고 거기에 또 백을 더해도 모자를 만큼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각자 하는 일로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음.
난 얼이 빠졌음.
희망이 사라지고 떨어질 것 같다는 불안감이 무의식적으로 급증했음.
원래 긴장하는 체질이 아닌데 맥박이 빨라지고...
거짓말 살짝 보태서 손이 덜덜 떨렸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백 번부터 열 분, 복도에서 대기하세요."
떨려서 대기실 안에서 엄마랑 통화하고 있다가 그 소리에 아침으로 먹었던 된장찌개 밖으로 뿜을 뻔함.
준비했던 자기소개 달달 외우면서 밖으로 나가려는데 누가 뒤에서 나를 붙잡음.
"저기요."
"...네?"
존나 무서웠음.
존나 키도 크고 덩치도 크고 아무튼 무서웠음.
"사과 안 해요?"
"네???"
"방금 그 쪽이 그걸로 내 발 밟았잖아요."
"...그거요?"
"그거요. 그거. 지금 그 쪽이 신고 있는 거. 십 센티."
??????????
난데스까???
와타시는 방금 일어났습니다만???????
와타시는 그런 적이 없습니다만??????????????????
당황스럽기도 하고, 다짜고짜 사과나 하라는 식의 싸가지 없는 태도에 조금 짜증이 났음.
그래도 어쩌면 정말 내가 그랬을 수도 있으니까 일단 사과는 해야 할 것 같았음.
"아, 죄송해요. 제가 긴장해서 실수를..."
"그게 끝?"
"......네?"
"적어도 치료비 정도는 줘야 되는 거 아닌가."
"......"
"무거운 주제에 그런 힐을 신으면 안 돼죠. 발가락 찢어지는 줄 알았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지?
이 새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존나 빡쳤지만 나는 지금 면접을 앞두고 있었으므로 그냥 꾹 참기로 함.
는 무슨.
뒤질래?
씨발?
"안 밟았는데요."
"안 밟았다고? 여기서 그런 거 신고 있는 사람이 지금 당신밖에 없는데?"
"...안 밟았다니까요."
"밟았다니까."
"그리고 십 센티가 아니고 육 센티거든요? 저 그렇게 키 안 작은데요!"
좀 격해져서 말하니까 입 다물고 쳐다보기만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이가 아리마셍!
"면접 보러 왔죠?"
"네. 그런데요."
"몇 번이에요?"
"...백 구요. 지금 나가서 대기해야 돼요."
"오. 잘 됐네."
"......"
"나는 팔인데."
?????????
뭐가 잘 됐다는 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럼 전 이만."
안 그래도 집에서 오빠 새끼가 뚱뚱이라고 놀리는데 밖에서까지 그런 취급 당하니까 기분이 존나 별로였음.
더군다나 초면인 사람이 그러니까...
음...
진짜 살인을 저지르고 싶은 기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디 밤에 길 조심하시기를!
^^!
뒤에서 누가 돌로 내려 찍으면 그거 접니다!
복도로 나가니까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서 면접실을 멀거니 쳐다보고 있었음.
다들 호흡을 가다듬거나, 자기소개를 중얼거리고 있었음.
이내 면접실에서 세 명이 나오고 내 앞의 앞의 사람까지 긴장한 기색으로 자리에서 일어섰음.
그리고 아까 그 남자가 대기실에서 곧장 면접실 안으로 건너 갔음.
긴장도 안 하는 것 같았음.
제발 떨어지길!
이제 다음이 내 차례라고 생각하니까 대책 없이 마음이 떨려왔음.
여태 인생을 살면서 이렇게까지 떨어본 적은 처음인 것 같았음.
마지막으로 거울로 얼굴을 확인하는데 옆에서 누가 어깨를 살며시 건드림.
아까의 불길한 예감과 함께 옆을 보자...
"저기, 혹시 몇 살이세요?"
짠!
설레는 훈남이 나타남.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감사합니다.
이런 훈남을 만나다니...
면접에서 떨어져도 여한이 없다!
"아, 저 이제 고등학교 졸업해요."
"정말요? 그럼 저랑 동갑이네요."
"...어, 이제 곧 들어갈 것 같은데. 안 떨리세요?"
"전 괜찮아요. 그 쪽은요?"
"조금 떨려요."
"열심히 준비하셨을 거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말고 하세요. 괜찮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어느 누구와는 정말로 비교되는 화법에 나는 승천하는 광대를 차마 감출 수 없었음...
ㅎ...
일단 생긴 것부터가 와타시의 심장을 저격했으니 무슨 말이 필요하겠음?
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렇게 얼떨결에 만난 동갑인 훈남과 간단한 수다를 떨다가 다시 면접실의 문이 열렸음.
여자 한 명과 남자 하나, 그리고 아까 그 재수 없던 남자가 차례로 걸어 나왔음.
자꾸 친하지도 않은데 아는 척을 하려는 것 같아서 그냥 자리에서 일어섰음.
나 좀 시크함?
ㅋ
"어, 김동혁?"
"...네가 여긴 웬 일이야?"
"뭐냐?"
진짜...
뭐냐...?
이 드라마 같은 전개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게 모르게 능청스러운 얼굴과 조금 어색하게 굳어버린 훈남의 얼굴.
그 사이에서 멍청히 눈만 깜빡이고 있던 도중에 다시 면접실의 문이 열렸음.
"다음 번호 세 분 면접실로 들어가세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마음을 다잡고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아까 그 싸가지 없던 남자가 조용히 속삭였음.
"아까 거기서 기다릴 테니까 나 좀 보고 가요."
"네에? 제가 왜요?"
"왜긴. 치료비 줘야죠."
?????????????
어디서 개가 짖나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서 웃는데 진짜 면상에 주먹 날릴 뻔.
내가 왜 그래야 됨??????
누가 설명 좀 해주실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잘할 수 있어.
난 붙을 거야!
스스로 계속 최면을 걸고 면접실 안으로 들어갔음.
그래서, 들어가자마자 보였던 건...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는 면접관들이었음.
존나 생각보다 훨씬 삭막한 분위기에 목이 탔음.
"앉으시죠."
면접관은 총 넷이었는데 가장 왼쪽에 앉은 사람이 제일 무섭고 젊어 보였음.
기껏해야 나랑 다섯 살 정도 위일 것 같은?
뚫어져라 이 쪽 쳐다보는데 눈에서 레이저 나오는 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괜히 의식돼서 살짝 옆을 쳐다봤는데, 훈남은 그냥 무표정으로 떨리는 기색도 없이 앉아만 있었음.
그 옆에도 그닥 긴장된 표정은 아니었음.
나만 떨리는 건가...
ㅎ...
"음... 그럼 먼저 백 구... 이순자 씨?"
"아, 네!"
"혹시 개명하실 생각은 없으신 겁니까?"
????????????????
????????????????????
잘못 들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음.
"예? 없으시냐고요."
"...아......"
"이순자 씨."
"풉."
젊어 보이는 면접관이 대답을 재촉함.
옆에서는 훈남이 작게 웃음을 터뜨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살다 살다 이름으로 고나리 당한 적은 또 처음이네여.
이게 대체 무슨 상황?
이거 몰래카메라인가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이 때 생각만 하면 아직도 부들부들...
마음 같아서는 이 인간의 만행들을 최대한 빨리 까발리고 싶지만 너무 졸리므로 그럴 수가 없는 점 이해 바람.
내일 다시 찾아오겠음.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