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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 전체글ll조회 1837l 6

여성의 날 w.클레오파리스크

 

 

 

 

 

 

 

 

 

 

 

 


벚꽃이 피는 봄이 왔건만, 따사로운 햇볕과는 달리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 나오기 전에 봤던 일기예보와 판이하게 다른 날씨를 보며 혀를 찼다. 지하철을 타러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려던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찬바람이 제 전신을 휘감았다. 가게 유리에 비치는 제 모습을 훑은 성열이 혀를 찼다. 괜히 이렇게 입었나. 낮엔 예년 기온보다 2도나 높다던 기상캐스터의 말에 더울까 싶어 두고 왔던 겉옷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추위도 잘 타는 자신이었지만, 더위도 추위 만만치 않게 타는 탓에 그 짜증이 배가 될 것을 생각하니 눈앞이 아찔했었다. 겉옷을 벗어서 들고 다니면 거추장스럽기도 했고.

출근길과 겹친 시간에 지하철에는 제 회사로 가기 위한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그 열기 때문인지, 오들오들 떨리던 몸도 점차 제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팔짱을 끼고 있던 팔을 풀고, 손목을 탈탈 털며 주변을 둘러봤다. 조금 있으면 도착하겠다던 명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휴대폰을 꺼내어 혹시나 하고 확인했지만, 명수에게서 온 연락은 한 통도 없었다. 어디냐고 묻는 우현의 카톡과 올 때 커피 좀 사오라는 성규의 카톡 뿐 늦겠다던 가, 지금 어디라는 명수의 연락은 없었다.

 

 


“ 지하철 오는 소리 들리는 데, 김명수는 어디…. ”
“ 나 여기 있는데. ”

 

 


갑자기 제 뒤에서 들리는 명수의 목소리에 흠칫 몸을 떤 성열이 고개를 뒤로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덤덤한 표정을 한 명수가 캔 커피를 양손에 쥐고 흔들고 있었다. 저거만 마시는 지 어떻게 알고. 명수가 건네는 캔 커피를 손에 쥔 성열이 아직 한기가 가시지 않은 제 볼에 대고 문질렀다.

 

 


“ 웬일이야. 네가 이런 것도 사오고. ”
“ 네가 좋아하니까. ”

 

 


성열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명수가 무어라 대답을 했지만, 그 때 마침 시끄럽게 들어오는 지하철 때문에 제대로 듣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들었으면 짜 맞추기라도 하겠건만, 전혀 듣지 못했다. 그에 다시 한 번 말해보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명수를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자 픽 웃은 명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일단 타. 지각하겠네. ”
“ 어, 어? 야. 그만 밀어. ”
“ 네가 안타니까 그렇지. 왜 저기 서서 데이트 하고 싶냐? ”
“ 돌았냐? 이걸로 맞아볼래? ”

 

 


협박 같지도 않은 협박에 어깨를 으쓱인 명수가 덤덤히 제 할 일을 했다. 집요하게 제 등을 미는 명수의 힘에 못 이겨 지하철에 탄 성열이 투덜거렸다. 힘껏 밀었으면 말이라도 하지 않지. 둘 사이에 무슨 체면을 차리겠다고, 여자를 대하는 것 마냥 살며시 미는 손길에 명수의 손이 닿았던 부위가 간지러워졌다. 어느새 명수 몫인 캔 커피까지 들고 양 볼에 대고 있던 성열이 조금 전 상황을 생각해내고는 짧게 소리를 뱉었다. 아. 그에 무슨 일이냐는 듯, 바깥을 보고 있던 명수의 시선이 성열에게 닿았다.

 

 


“ 눈으로 말하면 나 못 알아듣는데. ”
“ 뭐래. ”

 

 


말은 그렇게 하면서 제 두 눈에 담긴 말을 알아내려는 듯, 집착 어린 눈이 자신을 향했다. 그 두 눈을 보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피한 성열이 두 캔을 마주 쥐며 물었다.

 

 


“ 아까 지하철 타기 전에 무슨 말 했는데? ”
“ 무슨 말을 내가… 아. 그거? ”

 

 


응, 그거. 무슨 대답인지도 모르고 성열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조금 있으면 내려야 하기에 질질 끄는 명수 때문에 속이 답답했다. 지하철에서 나가면 자신은 춥다고 난리를 칠 것이 분명하고, 학교에 들어가면 김성규 심부름을 하느라 카페에 가면 완벽하게 잊었다가 집에서 잠자기 전 침대에서 생각날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궁금증에 휩싸여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것보다 나을 것이란 생각에 한 손에 캔 커피를 쥐고 명수의 옷깃을 잡고 흔들었다. 그렇게 잠시 명수의 옷깃을 흔들던 성열이 이내 들리는 대답에 인상을 팍 쓰며, 명수의 팔을 던지듯 옷깃을 잡은 손을 떼어냈다.

 

 


“ 나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귀여워서. ”

 

 


썩은 냄새라도 맡은 것처럼 잔뜩 일그러지는 성열의 표정에 주먹을 말아 쥔 명수가 입을 가리고 웃음을 지었다.

 

 

 


* * *

 

 

 


시끌벅적하던 강의실이 성열의 등장으로 인해 조용해졌다. 그리고 뒤이어 들어오는 명수의 모습에 자신들끼리 무슨 대화를 하는 것인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인상을 팍 쓰고 제 자리에 앉는 성열과 그 뒤를 묵묵히 따라오는 명수를 가만히 보던 성규와 우현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쟤네 왜 저래. 내가 어째 아냐. 짧게 대화를 주고받다 짠 것 마냥 전공 책을 챙겨들고 성열의 뒷자리에 가서 앉았다.

 

 


“ 야, 이성열. 내 커피는? ”
“ 뭔 커피. ”
“ 내 카톡 안 읽었냐? 그거 사오는데 얼마나 걸린다고! ”

 

 


귀찮음이 뚝뚝 떨어지는 성열의 표정에 흠칫 했지만, 이내 제 페이스를 되찾고 성열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그 때 제 앞으로 내밀어지는 커피를 보며 고개를 들자, 명수가 얼른 받으라는 듯 테이크아웃 잔을 들고 흔들고 있었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커피를 받아든 성규가 고맙다는 하려고 했지만, 그 말을 하기 전에 들리는 둘의 대화에 입을 꾹 다물었다. 내 옷 입은 게 그렇게 자존심 상하냐. 그 물음에 성열은 고개만 저을 뿐, 성열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어쩐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던 남방이더니만. 그 남방이 김명수 거였네. 이제야 알겠다는 듯, 우현과 성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하철에 내려서 학교 오는 내내 뚱해 있었던 것이 미안하단 말을 하려던 찰나, 타이밍 좋게 교수님이 들어왔다. 그 모습에 혀를 찬 성열이 제 출석이 불리어지기를 기다리며 교수님을 바라봤다. 지하철에서 내리기 전까지 낯 뜨거울 정도로 이상한 말을 하는 명수 때문에 인상을 찌푸려지기는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자신에게 장난을 걸면서 즐거워하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그 이후부터가 문제였다. 명수에게는 문제가 안 될지 몰라도, 자신에게는 문제가 되었다. 역 안에서 나오자마자 제 몸을 세게 치는 찬바람에 몸을 부르르 떨며,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빨라졌다.

 

 


‘ 많이 추워? ’
‘ 조금 춥진 않은데. ’
‘ 그래? 그럼 이거 입을래? ’

 

 


됐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이미 제 품에 자신의 가방을 맡기고 남방을 벗고 있는 명수를 보며 입을 쩍 벌렸다. 길 한가운데에서 스트립쇼라도 하고 싶은 거냐고 소리를 질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단 하나였다. 너 춥다며. 그런 명수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느낌이 묘했다. 이건 분명히 자신이 아닌 여자 친구에게 해줘야 하는 행동이었으니까. 정신 상태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애진즉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혀를 끌끌 차고 있을 때 제 어깨를 덮어오는 남방에 다시 한 번 입을 쩍 벌렸다.

 

 


‘ 진짜 나 입으라고? ’
‘ 어. 그거 입고, 캔 커피 볼에 대고…. 식었네. 다시 사줄게. ’

 

 


그 말을 들은 뒤로 앞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고, 급하게 강의실을 향해 발걸음을 바삐 움직였다. 지하철 안에서 흘리듯 말한 성규의 커피 심부름도 잊지 않고 사온 명수를 힐끔 쳐다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 제 한숨 소리가 꽤 컸던 듯, 찌릿한 교수의 눈빛에 고개를 푹 숙이고는 입술을 삐죽였다. 이상하단 말이다. 이런 거. 따뜻하긴 했지만, 니트를 입고 겉에 명수의 남방을 걸치고 있는 자신과는 다르게 명수는 티셔츠 한 장 입고 있었다. 오죽하면 뒤에 있던 성규와 우현이 자신에게 벗어주라고 했을까. 자신도 추울 텐데, 옷을 벗어준 명수에게 답례는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노트 한 쪽 귀퉁이를 북 찢었다.

 

 


[ 추울 텐데 감사. 남방은 좀 이따 벗어줄게. ]

 

 


대충 접어 명수의 책 위로 툭 던지자, 자신을 힐끔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수업을 듣는 척, 덤덤한 표정으로 강단을 바라보고 있으니 픽 웃는 입 꼬리가 슬쩍 보였다. 그리고 이내 돌아온 대답이 적힌 쪽지를 부리나케 열어본 성열이 대답이 적힌 쪽지를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 안 벗어줘도 되는데? 바들바들 떠는 게 새끼 강아지 같아서. ]

 

 


대체 이 말을 좋게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버럭 하고 소리를 질러야 할지.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좋게 말해서 새끼 강아지지, 개새끼란 소리였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또 다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얼른 이 수업이 끝나서 입고 있는 옷을 패대기치고 싶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고 10분 쉬겠다는 교수의 말이 들리자마자 성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입고 있던 명수의 남방을 벗어 명수에게 집어던졌다. 새끼야. 너나 입어! 그 말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내팽개쳐진 제 옷을 아무런 말없이 입는 것을 본 성열이 씩씩거리며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언제나 놀려도 재미있다니까. 잠시 입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성열의 향기가 나는 제 남방 냄새를 맡는 명수를 가만히 보던 우현이 물었다.

 

 


“ 무슨 말을 했는데, 애가 얼굴이 시뻘게져서 나가냐? ”
“ 그냥 재밌는 말. ”
“ 뭔데. ”
“ 개새끼 같아서 옷 벗어줬다는 말? ”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하는 명수를 보며 우현이 헛웃음을 뱉었다. 새터 때부터 쭉 봐온 결과. 놀리는 쪽은 항상 명수였고, 놀림을 당하는 쪽은 항상 성열이었다. 명수가 놀리는 방식에 길들여 질 법도 했지만, 여전히 씩씩거렸다. 그걸 달래는 것은 참 희한하게도 놀렸던 명수의 몫이었고. 아니나 다를까, 남방 단추를 다 채운 명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냐? 그 물음에 뭘 또 묻느냐는 듯, 어깨를 으쓱인 명수가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성열이 가는 곳은 항상 한 곳 밖에 없었다. 강의가 끝마치지 않았을 때는. 분명 혼자서 과방에 앉아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한 명수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강의실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과방 덕분에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망설임 없이 과방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성열의 모습에 혀를 찼다. 무얼 하고 있는 것인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뒷모습에 문소리가 나지 않게 문을 닫고, 성열의 뒤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누구와 카톡을 하고 있는 것인지, 자신이 뒤에 온 줄도 모르고 정신없는 손가락을 보며 성열의 어깨를 짚었다. 악! 그에 깜짝 놀란 성열이 단말마를 내뱉으며 고개를 휙 돌렸다.

 

 


“ 누가 너 때리냐. 왜 소리를 질러. ”
“ 놀랐잖아, 새끼야. ”
“ 입이 험해. 그런 말 안 어울리는데. ”
“ 웃기고 있네. 나 욕하는 거 잘 어울린다고 했거든! ”

 

 


기세등등한 성열의 표정에 지금까지 인상 한 번 찌푸리지 않던 명수의 표정이 살짝 구겨졌다. 그 표정에 잠시 움찔한 성열이었지만, 이내 제 페이스를 되찾고 명수에게 바락바락 대들었다. 소리를 지르는 성열의 입을 손바닥으로 막은 명수가 조용히 물었다. 누가 그래. 명수에게 입이 막힌 성열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무슨 말이냐고 물어왔다. 듣지 않아도 보이는 성열의 물음에 픽 웃으며 말했다. 누가 잘 어울린다던데. 그렇게 말을 하자 이해를 한 듯, 고개를 끄덕이던 성열이 제 입을 막고 있는 명수의 손을 떼어내며 말했다.

 

 


“ 현주가! ”

 

 


현주?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고개를 갸웃하던 명수가 코웃음을 쳤다. 얼굴이 시뻘게져서 또 다시 소리를 지르는 성열의 이마를 검지로 꾹 누르며 말했다.

 

 


“ 너희 집 개새끼 이름 대지 말고. ”
“ 개새끼라니! 내 친구한테 말이 좀 심하다? ”
“ 네 친구지, 내 친구는 아니잖아. 무튼 넌 욕하는 거 안 어울려. ”

 

 


표정을 싹 굳히고 딱 잘라 말을 하는 명수를 보며 성열이 입술을 삐죽였다. 그런 성열의 옆자리에 엉덩이를 대고 앉은 명수가 벌어진 거리를 좁히며, 옆으로 바짝 다가가 앉았다. 명수의 제 옆에 달라붙어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생각을 하다 고개를 들자마자 보이는 명수의 얼굴에 화들짝 놀라며 상체를 뒤로 뺐다. 어딜 가냐는 듯, 뒤로 뺀 상체를 제 자리로 끄는 명수의 힘에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끌려 온 성열이 물었다.

 

 


“ 그럼 난 뭐가 어울리는데. ”
“ 뭐. ”
“ 욕하는 거 안 어울린다며. 뭐가 어울리는데? 욕 안하고 다소곳하다거나, 조용히 있는 다거나. 뭐 이런 거면 죽일 거야. ”

 

 


선수를 쳐버린 성열 때문에 입을 떼려던 명수가 입을 꾹 다물었다. 두어 달 같이 다니다보니, 자신이 할 말을 척척 하는 성열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내심 뿌듯하기도 하고. 성열이 뱉은 말 말고, 다른 말을 생각해보려고 했지만 도통 생각나지 않는 제 머리를 탓하며 성열을 바라봤다.

 

 


“ 근데 진짜 욕 안하고 다소곳…. ”
“ 죽인다고 했다! ”
“ 왜 이렇게 소리를 질러. 목 상하게. ”

 

 


진정을 하지 못하고 소파가 흔들거릴 정도로 방방 뛰는 성열의 어깨를 잡아 누른 명수가 말했다. 더는 날뛰지 못하게 한 손으로 어깨를 붙잡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차분하게 가라앉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손길에 가만히 있는 성열 때문에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았다. 자신보다 큰 키의 성열이었지만, 하는 행동은 제 동생 같았기에 놀리기엔 제격이었다. 욱하는 다혈질이지만, 그 성격답게 화를 식히는 시간 또한 빨라서 놀기에는 정말 딱이었다. 딱. 그렇게 잠시 성열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멈추고, 쓰다듬던 손으로 머리를 꾹 누르며 말했다.

 

 


“ 한 번 놀려봤어. 한두 번 당한 것도 아니고. ”
“ 뭐라고?! ”
“ 또 흥분한다. 너 고혈압으로 죽으면 내가 슬프거든? ”
“ 왜. 네가 왜 슬픈데. 좋아할 자식이. ”
“ 놀릴 사람이 없잖아. 당연한 걸 또 묻는다. ”

 

 


얼굴색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성열이 치미는 화를 꾹꾹 누르며, 과방 벽에 걸린 시계를 보며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쉬는 시간이 지나도, 한 참 지나 있었다. 3시간 연강인 이번 시간 교수님은 출석 체크를 한 번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했기에 운이 나빴다면 지금 제 출석부엔 빗줄기 하나가 그어져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야, 우리 늦었어. 가자. 언제 화가 끓었냐는 듯, 성열이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명수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지만 미동 없이 성열을 올려다보고 있을 뿐 그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이 답답해 발을 동동 굴리던 성열이 명수를 두고, 가려던 찰나 제 손목을 잡는 명수 때문에 엉거주춤한 포즈로 명수를 내려다 봤다.

 

 


“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
“ 그 생각 하지 마. 넌 생각을 해도 이상한 생각만 하잖아! ”
“ 웃기시네. ”

 

 


네가 더. 또 다시 명수의 페이스에 휘말릴 뻔 했던 성열이 벽에 걸린 시계를 다시 한 번 쳐다보고는 발을 동동 굴리며 말했다. 아, 빨리 말해! 바쁜 성열과는 다르게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 명수가 성열을 위 아래로 훑었다. 그 시선에 인상을 찌푸리며 명수를 째려봤다. 네가 생각을 해봤는데, 뭐!

 

 


“ 아무리 생각해도 욕 보다는 머리띠나 팔찌 같은 게 잘 어울릴 것 같아. ”
“ 뭐? ”
“ 피부가 여자처럼 하얗잖아. 그러니까…. ”
“ 그래서 나더러 그걸 하라고? ”
“ 응. 용케도 알아들었네. 사줄게. 오늘 마치고 사러갈…. ”

 

 


그 말을 마무리 짓기도 전에 주먹을 꽉 쥔 성열이 명수의 복부를 세게 때렸다. 갑작스런 공격에 소리도 내지 못하고, 배를 움켜쥐고 주저앉아 끙끙 거리는 명수를 본 성열이 손을 탈탈 털며 말했다.

 

 


“ 한 번만 더 그런 말 해봐. 진짜 죽는다! ”

 

 


제 딴에는 그 협박이 먹혔으리라 생각하고 나가는 것 같았지만, 아픔이 다 가신 명수가 제 배를 슥슥 문지르며 어깨를 으쓱였다.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 같다고. 성열의 손에 맞아 죽으면 귀신이 되어서라도 말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여자보다 더 하얀 성열이었으니까. 그 정도는 충분히 소화하리라 믿었다. 제 생각은 한 번도 틀려본 적이 없었으니까.

 

 

 


* * *

 

 

 


바닥에 지금 당장 주저앉아도 이상하지 않을 컨디션이었다. 다음 주까지였던 조별 과제가 내일로 갑작스럽게 당겨져 밥 먹을 새가 없었다. 2인 1조인 탓에 제일 편하기도 하고, 과제도 척척 잘 하는 명수와 해서 그나마 빨리 마쳤다는 생각에 홀가분하기는 했지만 배고픔에 홀쭉해진 배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손목에 찬 시계를 보니 이미 저녁 8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오전 수업이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멀티 실로 달려간 지, 벌써 8시간이 다 되어 갔다. 배고프다고 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한 번씩 초콜릿이나 사탕을 던져주며 먹으란 말을 하고는 과제를 계속해 갔다. 책상에 엎드려서 칭얼거릴 때면 얼른 하고, 맛있는 거 먹자는 명수의 말이었지만 그 말에 차마 쉬이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었다. 한 참 멀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언제로 제일 돌아가기 싫나요. 라고 누군가가 물어보면 오늘이라고 망설이지 않고 답해줄 수 있었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에 먹지도 않고 하는 것은 지옥 체험이나 다름없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아보였는지, 제 팔을 꽉 붙잡은 명수에게 끌려 식당으로 향하고 있을 때였다.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이 울리는 탓에 성열의 팔을 잡은 손을 놓고, 카톡을 확인했다.

 

[ 4월 2일 여성의 날 행사가 있습니다.
완전 이쁜 선물 드리니까 학생들 11시에서 2시에
광장으로 가세요! 여학우 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남학우들은 미안하지만, 다음 기회를 노려주세요! ]

 

제 뒤를 따라오는 느낌이 들지 않아, 뒤를 쳐다 본 성열이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휴대폰을 보고 있는 명수의 모습에 혀를 찼다. 배고프다더니 저기서 뭐 하는 거야. 배고픔에 예민해진 성열이 명수에게 다가갔다. 명수에게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다가가지 말고 그냥 그 자리에 서서 기다릴 걸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뭘 보고 있는 것인지, 정신 나간 사람처럼 배실배실 웃고 있는 명수 때문에 소름이 돋았다. 배고파서 미쳤나. 이런 명수의 모습을 항상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조금 더 구경할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러기에는 제 배가 고프다고 아우성을 쳤기에 그럴 수는 없었다.

 

 


“ 식당가서 마저 웃어. 길거리에서 뭐야. ”

 

 


부끄럽게. 명수의 팔을 잡고 자신들이 가기로 했던 식당으로 향했다. 조금만 더 가면 자신을 반기는 식당이 나온다는 생각에 얼굴 가득 웃음꽃이 피려던 찰나였다. 귀신에게 홀린 것인지, 멍하던 명수가 입을 뗐다.

 

 


“ 우리도 여성의 날 행사 참가해볼까. ”

 

 

자신이 잘못 들었으리라 생각하고, 명수를 쳐다봤지만 이내 그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조금 전에 뱉은 말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라는 걸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 미쳤냐? 그거 여학우들이 하는 거라고. 여학우 몰라?! ”
“ 예쁜 거 준다잖아. ”
“ 예쁜 거에 왜 그렇게 환장을 해! 네가 사! ”
“ 공짜라잖아. ”

 

 


끝까지 제 뜻을 굽힐 것 같지 않은 명수 때문에 애꿎은 혈압만 높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여기서 조금만 더 실랑이를 벌였다간 자신까지 꼼짝없이 끌려갈 것 같은 느낌에 명수의 팔을 잡은 손을 풀고,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 너나 많이 해. 난 데려갈 생각 절대 하지 마! 절대로 안 돼! ”
“ 안 돼? 왜? 공짜라잖아. ”
“ 난 대머리 되기 싫거든! 나 데려간다고 하면 여기 주저앉을 거다?! ”

 

 


성열의 말에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인 명수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신을 데리고 갈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 집요하게 물었지만, 이미 다른 세상에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명수의 대답을 들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4월 2일에 있을 여성의 날 행사에 신경이 죄다 쏠린 상태였기에. 밥을 먹을 때도 성열이 뭐라 말을 하더라도 일관성 있게 ‘응.’이라고만 대답을 했다. 그에 결국 심술이 난 성열이 명수의 정강이를 걷어차고는 식당을 빠져나갔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명수가 아픈 정강이를 부여잡고, 성열이 나간 문가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혹시 한 번 더 물어봐주지 않아서 삐진 것은 아닐까 하고. 혹시 그것이 맞다면, 역시나 생긴 대로 논다는 말이 옳은 것 같다고. 그렇다고 해서 성열을 데리고 갈 생각은 없었다. 자신이 선물을 타서 성열에게 선물해 주고 싶었으니까. 항상 말로만 이것이 어울린다, 저것이 어울린다 라고 하고 사준 적은 없었으니까. 이번 기회를 빌려 선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아픔이 가시지 않은 정강이를 매만졌다.

 

 

 


* * *

 

 

 


“ 야, 어디 가? ”

 

 


수업이 끝나자마자 가방을 싸서 일어나는 명수의 옷깃을 잡은 성열이 물었다. 평소 같았으면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예쁜 선물을 타러 가야했으니까. 수업 마치자마자 가보라는 과대의 말이 내심 걸렸다. 늦게 가면 예쁜 선물이 다 없어질 것 같은 느낌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답지 않게 허둥대던 명수가 제 옷깃을 잡고 있는 성열의 손을 떼어놓으며 말했다.

 

 


“ 한솥 가서 네가 먹고 싶은 도시락 내 거까지 사서, 우리 건물 앞 벤치에 앉아있어. ”
“ 어디 가는데? ”
“ 갔다 와서 말해줄게. ”

 

 


저게 뭐야. 제대로 된 대답을 해주기는커녕, 더 궁금하게 만들어 놓고 제 가방을 챙겨서 강의실을 나가버린 명수의 빈자리를 보며 헛웃음을 뱉었다. 어찌되었건 간에 오늘은 어떤 도시락을 사볼까 하고 곰곰이 생각을 하며, 가방을 챙기던 성열이 제 옆자리에 올려 진 전공 서적을 보며 혀를 찼다. 얼마나 바쁘며, 제 책 하나 챙기지 못했을까 하고. 하필이면 하드커버 책을 두고 간 것인지. 한숨을 푹 내쉬며, 명수의 책까지 챙겨든 성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시락 셔틀뿐만 아니라, 본의 아니게 책 셔틀까지 하게 된 성열이 조용히 읊조렸다. 이 책 숨길까? 하고.

부리나케 달려온 광장에는 사람이 몇 없었다. 그럴 만도 하지. 11시 수업이 끝나고 5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선물을 타겠다고 생각했지만, 도착해 보니 몇 없는 사람이어도 죄다 여자인 모습에 잠시 우물쭈물 거렸다. 대체 어디에 가서 말을 해야 하는 지도 몰랐고, 어떤 방식인 지도 몰랐기 때문에.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언제 우물쭈물 거렸었냐는 듯 총학 잠바를 입고 있는 여자에게 다가갔다.

 

 


“ 저기요. ”

 

 


제 부름에 명단을 정리 중이던 여자가 고개를 번쩍 들고 자신을 바라봤다. 한 번에 잘 찾은 듯 했다. 여자의 목에 걸린 명찰에 여성 국장이라는 직책이 쓰여 있었다.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잘 풀리는 느낌에 나오는 웃음을 꾹 참으며, 여자를 가만히 보고 있자 헛기침을 한 여성 국장이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여기는 여학우를 위한 행산데, 혹시 여자친구분 대신으로 오셨어요? ”

 

 


아, 네. 뭐- 아니라고 말을 하면 선물을 볼 자격조차 주지 않는 줄 알고, 약간 머뭇거리며 대답을 했다. 그에 그제야 어색했던 표정을 푼 여성 국장이 자신에게 손을 내밀었다. 학생증 좀 주시겠어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마이 안주머니에 넣어둔 지갑을 꺼내 학생증을 내밀었다. 여학우를 위한 행사라고 하면서 명단에는 남학우들의 이름까지 있는 것을 보며 혀를 찼다. 꽤나 철저한 학생회의 모습에 내심 감탄을 하며 돌려주는 학생증을 받아 안주머니에 넣자마자, 여성 국장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 원래 여학우 분들이 다니시면서 게임 알아 가시는 건데, 여자친구 대신으로 오셨으니까 설명 해드릴게요. 마음에 드는 것 골라서 하시면 되요. 게임은 여러 개를 한 번씩 하실 수 있어요. ”

 

 


꽤나 긴 설명에 지루함이 뚝뚝 묻어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로봇처럼 고개만 계속 해서 끄덕이던 명수가 손목에 찬 시계를 힐끔 쳐다보고는 혀를 찼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나 있었다. 이 시간이면 성열이 도시락을 사서 벤치에 앉아 자신의 욕을 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귀가 간지러운 걸 보면 욕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여태까지 들은 설명을 생각해보면, 어찌되었건 간에 게임을 할 때마다 작은 선물이라도 주는 것이었다. 게임을 아무리 못하는 사람이라도 소정의 상품은 받아갈 수 있다는 그 말에 한 참 생각하던 명수가 여성 국장의 말을 끊고 물었다.

 

 


“ 제일 예쁜 선물 주는 게 뭐예요? ”
“ 예쁜 선물이요? ”
“ 네, 제일 예쁜 거요. ”

 

 


명수의 말에 곰곰이 생각하던 여성 국장이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곳이 좋겠네요.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무성의하게 고개를 까딱이고는 그곳으로 발걸음을 바삐 움직였다. 레인이랍시고 깔려 있는 붉은 카펫 위에 볼링 핀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체육 대회 때나 볼 수 있는 작은 피구 공을 든 남자가 자신에게 공을 건넸다. 여자만 올 줄 알았던 이 행사에 남자인 자신이 참가하는 모습이 신기했던 것인지, 응원 멘트를 계속 하는 남자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제 손에 쥐어진 피구 공을 보며 생각했다. 스트라이크를 쳐서 제일 예쁜 선물을 가져다주자고. 그게 무슨 선물인지는 몰라도, 엄한 선물은 주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벌써부터 자신이 스트라이크를 친 기분이었다.

 

 


“ 기회는 딱 2번입니다. 떨지 마시고 굴려주세요. ”

 

 


굴리라는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첫 번째 기회를 사용하며, 명수가 피구 공을 굴렸다. 신중이 굴려야겠다고 생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손목 스냅을 잘못 사용해 엇나가는 느낌이 없잖아 많았다. 두 번째 기회를 노려야 하나 하고, 체념 섞인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을 때 큰 박수소리가 들렸다. 어느새 자신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행사에 참가하려고 온 여자들이 축하한다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고개를 돌려, 공을 들고 있던 남자를 바라보자 그도 박수를 치고 있었다. 설마 했다. 엉망으로 굴렸는데, 설마 스트라이크가 났을까 하고.

 

 


“ 축하드려요. 한 번에 스트라이크를 치셨네요! ”

 

 


설마가 사람 잡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나도 남기지 않고, 완벽하게 쓰러진 볼링 핀을 보며 뿌듯함에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때였다. 분홍색에 파스텔 톤의 꽃이 박혀있는 포장지에 싸여있는 큰 박스를 꺼내는 남자를 바라봤다. 어떻게 딱 맞춘 것인지, 성열이 좋아하는 분홍색이었다. 분명 포장지부터 마음에 들어 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남자를 기다렸다.

 

 


“ 여기 있는 게임 통 틀어서 제일 큰 선물이에요. 땡 잡으셨네요. ”
“ 제일 예쁘기도 해요? ”

 

 


그런 명수의 물음에 잠시 주춤하던 남자였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 여자친구분이 아주 좋아하실 거예요. ”

 

 


여자친구는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이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린 명수가 고맙다는 말을 툭 뱉고는 뒤를 돌았다. 품에도 다 안기지 않는 큰 상자를 안은 느낌이 묘했다. 애인에게 이벤트를 해준 적은 없었지만, 해준다면 혹시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도 새록새록 들었다. 그런 생각도 잠시, 제 선물을 받아들고 좋아할 성열을 생각하니 제 몸이 깃털이 된 것 마냥 발걸음이 가벼웠다.

 

 

 


* * *

 

 

 


손목에 찬 시계를 보고, 휴대폰을 계속 쳐다봐도 명수에게선 연락이 없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우현과 성규에게 연락해서 밥을 먹을 걸 하고 후회를 하며, 차곡차곡 쌓인 두 개의 도시락을 쳐다봤다. 자신은 좋아하지만, 명수는 좋아하지 않는 도시락으로 사버릴까 했지만 그건 바빠 보이는 명수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명수가 좋아하는 것으로 샀건만. 자신을 이토록 기다리게 하는 명수에게 괜한 예의를 차린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괜히 배려를 했어. 땅이 꺼질 정도로 한숨을 푸욱 내쉬던 성열이 다시 한 번 도시락이 담긴 봉지를 들춰 보며 입술을 삐죽였다. 배에서 슬슬 신호가 오고 있었다. 밥 달라는 신호. 언제쯤 올까 하고 생각하며, 발장난을 하고 있을 때였다. 큰 박스를 품에 안고서 뭐가 그리 좋은 것인지, 웃으면서 오는 명수의 모습에 인상을 찌푸렸다. 쟤가 왜 저래.

 

 


“ 내가 네 선물 가져왔어. ”

 

 


내가 잘못 들었나. 귀를 후비던 성열이 여전히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명수를 바라봤다.

 

 


“ 선물? 네가? 내 거를? 웬일이야. 비가 오려나. ”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한 하늘을 멀뚱멀뚱 바라보던 성열이 말했다. 날씨는 되게 좋은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의 성열을 보면서도 기분이 좋은 듯, 항상 무덤덤하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 내가 말했었잖아. 너만 보면 선물 주고 싶…. ”
“ 아, 됐고. 일단 줘봐. 뭔지 뜯어보자. ”

 

 


두 팔을 벌리며 달라는 성열의 멀뚱멀뚱 쳐다보던 명수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그 모습에 고개를 갸웃한 성열이 발을 동동 굴렸다.

 

 


“ 고맙다는 말은? ”
“ 일단 뜯어보고 괜찮으면 할게! ”
“ 그럼 안 줄래. 내가 가져야겠다. ”

 

 


한 발자국 더 물러서더니 큰 상자를 제 등 뒤로 숨긴 명수가 능청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신을 집요하게 쳐다보는 성열의 시선을 피해, 이곳저곳을 쳐다보며 마음에도 없는 말을 입 밖으로 뱉었다. 남우현을 줄까, 김성규를 줄까. 아니면 문수를 줄까. 누굴 주지.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줄 것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해본 말임에도 불구하고 성열에게 이 작전이 먹혀들어가는 것인지 다른 사람의 이름을 말할 때마다 움찔거렸다. 누구를 주지. 그 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성열이 명수에게 다가갔다.

 

 


“ 알았어. 말하면 되잖아! 고마워. 김명수야, 고마워! ”

 

 


그러니까 이제 줘. 자신이 원하는 말까지 들은 명수가 답지 않게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성열에게 상자를 건네었다. 품에 안아도 남을 정도로 큰 상자 속에 든 것이 궁금해서 포장지를 마구 뜯고 싶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분홍색의 포장지였기에 차마 험하게 다룰 수가 없어 조심스럽게 테이프를 뜯으며 포장지를 벗겨갔다. 성열이 기대하는 표정으로 포장지를 뜯고 있을 때, 명수는 성열이 사온 도시락을 꺼내어 메뉴를 확인했다. 다행히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잘 사온 것을 보며, 얼른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짐과 동시에 들리는 성열의 큰 소리에 흠칫 몸을 떨며 성열을 바라봤다.

 

 


“ 야, 이 시발아!! ”

 

 


욕 안 어울린다니까. 성열의 말버릇을 지적했지만, 그 말은 들리지 않는 듯 성열이 그 자리에서 일어나 펄쩍펄쩍 뛰기 시작했다.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 왜 그래? ”
“ 왜 그래? 왜 그러냐는 말이 지금 네 입에서 나오냐? 나와? 시발아, 고맙다는 말 뱉어내. 뱉어내, 이 새끼야! ”

 

 


그 말을 시작으로 성열이 명수의 등짝을 때리기 시작했다. 보는 사람이 다 아플 정도로. 명수의 표정은 이미 망가질 수 없을 만큼 잔뜩 망가져 있는 상태였다. 등에서 불이 붙은 것처럼 화끈거렸다. 얼른 못 뱉어?! 씩씩 거리며 숨을 고르던 성열이 다시 손을 들어 이번엔 등짝이 아닌 정강이를 걷어찼다. 며칠 전에 맞았던 곳에 또 다시 맞은 명수가 단말마를 뱉으며, 정강이를 부여잡고 성열을 바라봤다. 자신이 성열을 위해 타온 선물 때문에 이렇게 맞고 있는 이 상황 때문에 슬슬 화가 나려고 했다. 내가 지금 누구 때문에 볼링공도 아닌 피구 공으로 볼링 핀 쓰러뜨리고 왔는데. 또 다시 올라오는 손을 잡은 명수가 아파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성열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 왜 그러냐니까. 말도 안 해주고 때리기만 하면, 내가 맞고 있어야 되냐? ”
“ 네가 이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는지 보자. ”

 

 


성열의 의미심장한 말에 긴장을 한 명수가 화끈 거리는 등을 매만지며, 성열을 가만히 바라봤다. 뭘 보여줄까 하고. 박스 채로 바닥에 부으려던 성열이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박스를 똑바로 잡았다. 대체 뭐기에. 씩씩거리며 두리번거리던 성열이 벤치 위에 박스를 내려놓으며, 남이 들을까 싶어 차마 큰 소리를 내지 못하고 인상을 쓰며 숨 죽여 소리를 냈다.

 

 


“ 이게 날 위한 선물이냐, 이 개자식아? 생리대? 바디피트? 시발, 템포?! 죽고 싶지. 죽을래?! ”

 

 


김명수, 그냥 죽어! 남이 들을까 싶어서 숨 죽여서 소리치던 성열이 급기야 큰 소리를 내며 명수의 멱살을 잡았다. 치욕도 이런 치욕이 없었다. 특이하다 했지만, 이런 선물을 받을 줄이야. 명수에게서 온전한 선물을 기대했던 자신이 바보였다고 자책을 하며, 흔들던 멱살을 내려놓으며 박스 안에 가득 들어있는 생리대를 바라봤다. 집에 누나나 여동생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처음 보는 생리대의 모습에 한숨만 푹푹 새어나왔다. 대형부터 시작해서 템포까지. 템포는 뭐야, 대체.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고 생각하며, 누가 볼까 싶어 급하게 박스를 닫았다. 어디에 써야할 지, 남자인 자신이 쓸 곳이 어디 있는지 골똘히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생각보다 강력한 선물에 잠시 놀란 명수가 제 얼굴색을 되찾고는 여전히 씩씩 거리고 있는 성열을 보며 말했다.

 

 


“ 너 그거 안 했었냐? ”
“ 뭘! ”
“ 생리. ”
“ 뭐 이 새끼야?! ”

 

 


품에 들고 있던 박스를 바닥으로 내동댕이친 성열이 명수의 멱살을 다시 붙들었다. 멱살을 잡고 앞뒤로 흔들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지만 명수의 표정은 바뀔 줄을 몰랐다. 오히려 떳떳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성열의 몸속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 예쁜 거 다 잘 어울려서 그것도 하는 줄 알았네. 미안하게 됐다. ”
“ 미안하게 됐다? 그 말 한마디면 끝이냐? ”
“ 그럼 뭘 더 바라는데? ”

 

 


명수의 물음에 성열이 잠시 고민에 빠졌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딱히 바라는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 때, 바닥에 내동댕이쳐서 쏟아진 생리대들을 보며 기겁을 한 성열이 급하게 생리대를 주워 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드는 한 생각.

 

 


“ 야, 너 누나 있어? ”
“ 내가 누나가 어디 있어. 문수 한 명 있는데. 누나는 왜? ”
“ 누나는 왜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그럼 이거 누가 쓰는데! ”

 

 


아…. 그제야 사태를 파악한 명수가 고민에 빠진 얼굴을 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이제 깨달아주기라도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얼토당토않은 대답이 들려왔다.

 

 


“ 네가 써. 솔직히 내 얼굴로 쓰는 건 좀…. ”
“ 뭐? 내가 뭐 어때서! 그리고 내가 이걸 어디에 써! 미쳤냐? ”

 

 


얼굴이 시뻘게지다 못해, 톡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성열을 보며 심드렁한 표정을 지은 명수가 볼을 긁적였다.

 

 


“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고 그랬어. 혹시 모르니까 챙겨둬. ”
“ 아, 그럴까… 라고 할 줄 알았냐? 내가 왜 챙겨! 네가 챙겨! ”
“ 내가 준 선물을 내가 챙겨? 말이 된다고 생각해? ”
“ 안 될 건 또 뭔데. 네가 챙겨! 아님 버리던지! ”

 

 


그렇게 말을 하고는 벤치 위에 박스를 올려둔 성열이 도시락 봉지를 들고, 씩씩거리며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런 성열의 뒤를 따라가야겠다는 생각을 한 명수의 손이 빨라졌다. 고의인 것인지, 깜빡한 것인지 두고 간 성열의 가방을 한 쪽 어깨에 메고 박스를 품에 안고 급하게 뛰어갔다. 그렇게 급하게 걸어가더니, 그리 멀리 가지 못한 성열이 뒤를 힐끔힐끔 처다 보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 있었으면서 기다리고 있었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노발대발 할 것이 분명해, 마음 한 편에 그 말을 넣어두고 성열의 옆으로 다가가 섰다.

 

 


“ 내 가방 줘. 너 짐 많잖아. ”
“ 됐어. 괜찮으니까 그냥 가. ”
“ 내 가방 달라니까? 왜 고집을 부려? ”
“ 고집 부리는 게 뭔지 보여줄까. ”

 

 


질린 표정을 지으며 성열이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장난기가 발동한 명수가 그런 성열의 표정을 지나칠 리가 없었다. 오히려 더 즐겁다는 표정을 지으며, 성열에게 한 발자국씩 다가갔다. 성열에게 소리를 내지 않고, 입모양으로만 말을 해도 될 정도의 거리가 되었을 때 입을 벙긋거렸다. 이 박스 속에 생리대 있는 거랑 내가 선물했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녀도 되냐고. 입모양을 제대로 못 읽은 모양인지, 여전히 멍한 표정의 성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에 혀를 차며, 목소리를 낮춰 조용히 말하자 그제야 알아들은 성열이 얼굴을 붉히며 명수 쪽으로 급히 다가왔다. 죽어, 진짜! 명수가 입을 떼려고 하자, 놀란 성열이 명수의 입을 제 손으로 틀어막으며 이를 악물고 중얼거렸다.

 

 


“ 박스 들 테니까, 조용히 해. 죽어, 진짜 ”

 

 


죽는다는 말만 해도 오늘 몇 번째인지. 이젠 죽는다는 말이 무섭지 않을 정도였다. 대답을 하지 않는 자신의 대답을 재촉하며, 얼굴을 자신 쪽으로 가까이 하는 성열을 가만히 보던 명수가 어깨를 으쓱이며 마음속으로 대답했다. 생각 좀 해볼게, 라고.

 

 

 

 

 

 

 

 

[인피니트/수열] 여성의 날 | 인스티즈

 

클레오입니다~~~~ 히히히. 수열 만세!!!! 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정신 놓았나봅니다..네.......

텍파까지 있는 글이지만 올리고 싶어서영....S2 예쁜이찬가 번외 올리고 싶은데

너무 뜬금없을 것 같아서 패스하고 여성의 날을 뙇!!!!!! 잠시 뒤에 또 다른 거 올리러 와야지이~

오랜만에 암호닉 읊어보겠어영~~

 

케헹 바카루 무럭자라 규잉 구염 꾸꾸미 파비 사과맛규 감성 월백 라우 김난 렝도찡 테라규
남군 또모또모 석류 사과맛규 까또 쑥 우현성규 사모 잉피 소금 키세스 오백원 31 카카라
익명인 불맠 타라 혁거세 테라규 몽몽몽 윤얀 규지지 설륜 복자 허니 열총버섯

 

암호닉 신청은 항상 받고 있습니다~.~ 그럼 저 이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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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ㅋㅋㅋ 명수진짜능글맞다 ㅋㅋㅋㅋ 성열이가 저래 떽떽거리는게 이해가네요 ㅋㅋㅋㅋㅋㅋ 둘이 귀여워귀여워 ㅠㅠㅠㅠㅠ
11년 전
클레오
ㅋㅋㅋㅋㅋ귀엽죠!!!!! 얘네는 이렇게 투닥거려야...bbbb힛힛
11년 전
독자2
어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선물잌ㅋㅋㅋㅋㅋㅋㅋㅋ아우열이너무귀여운거아니예요??
11년 전
클레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선물ㅋㅋㅋ생리댘ㅋㅋ엌ㅋㅋㅋㅋㅋS2 언젠간 쓸 일이 있을겁니다!!!! 열이 귀엽져ㅠㅠㅠㅠ? 때리고 막 왘왘거리곸ㅋㅋ
11년 전
독자3
어휴귀여운걸말로표현못하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정말귀여운강아지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년 전
클레오
ㅋㅋㅋㅋㅋ우쭈쭠ㅋㅋㅋ저걸 얼른 사용해야할텐뎈ㅋㅋㅋㅋㅋㅋㅋㅋ
11년 전
독자4
테라규에요 ㅎㅎㅎ으앜ㅋㅋㅋ 근데 왤케 귀여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진짴ㅋㅋㅋㅋ 김명수 능글캐릭터 보니깐 또 새롭닼ㅋㅋ
11년 전
클레오
기엽졐ㅋㅋㅋㅋㅋㅋㅋㅋㅋ흐흐흨ㅋㅋㅋㅋㅋ전 명수가 능글 맞은게 그렇게 좋더라그옄ㅋㅋ
11년 전
독자5
ㅋㅋㅋㅋㅋㅋ근데 수열은 명수가 능글맞으면서 배틀호모도 괜찮을것같아옄ㅋㅋ 잉 능글맞으면서 배틀호모라니... 뭐옄ㅋㅋㅋㅋ
11년 전
클레오
ㅋㅋㅋㅋㅋㅋㅋㅋ어머낰ㅋㅋㅋㅋㅋ나 배틀호모 정말좋아하는데옄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제가 쓰면 배틀이 아니라 달달이 되어버리더라구요..ㅋㅋㅋㅋㅋ왜죠
11년 전
독자6
배틀호모가 달달하게 될수도있는거구 ... 그리구,,.(부끄) 그대 쓰는 그리면 다좋아요
11년 전
클레오
(* )아잌ㅋㅋㅋㅋㅋ좋아랔ㅋㅋㅋㅋㅋㅋ저 이렇게 승천한 광대와 함께 지니어스를 시청하렄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년 전
독자7
ㅋㅋㅋㅋㅋ지니어스를 보는 순간 웃음이 사라질지...도.......ㅋㅋㅋ... 너무
11년 전
클레오
그래여??ㅋㅋㅋㅋㅋㅋㅋ신기하닼ㅋㅋ
11년 전
독자8
ㅋㅋㅋㅋ 감성이에요 어익후....며...명수야....서...선...선물...이...허허허허하하하하하하하그....그래...하하하조...좋네..허허허부....부럽다....?응...?아..어..그래...음...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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