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만난 그는 팥고물이 묻혀진 떡을 들고 있었다.
그날은 쓰고있던 소설의 마감날이 가까워지고
소설은 결말의 수정을 매듭짓고 있었다.
소설에 집중하고 있던 그 때 문두드리는 소리가 난것이다.
나름 화가 난채로 문을 열었는데
문앞에 서있는 그는 생글생글한 미소로
팥고물이 묻혀진 떡을 접시에 담아 건넸다.
앞집에 이사왔다고 하지만 그런것들이 귀에들어올리는 만무했다.
팥을 본래 싫어해서 안먹지만 그래도 받아왔다.
이걸 받아오면 접시를 가지러 올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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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날 원고를 넘기러 출판사로 향하였다.
소설 [119쪽]이 영화화 된다는 연락을 받았기에
마침 어제 검토까지 끝난 원고를 들고 반폐인이 된 상태로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꽤 큰 출판사라 돈이 많은건지 한달전에 이전을 했다.
이 출판사의 장점은 책을 내면 최소 중박정도는 할수있다는것.
그렇지만 이 출판사가 모든 원고를 받는것은 아니었다.
나같은 몇년계약을 한 작가가 아닌이상
이곳에 원고를 넣으면 5번의 검토를 거친다.
가끔 그런 사람들을 본적이 있는데 처음볼땐 정말 밝은 웃음으로 건물을 들어왔었다.
그렇지만 얼마후 그사람을 보았을때 표정이 정말 장난 아니었다지.
당장이라도 아무사람끌어내려서 팰것같은 분위기였다.
이게 단점이다. 사람 희망에 부풀게해놓곤 그기분에서 급다운시키는게 울림출판사의 단점이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한남자가 일어났다.
이 남자 무지하게 낯익었다.
TV에 얼굴을 몇번비춘건지 얼굴은 방송물을 머금은것같았고
뭐랄까 연예인스럽다.
"안녕하세요. 김명수입니다. "
"아, 남우현이에요. "
"얘기들으셨죠? 우현씨 책 119쪽 영화화 할생각이거든요. "
담소를 싫어하는건지 다른 감독들과는 다른게 단도 직입적으로 이야기를 꺼낸다.
그래. 김명수. 기억났다.
이 사람이 연출/제작하는 영화들은 중박이상의 수익을 내뿜었다.
김명수가 제작하는 영화의 제작비는 다른 영화보다는 돈이 덜 들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수익은 엄청났기때문에
성공한 케이스로 유명하다.
3개월 안에 시나리오를 넘기기로 하고 미팅을 끝냈다.
오늘 원고를 넘겼는데 시나리오라는 거지같은 벽이 하나더 생겨서 기분이 더럽다.
오랜만에 푸짐하게 먹으려고 마트에 들려서 장도 좀 많이봤다.
문제는 이모든걸 혼자 먹어야된다는 서러움이 물밀듯이 들어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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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글보글.
가스레인지에는 다되가는 찌개가 앉혀져 있다.
이제 마음놓고 먹기만 하면 끝이라는 생각에 긴장이 풀리자
어제 떡을 놓고가던 그가 생각나서 접시에 눈길을 던진다.
이사온것이 마냥 좋은지 생글생글 떡이 담긴 접시를 주던 그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접시를 다시 찾아올것이기에 깨끗하게 설거지까지 해놓았다.
그렇지만 그는 아직 코빼기도 비추지 않는다.
그냥 나 가지라는 건가 싶어서 괜시리 애꿎은 접시만 손으로 꾹꾹 눌러대었다.
퉁퉁퉁.
찌개가 완성되고 식탁을 차리려는 찰나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문을 열자 어제의 그가 품안 가득 접시들을 들고 서있다.
뭔가 심부름 하는 꼬마같아서 귀엽기도하고 저걸 다 들고있는걸 보니
불쌍하다는 기분이 교차되서 느껴진다.
"접시…. "
"예?"
"어제 그 떡접시 가지러 왔는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