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좀 특이한 녀석 이야
- 예를 들면?
싫다고 밀어내다가도 내가 지쳐 포기하면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어버리는 그런 사람.
벚꽃이 만개하는 4월이었다. 교정에도 벚꽃이 잔뜩 피어있었다.
기분이 좋아 휘파람을 불며 느긋하게 걸어가는데 저 멀리서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저 녀석.
이내 내 눈살이 찌푸려진 건 당연했다.
“ 여어- 도토리! ”
저 미칠듯한 친화력을 보라 경수! 도경수! 이 예쁜 이름은 쏙 빼먹고 꼭 내 별명을(그것도 쟤 혼자 붙이고 혼자 부르는 별명!) 불러오는 못된 심보!
김종인 저인간이랑 상종을 하덜 말아야지.
몸을 홱 틀어 빙 돌아가더래도 녀석을 피해 가려는데 어떻게 안 건지 능글맞게 웃으며 같이 방향을 튼다
나를향해 헉헉 거리며 쫓아오는 녀석에게 껌딱지같다고 톡쏘아주었지만 소용이 없다는것쯤이야 이미알고있다.
“ 도토리 너 오늘도 예쁘다 ”
내가 이녀석을 피하는 이유가 바로 저것이다.
제대로 고백도 하지 않으면서 날 헷갈리게 하는 저 행동.
친구 사이에 좋아해 예쁘다. 그런 말만 잔뜩 해주니까 듣는 나로서 저게 진심인지 장난인지도 모르겠고...
한가지 알고 있는게 있다면
내가 저 녀석의 시답잖은 농담에 두근거린다는 거.
꽤나 멀찍이 있던 녀석이 어느새 내 옆에 성큼 다가와 있다
난 이 녀석이 키가 커서 더 미워 보여
내 옆에 서서 나란히 걷는 게 또 기분 나쁜 게 아니라 두근거리고, 또 그 설렘이 좋아서 괜히 인상을 확 찌푸렸다
“ 왜 인상 써 내가 그렇게 싫어? ”
“ 어 싫어 그걸 이제 알았냐 김종인? ”
아니 좋아.. 좋아해
그래도 우린 친구니까 또.. 남자니까.
갑자기 조용해진 녀석을 올려다보니 우뚝 그 자리에 멈춰 서 선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날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그런 헷갈리는 표정 하지 말란 말이야
잔뜩 짜증이 나서 그 자리에 우뚝 서있는 녀석을 놓고 나 혼자 걸었다
이제 저런 녀석 따위 어찌 되든 상관없어
휘적휘적 앞서가니 벌써 녀석도 저만치 멀어져 작게 보인다
“..아해!!”
뭐..?
“ 네가 싫어해도 나는 너 좋아해 도경수! ”
벚꽃이 바람에 휘날려 우수수 떨어진다.
그 모양이 마치 눈이 내리는 것만 같다
... 나도 네가 좋아
전하지 못한 말과 함께 벚꽃은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