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좋아하니까 괜찮아
주변 병원에 실려온거라 택운이한테 업혀서 집에 왔어.
나도 이 나이되서 업히기 민망했지만ㅠㅠㅠ택운이가 하도 고집을 피우면서 확 들쳐업어서 본의아니게 업혔음.
" 업혀. "
" 왜... 나 괜찮아, 이제. "
" 업히라고. 화나게 하지말고 그냥 업혀. "
" 그래도... "
" 하여튼 말 진짜 안 듣지. "
낮에 일하다 업혀온거라 퇴원하고 걸으니 벌써 밤이더라.
그렇게 달밤에 택운이한테 업혀서 걸어오니까 그냥 내 얘기 막 하게 되더라고...
" 전화받고 올때 놀랐지? "
" ... "
" 숨길려고 그런거 아니야. 우리 사이에 숨길게 뭐가 더 있겠어...
근데 진짜 우수운게 너보니까 괜히 나 스스로가 창피하더라고. 우리 만나면서 밥값이나 영화값 거의 너가 다 냈잖아.
저번에 만날때도 아무렇지 않게 너가 계산하는데 자존심 그게 뭐라고, 있지.... "
" ... "
" 우린 그럴 필요가 없는 사인데 괜히 자존심만 날카로워지고. "
" ... "
아빠 이야기도 집안 이야기도 차근차근 해나가보니까 어느새 집이더라고. 집 올때까지 택운이는 마냥 내 이야기만 들어주고 왔지.
집에 다 오니까 나도 내려야되서 내려올려하는데 택운이가 손에 힘을 잡고 안 놔주더라고.
" 택운아, 이제 나 내릴래. 다 왔잖아. "
" 오늘은 자는거 보고갈꺼야. 도어락 열어. "
?
추하게 자는 모습을 보여주는것도 문제지만 더 문제는 우리집안 상태...
요즘 바쁘게 다니느라 옷가지는 당연하고 청소도 안되있고 탁자나 부엌에는 인스턴트 음식 포장지들이 가득 한데;ㅅ;
안 열어줘도 한소리 듣겠지만 안에 집안 상태를 보면 진짜 폭풍 잔소리 예감ㅋ 이라서 뒤로 빼고 뺐지만 결국 주머니에 있는 키를 뺏겨서 강제입성...
새삼 제정신으로 우리집안 보니까 진짜 전쟁터를 불사르는 지저분함+더러움;
옆에 택운이는 우리집 한번 쭉 보더니 한숨 한번 쉬고 먼저 들어갔어. 투룸인데 방 하나는 그냥 자는 방이라서 거기로 바로 들어가더라고.
가서 대충 쓰레기는 쓸어담고 이불 펴주는데 나는 그냥 밖에서 장승처럼 서있었음ㅠㅠ
이불까지 펴고 들어오라는 눈빛을 보내는데 여기서 뭐라고 말이라도 덧붙이면 혼날듯해서 얌전히 방에 들어가서 펴준 이불속으로 들어갔지.
" 아무것도 신경쓰지말고 자. 나 곧 갈거니까 나 신경 쓰지도 말고. "
처음에는 눈치보여서 몇번 뒤척였는데 아픈 몸은 아픈 몸인지 좀 있다가 바로 잠들었엌ㅋㅋㅋㅋ나는 여자 맞나몰라...
일어나서 시간표 확인하니까 토요일 아침 10시 15분이였어. 그래도 푹 자고나니까 기분이 나아져서 물이라도 마시려고 밖으로 나왔어.
근데 완전 깔끔하게 청소되있었어ㅠ
옷은 전부 세탁기 안에 들어가있고 바닥은 진짜 먼지도 없었음, 개수대에는 그릇 다 씻겨있고 쓰레기나 잡다한 것들은 다 버린듯 진짜 대청소한 기분이였어(내가 한건 아니지만)
그리고 거실?에 밥먹고 공부하는 용으로 사둔 탁자가 있는데 편지하고 밥상보가 덮혀져있었어.
' 죽먹어. 누나한테 말해서 끓인거니까 맛 없진 않을거야.
다 먹고 약먹어. 꼭.
오후에 다시 올꺼니까 어디 가지말고 얌전히 쉬고있어. '
누가봐도 정택운이 쓴것처럼 꾹꾹 눌려쓴 글씨에 글자 끝마다 적혀있는 점ㅋㅋㅋㅋㅋㅋㅋ
밥상보를 열어보니까 진짜 죽하고 약 있었는데 진심으로 맛있게 보였음.
굳이 나가지 말래도 아직도 띵한 머리때문에 죽 다 먹고 약먹고 얌전히 잤어.
그렇게 자고 또 자는데 뭔가 배에 묵직한게 느껴져서 깼는데 택운이가 내에 꼬꾸라져서 꾸벅꾸벅 졸고있더라곸ㅋㅋㅋㅋㅋ
너무 눌려서 머리 살짝만 옆으로 밀려고 했는데 살짝 손만 닿아도 벌떡 일어나더라고.
그렇게 일어나서 횡설수설 하는채로 내 상태 상피는데 눈은 완전 새빨게가시고 원채 얼굴도 하얀애가 더 창백해보이는데 상태 살피는 택운이가 더 위태위태 하더라고.
" 나 괜찮아, 택운아 "
" 이제 괜찮은거지? 진짜 안아프지? "
" 나 진짜 괜찮아, 완전! "
" 그래... 나 갈께. "
" 택운아, 어디 아픈거아니지? 괜찮지? "
" 어... 내일 다시 올꼐 지금은 내가 너무 피곤해서 괜찮은지만 확인하러 온거야. 쉬어. "
택운이 가는거 창문으로 보고있는데 전화가 오는거야.
보니까 학연오빠인거야 학연오빠는 택운이랑 같은 구단에 있는 골키퍼선순데 내가 아는 유일한 정택운 친구랄까...ㅁ7ㅁ8
근데 되게 큰오빠처럼 어화둥둥 우이 별빛이 뭐 이런 느낌이라서 나도 좋아하고 오빠도 나 좋아하고 정택운은 우리 사이 싫어하곸ㅋㅋㅋㅋㅋㅋ
내가 빠른년생인데 택운이는 같이 학창시절을 보내서 그런지 반말하는데 학연오빠는 왠지 오빠라고 불러야 할것같아서 오빠라고 부르는거야.
" 어! 학연오빠! 오랜만이네요 "
" 오~ 우리 별빛이! 완전 활기가 넘치네, 넘쳐! "
" ㅋㅋㅋㅋ안부전화예요? 잘 지내고 있어요? "
" 뭐, 안부전화겸 약간 걱정되서. "
" 응? 무슨 걱정이요? "
" 음... 혹시 택운이랑 싸우거나 헤어...지..뭐, 이런거 아니지? "
" 엥? 무슨 소리예요? 나 방금전까지도 택운이랑 있었는데? "
" 진짜? 그럼 왜 그랬지? "
" 응? 무슨 일있었어요? "
" 요즘 너 계속 안만나길래 무슨 일있나 했지.
한 몇주동안 웃는것도 못보고 훈련 끝나고 폰 바로 확인하고 누구 계속 기다리는 거같던데 걔가 너 아님 누굴 기다리겠냐... "
" 아... 그건 제가 무슨 사정이있어서... "
" 음... 그리고 이건 그냥...하는 말인데 택운이 잘좀 봐줘. "
" 네... 근데 어제 합숙 훈련이였죠? "
" 아... 너보러 간거구나. 어제 밤에 전부 쉬고있을때 전화 한통 받고 나가더니 오늘 새벽에 오다가 코치님한테 걸려서 진짜 비오는날 먼지나듯이 맞고.
오늘은 완전 혼자 지옥훈련 지옥체험 제대로 했을텐데 또 서울 올라와서는 또 어디 바로 가버리고. "
" ... "
" 요즘 택운이 몸도 마음도 힘들어보이는데,
걔가 웃는 이유가 너밖에 더 있냐... 잘 좀 해줘. 애교같은것도 피우면 안웃어도 속은 헤벌쭉할꺼다. "
" ... "
" 오빠! 막 이렇게도 불러주고. 저번에 나한테만 오빠라고 하는거보고 걔 표정 아주 심통이 덕지덕지해서는....
알겠지? "
" 네... 저 일이 있어서 먼저 끊을께요.. "
아까 괜히 내가 깨웠을때 눈 새빨게가지고 피곤해보이는지 알겠더라고. 또 나때문에 택운이만 힘들어지고.
나는 택운이한테 부담 안주려고 한 행동들이 택운이 한테는 오히려 너무 힘들었을거라고 늘 생각치도 못했어.
너무 이기적이고 한심해서 또 너무 미안해서.
내일 아침에 보러 갈려했는데 너무 보고싶어서 자는지 안자는지 간보고 9시 정도 넘어서 택운이 집앞에 갔지.
그냥 보면 재미없으니까 초인종 누르고 가만히 숨어서 기다렸지.
되게 부스스하게 나오는데 아무도 없으니까 두리번두리번 거리다 다시 들어가려할때 등을 딱 안아버렸지.
" 오빠! "
되게 썩은 얼굴로 뒤돌아보는데, 딱 나 얼굴 보더니 어이없는 웃음 피식 흘리더라고ㅋ 등에 두른 팔 풀어서 자기 허리에 다시 둘러서는 정면으로 꽉 안아줬어.
" 오빠, 아프지 마. "
" 많이 아팠네? 오빠소리까지하고... "
" 걱정시켜서 미안하고 아프게해서 미안하고 힘들게해서 미안하고 다 미안해, 다... "
" 아네... 잘못한거... "
" 미안해. "
" 근데 괜찮아. "
" ... "
" 너가 나 좋아해주니까 다 괜찮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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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허....저를 매우치세요ㅎㅎㅎㅎ 이정도면 거의 휴재?수준ㅋㅋㅋㅋㅋ 대회랑 준비해야할 축제도 겹치고 거기다 시험까지 겹쳐서 진짜 시간이 안났어요(변명...)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재밌게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