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倦怠期) [권ː태기]
권태기 : 흔히 부부 관계에서 권태를 느끼는 시기
권태 : 1. 싫증을 느껴 게을러짐.
2. 심신이 피로하고 나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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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컥-'
가게 문을 잠그는 건 내 몫이다 다들 퇴근시간이 가까워 지면 몇 분 일찍 가버린다 그럴때마다 항상 남는건 나 아....항상이 아니구나 오래전, 아니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같이 퇴근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하.......춥다....."
오늘은 남우현이 대학교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고 해서 갈 곳도 없다 남우현 나쁜자식... 지 친구가 어디서 자건 말건 신경도 안쓴다 이거지 근데 생각해보면 신세를 좀 많이 지긴 한것 같다 그래도 그렇지 나 보다 대학 친구들이 더 중요하단 건가
어디로 걷는 지도 모르겠다 그냥 발이 이끄는데로 한참을 가다보니 그 집 앞에 와버렸다 뭐하고 있을까? 오늘 약속 있다던데 아직 안들어 왔으려나? 내가 들어가면 뭐라고 할까? 나가라고 할려나... 혹시, 어쩌면 반겨줄려나.......사실 우린 싸우지도 않았고 헤어진 것도 아니다 언제 부터 우리사이가 삐끗 거렸는지 나도 모르겠다 그냥 김명수의 태도가 변했다는 것만 눈치채고 있을 뿐이다
'띵-'
한참을 서성이고 있는데 들리는 소리에 무의식 적으로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 아........쳐다보지 말껄 아니 이 집에 오지 말껄 아니 차라리...김명수를 만나지 말껄
"그래서 그오빠가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알아?"
"뭐라고 했는데?"
"뭐라 그랬냐면 막 나보고 남자친구 있냐는 거야- 그래서 내가 있다고 했지! 잘했지!"
"................"
나를보고 무척이나 당황한 표정이다
"아.........안녕......."
바보같아 이성열 이 바보야 거기서 그렇게 인사를 해버리면 어쩌자는거야 불과 몇시간 전에 봐놓고는....그나저나 나와 김명수 보다 더 당황한건 생전 처음 보는 여자쪽이다
"누구......오빠 아는 사람이야?"
그냥 아는 정도가 아니었지.....
"..........응 그냥 친구야"
그 말을 듣고 그냥 그대로 뛰쳐 나와 버렸다 그 여자의 인사를 들을 새도 없이 나를 잡으려는 김명수의 손도 뿌리치고 무작정 계단으로 내려왔다 친구.....김명수에게 나는 그냥 친구였나보다 아니다 어쩌면 지금은 친구만도 못한 사이일지도 모른다... 이런생각을 하니 눈물이 차오른다 꼴에 자존심은 있다고 그깟 사내새끼 하나때문에 울지 않으려 입술을 세게 깨물어도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끄윽"
한참을 우니 이제는 꺽꺽 대기 까지 한다 이 추운 겨울에 쪼그려 앉아 몇시간을 울었으니 다리엔 벌써 쥐가 난것 같고 감기에 걸렸는지 눈물 때문에 그런건지 콧물이 나오고 머리가 지끈거린다 움직이지도 못하겠다 그냥 이대로 아침까지 있고 싶다 그러다가 정신이 나른해지고 몸에 힘이 풀린다 아마도 이때부터 정신을 잃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