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2
w. 단편쓰는메리
어느새 수많은 꽃잎을 살랑이던 벚나무에 초록 잎이 돋아나는 5월이 되었다.
[ 네가 싫어해도 나는 너 좋아해 도경수! ]
그날 그 외침 이후로 김종인 그 녀석은 변했다.
지겹게 들러붙었던 적이 있기나 했냐는 듯 어쩌다 한번 마주치더라도 그 녀석이 먼저 시선을 피하고, 쌩하니 가버리곤 했다.
4월그 짧은 찰나를 환하게 빛내다 돌연히 가지를 떠나버린 벚꽃처럼.
나를 잔뜩 설레게 만들어놓고 김종인은 홀연히 떠나버릴 사람이었나 보다.
" 오, 도경수 오늘은 웬일로 껌딱지 없냐?"
" 아. 김종인 말하는 거야? "
" 엉 맨날 니 옆에서 도토리야~ 예쁜 우리 도토리 오구오구 하던 껌딱지 "
" 몰라. "
나도 그 녀석이 요즘 날 아는 체도 안 해서 이상하단 말이야.
언제 분홍빛, 그리고 초록빛을 냈냐는 둥. 나무는 태연하고 굳건하게 겨울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도 슬슬 그에 대해 단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그가 내게 관심이 없다는 것쯤은 눈치를 채고도 남았으니까.
벌써 겨울이 다가오는구나.
급하게 추워진 날씨처럼, 수능 날짜도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 야 도경수, 경수야 잘 봤냐? 나 완전 망했어 진짜, 법과사회를 고르는게 아니었는데! "
" 뭘 골랐어도 망쳤을걸? 너 공부 안했잖아 인마."
" 뭐야? 이런 도리토스같은 "
" 뭐래, 됐고 난 집에가서 잘거야. "
" 어? 왜 나랑 밥 안먹고? "
" 응. "
" 도경수 짱 비싸게 구네, 알았어! 내일 학교에서 봐! "
" 어 간다. "
수능이 끝나니까 길었던 학창시절이 다 끝나버린 기분이었다.
긴 학창시절의 종지부를 찍어서 그런지 너무 피곤했다.
얼른 집에 가서 쉬어야겠어.
느긋하게 걸어 집으로 갔는데 익숙한 인영이 눈앞에 섰다.
" 도경수. "
어... 벚꽃이다.
근 일 년간 나를 마주쳐도 본체도 안 하던 녀석이 웬일로 우리 집 앞에 찾아와있다.
망할 김종인이 또 나한테 무슨 소리를 할까 긴장 반 설렘 반.
내가 그의 장난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
" 야아 나 안 반갑냐? "
" ... 뭐야 여긴 왜 왔어. "
" 너 보고 싶어서. 나 일 년 동안 참느라 미치는 줄 알았어. 도토리 금단현상 일어나서 아주 그냥. "
" 뭐? 그게 무슨... "
" 너는 상위권이니까 당연히 인서울일 테고. 나는 보통 꼴통이냐, 마음잡고 안 하면 너랑 같은 대학 못 가잖냐."
" ... "
" 도경수. 이제 더이상 피하지마. "
어... 눈 내린다.
" 이제 더이상 모르는척 하지마. 아닌척도 하지마. 난 ㄴ... "
" 김종인 "
" 어? "
" 좋아해. "
벚나무위에 하얀 눈이 포근히 내려 앉았다.
더이상 나무는 혼자가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