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상 단편] 짝사랑.
"은상아,"
너의 동그란 뒤통수에 대고 널 조심스럽게 불렀다.
잠시만이라도 내게 집중을 해줬으면, 하는 나의 이기적인 생각에 한 소심한 행동이었다.
"왜애."
넌 고개를 내 쪽으로 돌리고 대답 해주었다.
너의 버릇이었다.
이름 부르면 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하고 지그시 눈 맞춰주는 거. 나른한 분위기로 눈을 느리게 한 두번 깜빡이는 거.
창 밖에 햇살이 커튼을 타고 교실 안을 노랗게 밝혔다.
나를 향한 너의 눈동자는 연갈색으로 빛나고 너의 곧게 뻗은 속눈썹이 얼굴을 타고 짙은 그림자를 만들었다.
"....아니다."
괜히 민망한 마음에 너의 눈을 피해버렸다. 금방 달아오른 두 볼이 너에게 보일까봐 일부러 머리카락을 헝클었다.
"뭐야."
너는 입꼬리를 살짝 올려 에쁘게 웃어주었다.
거의 속삭이듯이 들리는 너의 목소리는 귓가가 간지러울 정도로 사근사근했다.
우리는 나란히 책상에 귀를 붙이고 엎드려서 얼굴을 마주보고 있었다.
이런 장면 어디서 봤는데.
그래, 마치 순정만화에 흔하게 나오는 그런 장면 같았다.
아무도 없는 교실에 우리 단 둘이 있었다.
기분 좋은 선바람이 너의 머리칼을 장난스럽게 매만졌고, 너의 교복 셔츠에서 풍기는 섬유유연제향이 왠지 가슴 설레이게 했다.
너가 안 낀 이어폰 한 쪽에서 마침 흘러나오는 잔잔한 밴드 음악은 우리만의 배경음악이었다.
그 때 나는 마치 흔한 순정 만화의 여주인공처럼 설렜는데,
너의 얼굴 몰래 살펴보며 심장이 터질 듯 뛰었는데,
어째서 너는.
너는 별 관심 없는 듯 너의 얼굴 앞에 핸드폰을 들었다.
마치 너와 나 사이에 딱 선을 긋는듯한 너의 그 행동에 괜시리 마음이 시렸다.
잠시나마 설레고 기대했던 나 자신이 처량하게 느껴졌다. 창피하고 불쌍했다. 누군가의 비웃음을 사고 손가락질 당하는 기분이었다.
아, 맞다. 이게 현실이었지.
전부터 가능성이 없다는 건 자각하고 있었다.
잘 알고 있었는데...
"아, 너무 사랑스럽다...."
내 눈 앞에서 행복하게 웃으며 여자친구에게 톡을 하는 너를 봤을 땐, 내 머리는 정말 복잡한 심정들로 가득 했었다.
짜증, 억울함, 질투, 슬픔, 그리고 막연한 부러움이 전부 뒤섞여 머릿속을 지배했다. 어지러웠다.
백날 너를 포기한다며 막상 널 보면 정신 못 차리는 내가 한심해져서 난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려버렸다.
그래, 그러면 넌 그냥 그런가보다, 하면 되는 거였어.
그냥 내버려두지 그랬어.
.....그러면 되는데,
"여주야, 왜 그래? 괜찮아?"
착해빠진 너는 걱정스런 목소리로 괜찮냐며 굳이 내 고개를 조심스럽게 너 쪽으로 돌려보았다.
미칠 지경으로 예쁜 너는 내 애석한 속 맘도 몰라주었다. 와중에 망하도록 솔직한 심장은 무서울 정도로 빨리 뛰는게 어이 없었다.
"응? 나 왜? 완전 괜찮은데?"
오늘도 난 바보처럼 입꼬리를 올려야 했다.
어깨는 으쓱, 목소리는 일부러 더 텐션 높게, 그리고 표정은 최대한 아무렇지 않다는걸 주장하도록 매일 훈련해와서 이 정도는 쉽게 숨길 수 있었다.
"....진짜지?"
너는 내 머리칼을 정리해주며 조심히 물어왔다.
그니까, 너는 너무 착해서 탈이었다.
그 순간은 너의 모든 것이 야속했다.
살며시 손가락으로 내 머리칼을 정리해주는 너의 설레는 행동도, 재차 확인하는 너의 다정한 목소리도, 나른하게 감겼다 떠지는 너의 예쁜 눈까지,
전부 다.
너는 왜 내 삶에 들어와서 날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그리고 난 그런 너가 왜 이렇게 좋은지.
"응, 당연하지. 나 괜찮아."
사실 나 안 괜찮아,
너에게 다 고백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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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이 있으시련가요,, 너무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한국어가 가장 편한 언어가 아니라 글이 조금 어색할 수 있어요ㅠㅠㅠㅠ
은상이가 너무 보고싶어서 조금 끄적여봤어요...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