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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위로 가시 같은 빗방울들이 후두둑 떨어졌다. 우산을 뚫을 듯이 퍼붓는 장대비에 집으로 향하는 걸음을 재촉했다. 한참 신발이 젖을까봐 땅바닥만 하염없이 내려다보며 걷는데 횡단보도에 멈춘 내 눈 앞에 불쑥 종이컵 하나가 디밀어졌다. 속이 따뜻하단 걸 여실히 보여주는, 컵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내 눈동자로 스며들었다. 

 

"오랜만이다. 그치?" 

 

커다란 손이 멍한 내 눈앞에서 마구 움직였다. 파란 우산과 까만 우산 사이를 통과해 들어온 손이 어딘가 낯설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깜빡이자 연기에 흐릿해졌던 앞이 제대로 시야 안에 담겼다. 우산과 우산 사이의 틈으로 빗물이 새어들어왔다. 

 

"오랜만이다……." 

 

코코아를 내 손에 꽉 쥐어준 육성재가 우산을 내쪽으로 기울였다. 아예 옆으로 달라붙은 육성재의 어깨가 나보다도 더 높다.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나보다 작았으면서. 괜히 입술을 비죽이며 파란 불로 바뀐 신호등을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육성재가 내 뒤를 따랐다. 

 

"야, 내가 코코아도 사 줬는데 뭐 없냐? 혼자 먼저 가기야?" 

"뭐? 나한테 뭘 바라고 코코아 준 거였어?" 

"그건 아니지만……, 그냥 밥 한 끼나 같이 먹자고. 비도 오는데 칼국수나 먹을까." 

"내가 너랑 밥을 왜 먹냐?" 

 

내 말에 육성재의 눈썹이 비뚤어졌다. 내쪽으로 이만치 기울인 우산 덕분에 어깨가 축축하게 젖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육성재는 집요했다. 한참동안 자기와 밥 먹을 것을 강요하던 육성재가 내 앞으로 불쑥 얼굴을 들이밀어서, 나는 순간 얼굴이 화끈해지는 것 같았다. 

 

"알았어, 다음에 밥이나 먹자." 

 

육성재에게 그 말 한 마디 하는데도 괜시리 심장이 뛰어서, 나는 가만히 얼굴을 푹 숙였다. 신발코는 이미 축축하게 젖은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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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하..육상..사랑합니다..진짜 육상은 풋풋하면서도 옛날책 같은 느낌...잘 보고가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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