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조팝나무입니다!
오늘 스아실 성종이를 등장시키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분량이 길어져서...
네, 분량 조절에 실패했습니다 흐규흐규..
그래서 성종이는 또 다음편에.. Aㅏ 성종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 너 안나온지 오래 됐구나. 얼굴 까먹겠다 엉엉
요렇게 새벽에 업뎃을 하구 떠나네요 헣헣...
제 소설을 재밌게 읽어주시는 그대들께 너무 감사드리고! 다들 사랑합니다!
BGM은 브랜뉴데이 - 뽀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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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개빡쳐. 자신이 벌써 화장실 안에서 10분을 소요했다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배변 활동이나 씻기 위해서가 아니였다는게 깊은 함정) 거울에 제 얼굴을 거의 닿을듯이 들이밀던 성규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놀토를 맞이하여 아무도 없는 집안에서 우현과 오붓한 시간이나 보낼까 했는데 자신의 볼 위에 수줍게 올라온 좁쌀 여드름 여러개가 전혀 예상치 못한 트러블메이커가 되어 성규를 괴롭히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뭐 기대를 한다는건 절대 아니지만 하여튼 남우현이 내 얼굴을 코 앞에서 보는 일이 생길 수도 있을텐데 그러면 내 볼에 징그럽게 솟은 이 여드름 개객기들도 볼게 당연하단 말이지? 그런 추한 꼴을 보이는건 이 김성규 자존심에 절대 용납을 못하는데, 아, 어떡하지? 안그래도 억울해보이는 성규의 눈썹이 더욱 완벽한 八자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성규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겨주고 있던 좁쌀 여드름 삼형제는 사실 아주 조그만데다가 구렛나루가 시작되는 부분 가까이에 있어서 눈치 코치 제로인 남우현이 광학 현미경을 들고 설치는 기적이 생기지 않는 이상 발견될 가능성이 전혀 없었지만, 성규는 여전히 심각한 얼굴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갈라진 앞머리를 정리하던 성규의 귀에 반가운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드디어! 왔구나! 내 님이! 문 너머에 있는 주인공을 인터폰으로 확인할 여유 따위는 개나 줘버린 성규가 누구보다 빠르게 비트 위의 나그네처럼 발을 놀려 1분도 채 안되는 시간 안에 현관문 앞에 다다르는 쾌거를 이룩했다. 자신이 우현을 위해 나름 꽃단장을 했다는 사실을 감쪽같이 숨긴 채 애써 시크한 표정을 얼굴에 띄운 성규가 문을 열었을 때 그를 반겨준건 바로 다름 아닌 눈웃음을 날리고 있는 사랑스러운 연인 우현......과 어디서 굴러들어온지 알 수 없는 찌랭이 1, 2였다. 왔....어? 우현이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예상치 못한 성열과 호원의 등장에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제 애인을 쳐다보았다. 성규야, 미안해. 어쩌다보니 이렇게 됐네. 그 무책임한 말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열이 뻗친 성규는 우현에게 차갑다 못해 냉동창고에서 갓 나온듯한 시선을 아낌없이 쏟아주었다. 야, 김성규. 물 좀 줘. 아잌, 성규야, 나 TV 틀어도 돼?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집주인의 위험천만한 정신 상태를 고려 조차 하지 못한 우리의 개드립 콤비는 성규가 눈치를 채기도 전에 이미 소파 위에 널부러져있었다. 시발, 누가 보면 내가 손님인줄 알겠네. 버르장머리 없는 찌랭이 새끼들. 내 팔자가 뭐 그렇지. 아이고,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자신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이미 텔레비젼을 틀고 꺄르륵대고 있는 성열과 자꾸 물을 달라고 재촉을 하는 호원을 체념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성규가 옆에서 자신을 계속 지분거리는 우현의 손길을 거칠게 뿌리치고 말했다. 남우현 개객기야, 쟤네 가면 너 죽고 나 사는거다.
"쩝, 물 말고 이프X 없냐?" "주는대로 쳐 마셔라. 싸맞기 전에." "아잌, 성규 말하는 것 좀 봐! 완전 무서워! 앞으로 우현이가 완전히 잡혀산다는데에 한 표! 하하하하하!" "너도 쟤 다음으로 싸맞기 싫으면 다무는게 좋을껄."
미안해, 성규야. 성열은 온몸에서 뿜어져나오는 성규의 살기에 1초 전까지만 해도 띄우고 있던 환한 미소를 저 멀리 치워버리고 큰 눈을 도로록 굴리며 반성하는 모습을 어필하기 위해 노력했다. 친구들이 가고 난 다음의 후환이 두려워 경직되어있는 미소를 지으며 입가를 바르르 떨고있는 우현의 옆으로 소금처럼 짜지기를 자의로 선택한 성열을 쳐다본 성규가 한숨을 푹 내쉬며 아직 제 앞에 남아있는 골칫덩어리에 시선을 돌렸다. 기껏 물 한 잔을 가져다 바쳐주었더니 하는 말이 뭐? 이프X? 이런 벼락을 맞아도 시원찮은 이프로디테 빠돌이 새끼. 금방이라도 제 얼굴을 뚫어버릴 것 처럼 강렬한 성규의 눈빛에 어쩡쩡한 웃음소리를 내던 호원이 물을 호로록 마시며 항복의 의사를 전했다. 하.하.하, 농담인거 알지? 원래도 까도남의 표본이긴 하지만 심기가 불편해져 더욱 자신의 까칠함을 자랑하고 있는 성규의 눈치를 살살 살피던 호원이 물컵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워어워어, 릴렉스. 용건이 있어서 온거니까 그렇게 쳐다보지마." "그 용건이라는거 한번 들어줄게." "고마워, 위대하신 규신님께서 이렇게 아량을 베풀어주시고. 이야, 나 오늘 계 탔네, 계 탔어."
이 시대의 진정한 까도남 성규가 금방이라도 빙하기 시대를 불러올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호원은 평소의 페이스를 잃지 않고 느물거리고 있었다. 성규는 자신을 '규신'이라고 칭하며 과장된 모양새로 박수를 치는 제 친구가 너무나도 얄미워서 정강이킥을 연타로 날려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규신'이라고 말은 하고 있지만 속뜻은 왠지 '귀신' 같다고 느껴지는건 나만의 착각인가? 용건. 팔짱을 끼고 짝다리를 짚은 채 호원에게 의심의 눈길을 보내던 성규가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웃는 얼굴에 침을 못뱉는 말을 그대로 활용할 작정이었는지 호원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니가 여장 대회 이야기만 꺼내면 이리저리 핑계를 대고 내빼니까 그렇지. 우리도 너와 나무의 해피 타임을 방해할 생각 따위 전혀 없었다고. 이 대회가 우리 반에 얼마나 중요한건지는 너도 잘 알고 있잖아, 응? 1등 상금이 30만원이야, 무려 30만원. 우리 움파룸파 족장님이 큰 마음 먹고 쏘시는건데 우리가 이런 황금 같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되지." "난 그딴거 한다고 한 적 없어. 니 새끼가 꼴리는대로 이름 쳐올려놓고 왜 나한테 지랄이야? 개짜증나게." "내 마음대로 정하는거 니네도 오케이 했잖아. 내가 나중에 딴 소리 하면 뭐 해야된다고 했었더라?"
아잌, 호원아! 나 기억나! 강남역에서 털기춤 춰야한다고 했었어! 우현의 옆에서 죽은 자처럼 말이 없던 성열이 갑자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치고 들어왔다. 아, 시발, 그 때 쉬는 시간에 눈이 멀지만 않았어도.. 그 때 달콤한 휴식 시간의 유혹에 홀랑 넘어가버린 어리석기 그지 없었던 제 자신을 백번 후회해봤자 달라지는건 없었다. 강남역에서 거센 털기춤을 선보이는 것과 여장 대회에 출전하는 것.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기로 한 성규는 둘 중 무엇이 더 쪽팔리고 간지가 안살고, 무엇보다도 앞으로의 제 삶에 얼마나 더 큰 영향을 미칠지 이것저것 재보기 시작했다. 먼저 강남역에서 춤을 추는 것. 이거는... 아, 젠장맞을, 생각하기도 싫다. 이성열을 선두로 내세운 2학년 4반 군단이 와서 히히덕거리며 ucc를 만들어 올릴게 안봐도 비디오였다. 초록사이트 검색 순위에 강남역 미친x으로 오르락내리락할 자신을 생각하니 눈 앞이 컴컴해졌다. 한 큐에 인생 퇴갤 한다는 이야기가 남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가짜 가슴을 달고 끼를 떠는 짓. 아, 이건... 일단 자신의 자존심에 엄청난 스크래치가 될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장기자랑까지 준비해야 한다고? 아, 땀나. 성규는 축축해져버린 제 발바닥에 땀띠가 생길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과장 하나 없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보던 성규의 얼굴에 절망의 그림자가 내려앉았다. 자신의 대답을 묵묵히 기다리고 있는 이호원 십새끼의 얼굴이 악마의 형상으로 보였다. 잠깐만, 하나하나 따져보면 여장이 더 나을 것 같기도 하다. 인터넷에 신상이 털린 채 마포대교에 있는 생명의 전화기 앞에서 오열을 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삶을 사는거 보다는 무대 위에서 있는 듯 없는 듯 대충 5분도 채 안되는 시간을 떼우고 오는게 낫다는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쳤다. 뭐, 그리고 나만 여장하는 것도 아니고 개성열도 하고, 게다가 반에서 2명씩 나가는거니까 그 수많은 무더기 속에서 아마 나는 흔적도 없이 묻히겠지. 자신의 자신에 의한 자신을 위한 계산질을 모두 마친 성규가 굳어져있던 표정을 사르르 녹이고 선심 쓰는 듯한 말을 툭 던졌다. 뭐, 나갈게. 그 까짓거. 성규는 선머슴들의 징그러운 여자 흉내 대회에서 자신의 존재 따위는 지구 내핵 끝까지 묻힐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자신의 그 결정이 어떤 후폭풍을 가지고 올지 예상 조차 못한 채 성규는 이왕 하는거 기분도 풀고 하자는 생각으로 호원과 하이파이브까지 해댔다. 불행하게도 그 순간까지도 자신이 제 무덤을 맨손으로 파헤치고 있다는 몹쓸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성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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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잌, 태티서의 트윙클이 짱이라니까? 눈에 확 띄는거도 모잘라서 베일에 싸여있어도 티가 나는 태티서 누님들이 바로 펄풱트. 인생의 진리지." "아니, 물론 태티서 누나들이 추앙 받아야할 여신님들인건 아는데 그래도 무대 반응은 섹시 댄스가 짱이라니까? 그런 의미로 나는 씨스타의 나 혼자에 한 표." "하하하, 우리 호원이가 뭘 모르는구나! 반응은 태티서가 짱이지. 아잌! 왜냐면 딴 사람들도 다 빛나는 태연 누나를 좋아하니까. 끝까지 경계해야 해. 보석을 훔친 너잖아." "미친 놈. 할말 없어지면 트윙클 가사 그대로 써먹는거 봐. 창의력이라고는 개미 눈꼽 만큼도 없는 놈."
성열과 호원이 여장 대회의 장기자랑을 두고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거침 없이 자신의 약점을 파고드는 호원의 수법에 눈썹 한번 까딱하지 않고 여유롭게 생글생글 웃어댄 성열이 대꾸했다. 아잌, 무대 반응에 집착하는거 좀 봐. 우리 호원이 돈에 눈이 멀어서 우리 팔아먹을라고 눈에 불까지 켰구나? 역시 넌 내 절친이 될 자격이 있어! 소름 돋게 이기적이야, 하하하하하하. 과연 해맑은 저격수라는 별명에 알맞게 고도의 웃으며 까기 스킬을 사용하고 있는 성열이었다. 2학년 4반의 반장으로써 여장 대회 만큼은 다른 반들에게 질 수 없다는 생각을 기본 밑바탕으로 깔고 있던 호원은 그런 성열의 맹공에도 전혀 뒤쳐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막말의 대가인 너만 할까? 너처럼 사람의 심장을 후벼파는 말들을 잘하는 사람은 처음 봤어! 대단해! 브라보! 호원은 눈물을 휴지로 찍어닦는 할리우드 액션까지 곁들여주었다. 우현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는 주제에 '하지만 나는 아직 너에게 화가 풀리지 않았어.'라는 표정을 제 애인에게 끊임없이 되새겨주며 제 친구들이 투덕대는 현장을 관전하던 성규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렇게 트윙클 하고 싶으면 니가 지금 한번 춰보던가. 성규의 머리카락을 애기 다루듯 살살 쓸어넘기던 우현이 동의했다. 성규 말이 맞아. 백번 맞아. 천번 맞아.
"하하하하, 다들 나의 완벽한 춤사위를 두 눈 집어뜨고 똑똑히 봐!"
나만 봐. 아잌, 어딜 봐! 날 봐! 벌써 노래의 간주의 절반이 흐르고 있는데도 성열은 쉴새없이 입을 놀리며 아이들을 말 하나로 정신을 사납게 만드는 묘기를 선보였다. 니가 말안해도 보고 있으니까 제대로 추라고. 보다 못한 우현이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말했다. 숨겨도 트윙클 어쩌나. 눈에 확 띄잖아. 베일에 싸여 있어도 나는 트윙클 티가 나. 뭐라고 해야하지. 곱디 고운 태티서의 목소리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성열은 우현에게 상당히 언밸런스한 충격을 선사해주었다. 뭐랄까, 경로 잔치에서 막걸리를 한 사발 들이키시고 흥이 나 가야금 소리에 몸을 흐느적거리시는 할아버지 같다고 우현은 생각했다. 지화자, 좋다! 껄껄 거리며 웃으시는 옆집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손을 얼굴 가까이 대고 빛이 난다는 듯한 모션을 취하는 성열은 참 해파리 같아 보였다. 아, 해파리 냉채 먹고 싶다. 먹은지 오래 됐는데. 아마 저번에 뷔페에서 먹은게 마지막이었지. 라고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호원이 회상에 젖어 촉촉한 눈빛을 해보였다. 마지막으로 긴 다리를 휘적이며 꼴에 태티서 누님들의 동선에 맞춰 움직이려고 하는 것 같아 보이는 성열을 보면서 성규는 생각했다. 오늘 처음 걸음마 해본 사람도 저보단 어쩡쩡할 수는 없을거라고. 그 정도로 가관이었다. 태티서 춤으로 둔갑한 성열의 요상한 행위 예술은. 괴상한 마무리 자세를 지으며 마지막까지도 친구들을 실망시키지 않은 성열이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어때?
"...야, 안되겠다. 나 혼자, 그거로 가자." "그래, 성규 말이 옳다. 백번 옳다. 천번 옳아." "나 혼자 콜"
성열에게는 굉장히 매정하지만, 어떤 의미로는 굉장히 현명한 친구들이었다. 김성규, 그럼 이번에는 니가 씨스타꺼 춰봐. 호원이 제 옆에 널부러져있는 성규를 쿡쿡 찌르며 말했다. 나 춤 잘 몰라. 이성열처럼 개빠돌이가 아니라서 말이야. 성규는 누워있는 자세로도 얄밉게 어깨를 으쓱일 수 있다는 것을 제 친구들에게 손수 보여주었다. 아잌, 나 개빠돌이 아니라고! 성열의 말이 들리기는 한건지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게 자신의 콤비의 말을 씹은 호원이 말했다. 그냥 느낌만 내서 다리 쓸고 해봐. 호원의 말에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몸을 일으킨 성규가 대꾸했다. 뭐, 그것 쯤이야. 그 자리에서 일어선 성규가 아까 제 친구가 광란의 댄스를 선보였던 그 자리에 가서 섰다. 대충 이런 식인가? '나 혼자'의 음을 허밍하며 느릿느릿하게 하지만 요염하게 자신의 다리를 쓰윽 쓸어내린 성규가 어때? 하고 묻더니 별 감흥 없는 표정으로 다시 우현의 다리를 베고 누웠다. 하지만 그런 성규의 무심한 태도와는 다르게 집주인을 제외한 방 안의 모든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폭풍우가 휩쓸고 지나간 듯한 충격과 공포에 빠져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헐, 김성규, 이거 진짜 괜찮다. 두 말할 필요도 없네. 바로 이거로 가자!" "우와, 성규야, 너 색기 쩐다. 아잌, 지금 우현이꺼 백퍼 발기ㅎ... 웁" "이성열 닥쳐. 그리고 김성규, 이거 하지마. 트윙클 해. 트윙클."
셋의 반응은 각기 달랐다. 호원은 기립박수를 치며 아주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흘러넘치던 성규의 섹시미를 인정했고, 성열은 오늘도 필터링이 전혀 되지 않는 섹드립을 내뱉다가 우현의 손에 의해 입이 막혔다. 그리고 앞의 둘의 호의적인 반응과는 다르게 우현은 정색을 하며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었다. 왜 안되는데? 아까는 내 말이면 백번이고 천번이고 옳대매. 편하게 누운 채 제 연인의 얼굴을 올려다보던 성규가 의문을 제기했다. 그건 그거고 아, 쫌 하지 말라면 하지마! 그에 우현이 더 심하게 표정을 굳히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성규야, 여튼 이거로 하는 걸로 안다? 우린 이제 가볼게. 커플 싸움을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흥미진진하게 바라보다가 우현의 큰 소리에 화들짝 놀란 호원은 성열의 목덜미를 질질 끌고 나갔지만 그런 시트콤 상황을 연출하는 개드립 콤비에게는 관심을 1g도 쓰지 않고 오직 우현에게만 온 신경을 집중시키고 있던 성규가 어이가 없다는 듯 허 하고 바람 소리를 냈다.
"너 지금 나한테 소리 질렀냐?" "아, 진짜. 고의로 그런게 아니고, 아 시발, 나 혼자고 나발이고 그거 그냥 하지마." "그니까 왜." "아오씨.."
See bird, 내가 쪽팔리게 니 씨스타 춤 추면 코피 터질 정도로 섹시하니까 다른 애새끼들이 보는거 싫다고 꼭 말로 해야겠냐! 질투에 사로잡힌 한 남자가 내뿜는 사자후가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만 울려퍼지고 있었다. 아씨, 몇 초만 본건데도 나한테 생존 신고를 하고 있는 아랫도리는 어쩌라고.. 존나 미치고 파치겠다. 말하라는 이유는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하고 자꾸 입술을 열었다 뗐다 하는 우현을 바라보던 성규의 입꼬리가 때에 어울리지 않게 살짝 말려올라간다. 내가 이거 하는거 싫어? 직설적인 성규의 질문에 바로 고민할 새도 없이 응. 그걸 말이라고. 하고 우현이 대답한건 당연한 일. 그러자 여전히 편한 자세로 누워있는 성규의 미소가 더욱 진해진다.
"그럼 더더욱 해야겠네." "뭐?" "너도 아까 내가 싫어하는 짓 했잖아. 저 새끼들 끌고 들어온거." "아, 그건.. 그건 어쩔 수가 없었던거고... 아 진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왜 어쩔 수가 없던건데?"
자꾸 추궁하는 성규의 눈초리에 오랜만에 남멍뭉으로 변신한 우현이 눈알을 데구르르 굴리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아니, 이호원이 잠깐 협조해주면.. 디아블로 CD 빌려준다고...아, 근데 아주 잠깐의 도움이면 된다 그랬어! 멀뚱멀뚱 이해가 안간다는 눈빛으로 우현을 올려다보던 성규가 갑자기 제 애인의 가슴팍을 세게 밀치며 일어났다. 에라이, 이 망할 놈아! 게임 CD에 혹해서 우리 둘의 시간을 팔아쳐먹어? 디아블로나 평생 플레이하다 뒤져라! 그러다 캐릭터 삭제나 당해라! 악담 아닌 악담을 퍼붓던 성규가 옆에 있던 베개를 집어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우현의 얼굴에 정확히 베개를 명중시킨 성규가 약간은 속이 시원해졌다는 표정으로 제 방에서 나가며 말했다. 아, '나 혼자' 안무 영상이나 보러 가야겠다. 아! 성규야, 잠깐만! 저를 다급하게 붙잡는 목소리를 뒤로 하고 컴퓨터의 전원을 키던 성규가 전혀 예상 조차 못하고 있던 사실이 하나 있었다. 여장 대회 출전 결심이 제 무덤을 파는 일이었다면, 우현에 대한 복수심으로 인해 섹시 댄스를 감행하기로 한 이 선택은 자신의 묘비를 선주문해서 배송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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