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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사랑? 대학교 1학년 때. 나보다 한 살 많은 동기였는데, 글쎄. 뭐 때문에 그렇게 좋았는지는 잘 기억 안나. 그냥 그 사람의 말투, 향기 그런 것들만 아득하게 기억나. 근데 걔가 진짜 개같은 놈이다? 자기 아니면 안되게 만들어 놓고, 푹 바지게 해놓고 말도 없이 1학기 끝나고 휴학을 한거야.


"몰랐어? 정국오빠 휴학 했잖아"

"뭐?"

"너한테는 얘기 한 줄 알았는데? 나도 과사 들렀다가 알았어"

"...너희한테 안했는데 나한테는 왜,"

"둘이 사귀는거 아니었어?"


왜 아무 말도 없이 휴학했냐고 따지기에는 애매한 관계라 아무것도 물어보질 못했어. 근데 이 미련맞은 성격이 어디 기? 고작 그 반년을 못잊고 3학년 1학기까지 끙끙 앓았어. 완전 촌스럽지. 그러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휴학 하고 정신 좀 차렸지. 알바도 하고 소개팅도 하고. 그러다 2년 지나고 복학을 했는데,


"아 언니! 여기 언니 동기 있어요!"

"응?"


그 개자식이 돌아왔더라. 영화에서 보면 그 사람 주위로 초점이 흐려지고 그러잖아. 꼭 그랬어. 그 사람 밖에 안보이더라. 왜 말도 없이 사라졌냐고, 연락은 왜 안했냐고 묻고 따지고 싶은데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아무 말도 못했어.


"김여주? 진짜 오랜만이다"

 

근데 얘가 날 보더니 웃으면서 인사를 해. 그런 반응은 전혀 예상 못했거든. 적어도 눈을 피한다던가 그게 아니면 나와 같은 마음인게 보인다던지 할 줄 알았거든. 그 때 깨달았어. 나한테는 절절한 첫사랑이지만 얘한테는 잠깐 스쳐간 인연일 뿐이었구나. 나한테만 소중한 기억이었구나. 하고.




첫사랑에 관한 수백가지의 견해



복학을 했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언제나 그랬듯 수업은 지겨웠고 강의동을 옮겨다니는건 숨이 찼고 학식은 맛이 없었다. 한가지 달라진게 있다면,


"푸하! 선배 진짜 웃긴거 알아요?"

"별게 다 웃기네"


전정국이 돌아왔다는 것. 밤색 머리칼이 눈을 가려 정확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전정국인건 확실했다. 그 때는 짙은 검정색이였는데. 늦은 봄의 교정과 내 눈 앞에 전정국이 퍽 잘 어울려서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봤다. 어쩌면 나는 전정국이 있는 학교를 생각보다 많이 그리워했을지 모른다.


"..."

"..."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는지 그만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괜히 무언가 들킨 것 같아 황급히 눈을 피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_


"...뭐야, 안반가워? 아 기억 못하는건가? 나야 전정국"

"기억해 다시 복학한거야?"

"그렇게 됐어 아 여기 앉을래?"

"아니 난 뒤가 편해 그럼 수업 잘 들어"


그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짧게 미소짓고 늘 앉던 뒷자리에 앉았다. 펜을 꺼내는 두 손이 덜덜 떨렸다. 억울했다. 그 때를 나만 기억하는 것 같아서. 이 와중에 심장은 요동치듯 뛰고 있었다. 자존심 상하게.


_


"아직도 이러네 사랑을 표현하는데 무채색은 너무 도전적이야"

"네..."

"색은 쓰자 응? 이왕이면 따뜻한 계열로"

"네에..."


전정국이 돌아왔다고 내 일상이 판타지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망할놈의 졸전. 벌써 6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고 오늘도 막차시간을 간당간당하게 맞출 것 같았다. 널부러진 찰흙 덩어리를 멍하니 쳐다보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앞치마를 맸다.


"따뜻한 계열...에라이"


따뜻한 사랑을 해본 적 없으니 따뜻함이 뭔지 모르는게 당연했다. 손 끝에 닿는 찰흙의 감촉이 차가웠다. 아 될대로 되라! 손을 털고 강의실 구석에 놓인 소파에 눞다시피 앉았다. 퀴퀴한 먼지냄새가 나는 소파는 나름 편안했다. 아침부터 연강이였던 탓인지 점점 눈이 감겼다.


_


이틀밤을 샜더니 몸이 내 몸 같지 않았다. 1학년때는 밤새 술먹고 야작을 해도 거뜬하다더니. 그 말에 나는 해당이 되지 않는건지 계속해서 눈이 감겼다. 이럴 줄 알았으면 감기약 안먹는건데. 창 너머로는 오후 햇살이 가득했고 졸기에 딱 좋은 시간이였다.


"으응..."


얼굴이 간지러운 느낌에 눈을 떴다. 아직 잠에서 덜 꺴지만 맞은편에 앉은 이가 누구인지는 알 수 있었다.


"그러게 어제 집 가라니까"


얼굴로 흘러내린 앞머리를 넘겨주던 전정국의 말투는 무뚝뚝 했지만 걱정이 묻어났다. 낮잠을 잔 덕인지, 그의 목소리가 듣기 좋아서 인지 배시시 웃음이 났다. 이 기분이면 며칠 밤을 새도 좋을 것 같았다.


"나 좋아해?"


약기운 탓이었을 테다. 내 물음에 그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특유의 차분한 눈으로 날 내려다 볼 뿐이었다.


"응"


정신이 몽롱했다.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았지만 날 보던 그의 눈이 선명했다. 이 순간을 오래 기억하고 싶었다.


_


또 그 꿈이었다. 아직까지 그 꿈을 꾸는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켰을 때 나는 그만 그 자리에 굳어있을 수 밖에 없었다.


"..."

"깼어?"


분명 꿈이 아닌데 아직까지 꿈을 꾸는것 같았다. 그 때와 똑같은 자리에 앉아있는 전정국은 제 맞은편 빈 자리를 쳐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다 애써 정신을 차렸다.


"집에 안갔어? 아니면 뭐 두고 간거야?"

"나 여기 자주 와"

"여길? 무슨...너 여기 지하냄새 나고 정문이랑 멀어서 싫다고,"


그만 입을 합 하고 다물었다. 아직 마음이 남아 사소한 것들을 기억하는게 미련맞아 보일까 싶어서였다.


"오면 너 있을까 하고. 근데 오늘은 진짜 있길래 놀랐어. 나만 오는건가 싶었거든"


장소에 대한 다른 의미가 분명한 말이었다. 나는 그만 헷갈리기 시작했다. 나와 있던 일들을 아직까지 기억하는 것 같았다. 착각이 시작되자 마음 속 깊은 곳에 묻어둔 질문이 꿈틀댔다. 물어보고 싶었다. 왜 아무런 말도 없이 사라졌던건지.


"그,왜..."

"오빠! 여기 있었네요? 아 언니도 있었네요! 정수가 졸전 한달 남은 기념으로 술먹자던데 같이 가요! 정국오빠도 갈거에요"


 개강 첫 날부터 전정국 옆에 꼭 붙어있던 아이었다.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나와 후배를 번갈아보던 그가 난처하다는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난 괜찮아 재밌게 놀아"

"그러지 말고 같이 가자 다 우리 과,"

"아니야 난 피곤해서"


그가 후배의 손에 이끌려 나가고 동시에 붕 떠있던 생각들이 제 자리를 찾는 기분이 들었다. 첫사랑을 다시 만났다고 들떴던 스스로가 창피했다.


'첫사랑의 견해'


작품 이름이 적힌 보기 싫게 세워진 찰흙 덩어리를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첫사랑은 얼어죽을.


_


"형 형이 말한 사물함 여주누나꺼에요?"

"아, 맞다 미안 헷갈렸네"

"근데 왜 거기에 형이 빌려준걸 넣으라고..."

"전에  사물함을 같이 썼었어"

"아...아? 헐!"

"아 깜짝이야 왜 뭐"

 "둘이 동기라더니 대면대면 하는 것도 그렇고 설마 둘이 사귀다가 헤어졌어요?"

"소설 써? 아니야 그런거"

"아 맞네 씨씨였네 그쵸?"

"아니라고"

"그럼 뭔데요!"

"그냥 내가 좋아하다가 만거야 "

"네?"

"나 혼자 좋아했던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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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22.200
안..돼....... 이....어져야....해....요..... 찌...통.....ㅜㅠㅜㅠㅠㅠㅠㅠ
4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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