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다니려고 그동안 모아둔 돈을 단 한번의 사기로 다 날려먹은 우리 집 가장, 아빠. 그 덕에 나는 대학은 커녕 아빠가 온 가족 이름으로 조금씩 빌린 돈 때문에 하루도 빠짐없이 사채업자들에게 독촉전화를 받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이제 거의 다 갚았다 싶으면 두배가 되어 불어나는 돈 때문에 매일을 알바에 과외에 직장인도 아닌데 일을 안하고 산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산지도 벌써 몇년째인지 모르겠다. 요즘은 아빠보다 사채업자 아저씨의 목소리를 더 자주 듣는 것 같다. 요즘따라 왜 이렇게 돈 이야기에 독촉전화인지 진짜 미쳐버릴 것만 같다. 내가 있는 곳은 말 안해줘도 어떻게 그렇게 잘 찾아오는지, 그 실력으로 해커했으면 잘 했을거다 이 아저씨는. 내가 지금 사채업자 아저씨 걱정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얼른 알바하러 가야한다. 하루에도 두,세개가 넘는 알바를 하다보니 먹고 자고 심지어는 화장실 갈 시간도 아까워 죽겠다. 어쩌면 사채업자 아저씨가 내 유일한 친구이자 말 동무 일지도 모른다. 갑자기 내 신세가 처량해지며 밀려오는 씁쓸함에도 현실은 시궁창이기에 돈을 벌기위해 오늘도 돈벌이 전쟁터로 뛰어든다.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사채업자 아저씨의 전화다. 익숙한 아저씨의 번호에 오늘도 자동으로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받았다. 근데 오늘은 사채업자 아저씨 핸드폰 번호의 전화에서 낯설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몇년동안 내 핸드폰에 사채 독촉전화는 퉁명한 목소리의 불곰 아저씨 였는데 오늘은 뭔가 좀 달랐다. 퉁명한 불곰 아저씨가 아닌 걸걸하고 허스키한 목소리의 남자였다. 매번 듣는 똑같은 독촉 멘트임에도 불구하고 느낌이 달랐다. 나는 갑자기 달라진 목소리에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낯선 아저씨에게 겁도 없이 물음을 던졌다.
"근데 저기 아저씨! 불곰 아저씨.. 아니죠..?"
"그걸 내가 대답해야 되나?"
"아.. 그건 아닌데.. 매일 듣던 아저씨 목소리가 아니어서 사람이 바뀌었나.. 해서요!!"
"불곰 아니야. 이제 됐나?"
우쒸, 불곰 아저씨도 아니면서 처음 전화한 사람한테 따박따박 반말질이다. 이 자식은 예의범절도 모르나보다. 불곰 아저씨가 아니라는 말에 정들었던 친구가 갑자기 한마디 상의도 없이 멀리 유학을 가버린 것만 같아 섭섭했다. 그렇게 새로운 사채업자 아저씨와의 통화가 끝나고 오늘도 힘든 하루를 독촉전화로 시작하니 없던 의지가 마구마구 샘솟았다. 올해는 기필코 빚을 다 갚고 대학을 들어가고야 말겠어! 벽에 붙어있는 내 꿈을 한번 눈으로 훑은 후 오늘의 새로운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 첫 대면을 할 새로운 사채업자 아저씨가 궁금하면 난 이상한 사람이겠지. 이상한 사람이라도 좋다. 불곰 아저씨도 사채업자 치고는 나름 착했으니 이번에 새로온 아저씨도 착했으면 좋겠다. 그럼 더 돈을 빨리 갚을 수 있을것만 같은 말도 안돼는 희망이 생겼다.
편돌이 시리즈를 끝내고 이번엔 사채업자로 돌아와봤는데 어떤지 모르겠네여ㅠ_ㅠ 준회가 아니라 지원이라서 좀 더 긴장도 되는데 독자분들 재밌게 읽어주시고 댓글 달고 포인트 다시 받아가세여! 앞으로는 분량도 더더더더더 많이 자주 쓸테니까 신알신하고 재밌게 읽어주세여 핫튜핫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