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조팝나무에요.
네, 그렇습니다. 이번 편도 날라가버리고 말았었..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이렇게 늦었어요..
그런 비극을 겪었어요 네.. 저는 왜 쓰는 글마다 날라가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깐 눈물 좀 닦구요.
다행히 메모장에 붙여넣기 한 부분이 있어서 아예 통째로 다시 쓰지 않아도 되서 다행이었어요 흡..
ㅋㅋㅋㅋㅋㅋㅋ 그 다음부터는 한 줄 한 줄 쓸 때 마다 메모장 저장 버튼을 눌렀다는건 안비밀 ㅋㅋㅋㅋㅋ
네, 그렇습니다. 이번 편도 분량이 후덜덜합니다 그리고! 불꽃..이 다가오고 있어요.
깨알같이 이번 편에 모든 커플링의 이야기를 넣고 싶었던 제 마음을 알..알아주시떼ㅋㅋㅋ헠ㅋㅋㅋ
BGM은 역시나! 씨스타의 나 혼자입니다.
온갖 기대를 하게 만들고 결국 써놓은게 이거라느..건 안..자랑.. 흡..
생김을 사랑해주시는 모든 그대분들께 너무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 꼭 드리고 싶습니다 ㅜㅜ 감사합니다!
더보기 |
호원은 언짢은 표정을 그대로 내보인 채 모두에게 남극 1일 체험을 시켜주고 있는 성규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치렁치렁한 갈색머리 가발을 쓰고 옆이 길게 트인 검정색 원피스를 입은 채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성규는 아직 화장을 시작하지 않아 노메이크업 상태였지만 충분히 매력적으로 보였다. 이거 잘만 하면 완전 대박 나오겠는데? 이 말을 입 밖으로 꺼낸다면 성규의 노발대발개발시발에 제 십이지장이 돌돌 꼬여버리는 비극적인 사고를 당할게 뻔했기 때문에 호원은 애써 침묵을 지켰다. 생존의 본능에서 나온 최선의 선택이었다. 비비크림인지 뭔지를 손등에 살살 덜어내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꽃잎을 이미 찢어진 눈매를 더욱 살벌하게 찢으며 바라본 성규가 위협적인 목소리를 냈다. 니 얼굴 꼬락서니처럼 해놓으면 죽는다.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하는 성규에 대수롭지 않게 꽃잎은 어깨를 으쓱할 뿐 별로 타격을 받지 않은 모습이었다. 제 메이크업은 저만을 위해서 고안된 화장이라서 아무한테다 안해주거든요? 이렇게 장인의 손길을 느끼게 해주는 것도 대대손손으로 감사히 여기세요. 시발, 짱똥 부탁만 아니면 이짓거리 당장 때려치는건데. 짜증이 제대로 섞인 꽃잎의 말에 호원과 성규는 동시에 같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마음 그대로 고이 간직하길 바래. 대회 이틀 전까지도 제 친구들을 샤방샤방하게 변신을 시켜줄 사람을 찾지 못해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던 호원을 구제해준 것은 (아이러니하지만) 다름 아닌 동우였다. 호원은 꽃잎의 손에서 시대를 거슬러올라가는 아이라인을 달고 아프리카 소수민족의 주술사로 다시 태어날 성규와 성열을 생각하며 고개를 힘차게 내저었으나 그 후에 이어진 동우의 한마디에 그 도리질을 멈출 수 있었다. 꽃잎이 믿어도 돼. 자기 개성을 남들한테까지 강요하지는 않거든. 아핰핰핰핰! 사실 호원은 그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저렇게 가끔, 아니 실은 자주 건방지게 치고 들어오는 이파리년의 행패에 존나게 백번이고 천번이고 후회를 할 뻔 했지만, 할 뻔 한거랑 한거는 엄연히 다르니까. 이미 변장 수준의 분장을 끝낸 후 핸드폰으로 '나 혼자'의 안무를 체크하고 있는 성열을 바라보며 호원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처음에는 여장 자체에 경기를 일으키며 호원에게 싹싹 빌어대던 녀석이었는데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의욕이 충만한 상태였다. 30만원을 꼭 받아서 학급 운영비에 보태겠다고 호기롭게 소리를 질러대던 제 친구의 모습을 머릿 속으로 떠올리던 호원의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피부가 워낙 하얘서 찍어바를 맛이 좀 나네요? 피부 관리 따로 하세요?"
소량의 비비크림을 스펀지에 덜어낸 꽃잎이 성규의 얼굴을 톡톡 찍어내기 시작한다. 눈을 감은 채 미간을 잔뜩 찌푸린 성규가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그딴거 안해. 내가 계집애냐? 톡톡 스펀지를 다루던 손길이 거칠어졌다. 말하는 싸가지가 갑이시네요. 뭐? 이런 건방진 중딩년을 봤나. 조까세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어느 새 파우더 퍼프를 한손에 든 채 두 눈에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품고 서있는 꽃잎과 빛의 속도로 자신이 앉아있던 의자를 걷어차며 일어난 성규가 대치 하고 있었다. 아잌, 애들아, 왜 그래. 싸우지마. 그에 여자 이성열이 된 기념으로 찍은 셀카들을 명수에게 전송을 하고있던 성열이 깜짝 놀라 수리 부엉이로 빙의한 표정으로 그 둘 사이를 막아섰다. 오빠는 좀 비켜봐요. 이성열, 너는 하던 연애질이나 마저 해라. 성규와 꽃잎이 자신들 앞을 가로막은 인영을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밀쳤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멋진 팀플레이에 평화주의를 지향하던 성열의 노력이 한순간에 휴지조각처럼 하찮고 부질없어졌다. 호원은 한숨 제조기가 되어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힘 빠지는 한숨을 입 밖으로 선보였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지 오빠만 없으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는 이파리년과 무한남고 최고의 까칠남 김성규의 만남에서 오히려 저런게 없으면 섭섭할 뻔.. 한건 완전 훼이크고 호원은 1분 1초가 흐르면 흐를수록 늘어나는 것 같은 자신의 이마 주름을 제 손으로 쫙쫙 피며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성규야, 이왕 하는거 웃으면서 하자. 왜 사서 고생을 하고 그래, 응?" "너 같으면 이런 그지발싸개 같은 상황에서 실실 대면서 할 수 있냐?" "장꽃잎, 너도 오빠한테 그만 개기고 니 할일부터 확실히 하자. 니가 이러는거 동우가 알면 좋아하겠어?" "이호원, 넌 짜져. 생식기 불능 상태로 만들어주기 전에."
주최자를 존나게 패주는게 제격일거 같은 이 개썅노무 여장대회 준비 때문에 남우현 노래 부르는 것도 못봤다고! 금방이라도 가발을 패대기칠 것 같은 성규의 포스에 순간적으로 몸을 움추린 호원이 제 친구의 등을 살살 두드리며 진정을 시도했다. 미안해, 성규야. 일단 진정해. 자신이 뭐를 미안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이렇게 말하는게 옳은 것 같았다. 그나저나 저 뿌리 채로 땅에 묻어버리고 싶은 이파리 지지배는 왜 나한테만 허락도 없이 말을 까는걸까. 나는 너보다 2년 더 일찍 태어나서 더 많은 밥을 먹고 더 많은 체내 폐기물을 생산했는데. 자신에게는 길게만 느껴지는 24개월의 갭이 꽃잎이 앞에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에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른 호원이 아직도 대결 구도에 있는 있는 두 성격파탄자들을 바라보았다. 장동우 얘는 잠깐 둘러보고 온다더니 왜 이렇게 안와? 실제로는 나간지 30분도 안지났는데 기분 같아서는 일년 365일이 지난 것 같이 느껴졌다. 호원아, 무서워.. 너 고자로 만들어준대. 쎈캐남녀의 협공에 강제로 소금처럼 짜져야만 했던 성열이 머나먼 멘탈 붕괴의 여정을 떠났다가 돌아왔다. 개성열, 닥쳐. 내가 곱게 저 오빠 오타쿠 새끼한테 붙잡혀서 성불구자가 될 것 같아? 호원이 신경질이 그득한 눈을 부라렸지만 성열은 검은색 긴생머리 가발을 쓸어넘기며 얄밉게 웃을 뿐이었다. 아잌, 응, 충분히. 성열이 호원을 죽일듯이 노려보고 있는 꽃잎이를 고갯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아, 왜 내 주위에는 이런 새끼들 밖에 없어! 내가 전생에 대역죄라도 지었나, see bird! 아, 장동우, 너는 쫌 빨리 오라고! 호원은 또라이 소굴의 중심에서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절로 내뿜어져나오는 절규를 애써 꾹꾹 삼키며 자신의 머리털을 쥐어뜯을 수 밖에 없었다.
***
"안녕하세요. 무한남고 제 6회 여장 콘테스트 사회를 맡게 된 류거남이라고 합니다! 자, 긴말 하지 않고 여러분들이 오랜 시간동안 기다리셨던 우리 무한남고에서 엄선된 꽃 중의 꽃들을 만나보시겠습니다! 먼저 1학년 1반 이찬희, 이병헌 학생들의 오렌지캬라멜의 '방콕시티' 공연 감상하는 시간 가져볼게요!"
류거남 저 새끼 드립력 후지다. 꽃 중의 꽃이 뭐냐? 썅토 나올 것 같아. 무대 위를 쳐다보던 호원이 우웩 거리며 가슴을 주먹으로 쿵쿵 쳐대는 모션을 취했다. 그러게, 좀 새우젓 같다. 우리 성규라면 모를까. 호원의 말에 대답을 하는 그 짧은 순간에도 우현은 대한민국 최고의 팔불출은 바로 이런 것이다를 몸소 보여주는 센스를 발휘했다. 아, 순간 파도처럼 몰려오는 닭살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안면근육 전체를 이용해 떫은 표정을 지어보이던 호원이 말했다. 이 새끼, 요거 요거 좀있다가 김성규 보면 상사병에 걸린다에 한 표. 상사병? 응, 솔직히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존나 예쁘거든, 김성규. 아, 그래? 호원의 말에 우현이 좋은지 싫은지 며느리도 시어머니도 모를 얼굴을 하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물론 존나 예쁘고 앙큼한 성규는 하루죙일 시선을 고정 시키고 있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눈이 즐겁겠지만, 그건, 음, 나 혼자 보고 싶단 말야. 디아블로 때문에 고개 숙인 남자가 되어버린 우현은 입을 고쳐달아도 성규에게 발언권이 없었지만 싫은건 싫은거였다. 태티서의 트윙클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1학년 2반 남학생들의 꼴을 보고 있으려니 저번 성규 집에서의 '개성열의 난'을 떠올린 호원은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스물스물 자신을 엄습해오는 짜증을 느꼈다. 제 친구가 해파리 같이 꾸물거리며 태티서 누님들을 욕되게 하던 그 모습이 머릿 속에서 강제적으로 자동 재생이 되어 고개를 거세게 내저은 호원이 말했다. 아, 존나 신개념 안구 습격이었어. 고개를 돌려보니 자신과 별다를게 없는 표정으로 우거지상을 하고 머리를 아래 위로 주억거리는 우현이 보였다. 짜식, 너도 같은 종류의 고통으로 고생하고 있구나.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이제는 세살 먹은 어린애도 안다는 국민 광고인 초코파X 광고의 유명한 CM송이 울리는 환청을 들으며 호원은 또라이 4총사를 결성한 3년의 세월동안 처음으로 우현과 정을 나눈 기분이 들어 괜시리 뿌듯한 가슴을 느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개성열의 트윙클 대란으로 인해 우현과의 우정을 재확인한 (사실은 혼자만 동질감을 느꼈지만) 호원의 어깨를 무지막지하게 강한 힘이 강타한 것은. 아직 1학년 3반 시작 안했.. 어? 호원아, 괜찮아? 헐, 괜찮아? 어깨쭉지의 모든 세포를 파괴시킬 것만 같은 한방에 단발마에 비명을 지르며 상체를 앞으로 숙인 제 친구를 보고 동우는 뭐 마려운 강아지 마냥 끙끙대며 발을 동동 굴렸다. 응, 괜찮아.. 방년 18세의 꽃다운 나이에 상반신 마비가 되는 줄 알았지만 이 정도는 뭐.. 마지막 말을 꾹꾹 삼킨 채 애써 웃어보이는 호원을 콧방귀를 끼며 흘겨보던 꽃잎이 동우에게 팔짱을 끼며 말했다.
"아! 다행이다. 하마터면 우리 성종이 놓칠 뻔 했네!" "성종 오빠 완전 예쁘겠지? 기대 된다."
서..성종 오빠? 우리 성...종이? 타인이 들어도 성종에 대한 친밀감이 절로 묻어나오는 장씨남매의 대화에 쓰라린 어깨를 제 손으로 어루만져주고 있던 호원이 거짓말처럼 그 움직임을 멈췄다. 동생한테 학교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갔던 동우였는데, 그런 동우가 돌아온 이유가 마성종 같은 놈팽이 때문이었다니. 성종이라면 내 친구의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자, 무한남고에서는 마성의 이성종이라고 불리우고, 오글거리는 표현만을 구사하며 재수없는 짓만 골라하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그.. 1학년 3반의 남학생? 그리고 장동우와 사.. 사.. 사겼던.. 하, see bird, 말을 말자. 멘탈이 철저하게 붕괴되었던 그 어느날의 추억을 회상하던 호원이 입을 꾹 닫은 채 무대 위로 시선을 돌렸다. 어? 성종이 오빠다! 짐승처럼 울부짖는 무한남고 학생들의 사자후 속에서 성종이 어느새 제 모습을 드러냈다. 에이핑크의 'Hush'에 맞춰 깜찍발랄하게 몸을 비틀고 흔들어대는 성종의 존재감은 과연 압도적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어여쁜 여학생(?)이 무대 위에서 양갈래 머리를 비비 꼬며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윙크를 날려댈 때 마다 눈에 초점을 잃고 성종의 이름을 정신없이 부르짖는 노예들이 한명씩 늘어가고 있었다. 이미 함께 나온 친구는 들러리로 전락된지 오래였다. 저 미친놈 끼 떠는 것 좀 봐. 끊고 싶어도 끊을 수가 없는 원한 관계에 있는 성종이 우현은 상당히 못미더웠지만 속으로는 객관적으로 보나 주관적으로 보나 걸그룹 페이스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평가를 내렸다. (성규는 예외) 마성종에게 매료 당해 영혼을 빼앗겨버린 21세기 신종 좀비들 사이에서 즐겁게 무대를 감상하던 장씨 남매가 다시 사이좋게 말을 주고 받기 시작했다.
"우리 성종이 나중에 궁디 팡팡 해줘야겠네. 완전 대견하다." "성종 오빠는 완전 무대 체질이라니까? 오빠가 1등 안하면 끝나고 심사위원들이랑 조곤조곤하게 대화를 노나봐야겠어."
"짱똥, 너 이성종이랑 사.. 사.. 사.." "응, 나랑 성종이랑 뭐?" "그러니까 너 말이야. 이성종이랑 사..사.." "응." "이성종이랑 사.. 사.. 하.... thㅏ웠니?"
어? 뭐? 동우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 아, see bird. 이보다 그지발싸개 같을 수가 있나! 호원은 누가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지 않아도 자신이 방금 얼마나 병신 같은데다가 머저리 같은 말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싸웠니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웠니도 아니고.. thㅏ웠니가 뭐야, 미친. 게다가 가장 뜬금없지 않기는 개뿔. 개연성이라고는 후지게 없었다. 월화수목금토일 동안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성규의 번데기 발음을 놀려대며 삶의 기쁨을 찾던 자신이 그 발음호구가 되버린 이 기막힌 현실을 외면하고 싶었다. 하지만 저를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중 하나가 아닌 한국을 어두침침하게 만드는 100명의 찌질이들의 우두머리로 보는 것 같은 우현과 꽃잎의 적나라한 시선으로부터 도피를 하기에는 그들의 눈빛이 너무 강렬했다. 자신을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쳐다보는 동우를 힐끗 바라본 호원이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냐, 그냥 신경 쓰지마. 개소리야.. 그 발언에 주위에 주둔하고 있던 성규 꼬봉 1과 반도의 흔하지 않은 오빠덕후 1의 시선이 더욱 진해진 것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만한 사실이었다.
아까부터 자꾸 너갱이가 빠진 얼굴로 식은 땀을 줄줄 흘리는 호원에게 혀를 끌끌 차주는 센스를 발휘한 우현의 시야에 왠지 익숙하게 느껴지는 뒤통수가 잡혔다. 어? 보기만 해도 존잘내음이 풍기는 저 뒷태는.... 아! 성열이네 명느님이구나!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청바지와 흰 티 차림이었지만 듬직한 어깨라인에서 뿜어져나오는 모델 포스는 터지다 못해 폭발하고 있었다. 이제 곧 있으면 성규와 성열의 차례니까 매점느님이 친히 강림하셨다는게 전혀 이상할게 없었지만 우현은 그제서야 말로만 듣던 제 친구와 저 비현실적으로 잘생긴 형 사이에 오고가는 사랑의 짝대기를 새삼스럽게 깨달을 수 있었다.
사실 거남이 그렇게까지 성규와 성열을 띄워주며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반주가 나옴과 동시에 무대 위로 올라서는 늘씬하게 쫙 뻗은 두 인영에 무한남고 학생들은 이미 이성을 잃고 물개처럼 박수를 쳐대고 있었다. 수백마리의 물개들 앞에서 한쪽 다리를 완전히 내보인 채 리듬을 타기 시작하는 성성 시스터즈를 바라보던 우현의 입이 활자 그대로 쩍 벌어졌다. 저기 갈색 웨이브 머리를 찰랑대며 뇌쇄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여자 사람, 아니 남자 사람이 내가 진물이 날 정도로 물고 빨고 핥는 성규란 말인가?
I'm falling down I'm falling down 차라리 만나지 말걸 그랬어 이렇게 될 줄 몰랐어 이토록 쉽게 우린 끝인가요
또 나 혼자 밥을 먹고 나 혼자 영화를 보고 나 혼자 노래하고 이렇게 나 울고 불고 넌 떠나고 없어 후회해도 소용없어 오늘도 나 혼자
나 혼자 길을 걷고 나 혼자 TV를 보고 나 혼자 취해 보고 이렇게 매일 울고 불고 사랑 참 달콤했어 이별이란 그림자 안에서 오늘도 잠 못자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더욱 과감하게 자신의 다리를 쓸어대는 제 애인 때문에 우현은 정말 미치고 파칠 지경이었다. 모든 일에 완벽함을 고집하는 성격이 저기서도 발휘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씨, 씨발. 김성규! 허벅지까지 드러내고 야살스러운 손짓으로 터치할 필요는 없었잖아! 금방이라도 교복 바지를 뚫고 나올 것처럼 격렬하게 생존 신고를 하는 자신의 아래 분신을 신경 쓰는 것도 바빠 죽겠는데 자신의 주변에서 침을 젤젤 흘려대는 짐승들에게 그 신경을 분산시키려니 우현은 딱 죽을 것 같은 심정이었다. 저 시발노무 새끼들이 지금 누굴 보고 욕정을 표출시키려 들어? 도끼눈을 뜨고 사방에 자리잡고 있는 자신의 적들을 하나 하나 노려보고 있는 우현의 눈길이 매섭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성규와 성열의 무대는 더욱 가열차게 달궈지고 있었다. 야, 쩐다. 우리 30만원 타겠다. 호원이 혀를 내두르며 브라보!를 외쳤다. 그에 옆에 있던 동우와 꽃잎까지 고개를 끄덕끄덕. 완전한 긍정의 제스처였다.
"남우현 등신 새끼, 그러는 너는 디아블로 따위에 너희 성규를 땡처리 해먹었잖아."
"너 나랑 대화 잠깐 대화 좀 하자."
엉거주춤한 폼으로 치마자락을 휘날리며 우현의 손에 이끌려가는 성규는 당황한 기색을 전혀 감추지 못했다. 시한폭탄 같이 위태위태한 현성 부부의 뒷모습을 별 감흥없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호원이 자신의 옆에 멀뚱멀뚱 서있는 성열을 툭툭 치며 말했다. 야, 쟤네 싸운다. 남둔탱의 소유욕이 폭발했다는거에 한 표. 피곤하다며 연락이 잘 되지 않는 명수 때문에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 있던 성열이 그제서야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제 친구들에게 시선을 던졌다. 아잌, 몰라. 둘이 떡방앗간 가동 말고 뭐 더 할게 있겠어? 과연 떠오르는 섹드립계의 샛별다운 회심의 한방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