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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말평가 있고 나서 나랑 한빈이랑 처음으로 둘이 놀러 가기로 했어!
그룹별로 한 달에 한 번씩 연습 없는 날이 있는데 같은 날에 쉬게 되서 바로 약속 잡았지 ㅎㅎ
점심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아서 아침도 여유롭게 먹고 준비를 했어.
옷장을 열어서 이 옷도 대보고 저 옷도 대보고 지금 생각해 보면 나 혼자 난리 쳤던 거 같아..
" 어디 가길래 그렇게 열심히 준비 해? "
" 놀러! 오랜만에 쉬는 날이잖아. "
" 누구랑 가는데? "
" 비밀! "
하이랑 수현이한테 말할까 하다가 비팀 멤버들한테도 다 말할까 봐 일부러 말 안했어.
예쁘게 보일려고 평소에 안 입던 치마도 입었는데 날씨가 추워서 바로 후회..
그래도 이미 나온 거 다시 갈아입기도 귀찮고 해서 만나기로 했던 영화관으로 갔어!
내가 10분 정도 일찍 갔는데도 앞에 한빈이 서 있더라..
" 벌써 왔어? 아직 10분 남았는데. "
" 그냥 할 일도 없고 해서.. 넌 방금 왔어? "
" 응. 아 근데 삐잉아. "
" 왜? "
" 너 옷이 그게 뭐야. "
" 왜? 이상해? "
" 아니. 이쁜데 짧잖아. 안 추워? "
" 응. 괜찮아. "
" 다음부터는 이런 거 입지 마. 바지가 더 잘 어울린다. "
사실 많이 추웠는데ㅎㅎ.. 한빈이가 걱정할까 봐 일부러 안 춥다고 했어.
한빈이가 나 치마 입은 걸 오늘 처음 봤을 텐데 바지가 어울린다고 하는 거 보면
난 치마는 아닌가 봐.. 앞으로는 바지만 입어야겠어..
영화관 들어가서 뭐 볼 지 고르고 있는데 공포영화 하나가 개봉했더라고!!
무서운 걸 잘 보진 않는데 좋아하는 편이라서 그거 보자고 했어.
계속 이런 거 잘 보냐고 괜찮겠냐고 하더라. 그래서 나도 볼 수 있다고 우겨서 결국 그거 보기로 했어ㅋㅋㅋ
근데 막상 영화 시작할 때 되니까 떨리더라 ㅠㅠㅠㅠ 괜히 이거 보자고 했나 이런 생각도 들고..
일단 돈 주고 예매한 거니까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보고 있었는데 한빈이가 좀 불편해 보이는 거야.
계속 뒤척뒤척 거리고 나 힐끔힐끔 쳐다보고.. 그래서 물어봤어.
" 한빈아 뭐 불편한 거라도 있어? "
" 아니. 계속 봐 영화. "
영화보라길래 난 꿋꿋이 영화만 보고 있었어. 근데 무릎에 부드러운 게 느껴지길래 봤더니
한빈이가 자기 겉옷 벗어서 나한테 덮어주더라.
" 이거 덮고 있어. "
" 너 안 추워? 난 괜찮은데.. "
" 그냥 덮고 있어. 자꾸 신경쓰이니까. "
도대체 뭐가 신경쓰인다는 건진 모르겠지만 따뜻하기도 해서 가만히 덮고 있었어.
영화도 절정을 찍어 가고 중간 중간 무서운 부분이 있었지만 나름 잘 참아가며 보고 있었어.
가면 갈수록 귀신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여서 마음속으로 삐잉아 괜찮아를 외치고 있었는데
예상대로 귀신이 튀어나오더라 ㅠㅠㅠㅠㅠㅠ 진짜 영화관이고 뭐고 소리 지를 뻔 했어.
보니까 무서워서 나가는 사람도 있고 우는 사람도 보이더라.. 나는 약과였어..
귀신 나오고 좀 지났는데도 내가 떨고 있으니까 한빈이도 나 떠는 거 느꼈는지 어깨 감싸 안아주더라.
그것도 무심하게.. 솔직히 안 설레고 배겨? 사실 앞에 커플이 많아서 남자들이 다 여자 안아주고 그러길래
얜 그냥 순수하게 영화만 보려고 나랑 만난 건가 하는 생각 들어서 서운했는데 ㅠㅠㅠㅠㅠㅠ
나만 혼자 김칫국 마시는 건가 했는데 이렇게 나오니까 뭔가 안에서 쿵 하고 떨어지는 느낌?
그거 말로만 들을 땐 에이 그런 게 어딨어 했는데 진짜 나도 그러더라..
갑자기 막 연애하고 싶어지고 아 뭐라는 건진 모르겠는데 내가 얘 좋아하나 이런 생각도 들어서
그 뒤부터 영화 내용 기억도 안 나고 ㅠㅠㅠㅠㅠㅠ 영화 끝나고 나갈 때도 나 혼자 좋아서 실실대고..
일부러 좋은 티 안 내고 참고 있었어. 민망하니까..
" 영화 잘 봤어? 무섭진 않았고? "
" 솔직히 쪼~끔 무서웠어 ㅋㅋㅋ 아 근데 아까 눈 가렸을 때 무슨 장면이었어? "
" 그냥 귀신 튀어나오고 사람 놀라고 그런 거지. 뭘 물어보고 그래. 밤에 생각난다? "
" 나 무서워할까 봐 가려준 거야? 내 걱정도 하고 다 컸네 우리 한빈이~ "
" 다 큰 지가 언젠데. 너 자꾸 나 초딩 취급한다? "
내가 다 컸다면서 까치발 들어서 애기들한테 하듯이 머리 쓰담쓰담 해주니까
싫지는 않은 건지 가만히 받고만 있더라. 뭔가 진짜 사귀는 것 같기도 하면서
내가 티 내도 아무렇지 않으려나 하면서 한편으로는 섭섭해져서 괜히 빨리 가자고 했어.
그냥 좀 더 같이 있을 걸 하면서 나중에 후회했지만 ㅠㅠㅠ
지금 생각하면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얘긴데 한빈이가 밥 먹고 가자고 했는데
내가 빨리 가봐야 된다면서 나중에 먹자 하고 바로 숙소로 갔단 말이야.
가면서 몰래 뒤돌아봤는데 좀 미안하기도 하고 그러더라..
진짜 영화만 보고 딱 헤어진 게 되니까 아쉽고 가면서 그냥 다시 만나자고 할까 생각도 하고 ㅠㅠㅠ
난 왜 이렇게 다 서툴고 어려운 걸까 ㅠㅠㅠㅠ 하면서 고민도 하고..
집 도착했는데 한빈이한테 카톡이 와 있더라.
' 조심히 가. 빨리 간다고 다치지 말고. '
' 너랑 더 있고 싶었는데 바로 가버리냐. 나중에 만나면 밤새도록 놀 각오하고 와라? '
' 그리고 오늘 진짜 예뻤어. 근데, 그 치마는 입지 말고. '
이거 보고 또 괜히 기분 좋아져서 아까는 얘가 날 싫어하나 이랬는데 지금은
얘가 날 좋아하나 이런 생각 하고 ㅋㅋㅋㅋㅋㅋ 나 되게 기분파인 것 같아..
숙소에서 방방 뛰어다니니까 왜 그러냐고 가만히 좀 있으라 하는데
가만히 못 있을 거 같아.. 너무 좋아서 말이야.. 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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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의도발임다!!!!!! 팬연썰 일주일 만인가여.. 자주 와야 하는데!!!!! ㅠㅠㅠㅠㅠㅠ
분량은 적지만 항상 사랑해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해요 ㅠㅠㅠㅠ
연재는 카톡 동시 연재 또는 카톡 추가 연재 이렇게 둘 중 하나가 될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할까 생각했었고 의외로 하나만 연재하라는 분들도 계셨는데
원래 쓰던 썰을 중지시키는 건 아니라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결정하게 됐습니다!!!
독자님들 항상 감사하구여 밖에 추우니까 뜨숩게 입고 다니세욤 ㅎㅎㅎ!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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