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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시여 전체글ll조회 319l
아침부터 비가 심하게 내리고 있었다.
뭐 딱히 할일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아르바이트도 오늘은 없고, 나야 상관없는 일이지. 오늘은 그저 집에만 얌전히 처박혀있으면 저 폭우에 바지 쩔 일도 없는 것이다. 담배 한 개비를 꺼내서 입에 물었다. 습관처럼 라이터를 주머니춤에서 빼내들었다.

"아, 금연이었나?"

금연 한지 벌써 2년차에 접어들었다. 맞다. 나는 언제나 담배를 입에만 물고 있는 남자다. 입에 물린 담배를 보고 있자니 뭔가 머쓱해서 머리를 긁적였다. 원래 혼자 자취하는 남자인지라 집안에서 나의 이 초라한 몰골을 보고도 누구도 말려줄 사람 하나 없었다. 뭔가 가슴 한 켠이 허전했다.

뭘 할까,

뭘 할까,

뭘 할까.

이불 깔아논 맨 바닥에서 뒹굴거리는 것도 실증이 나버려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보았다. 10시. 그냥 무심코 눈 앞에 보이는 컴퓨터를 켰다. 컴퓨터가 켜지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어쩐지 길게만 느껴졌다. 간신히 라이터를 붙이려는 마음을 애써 누르고 있었다.

컴퓨터의 그 켜지는 속도를 지켜보자니 뭔가를 꼭 해야할 것 같았다. 그래서 컴퓨터 앞에서 엉덩이를 떼어 부엌으로 갔다. 싱크대 안에는 어제 먹고 치우지 않은 설거지 거리들이 잔뜩 있었다. 치울까 했지만 관두어버렸다. 어쩐지 배가 출출해졌다. 배를 부여잡고 냉장고를 열었는데 다행일까 불행일까 상하지는 않았을까 걱정되는 미확인 음식이 하나 있다. 냄새로 봐서는 찌개같은데. 그냥 먹었다.

찌개를 덜어 밥에 말고 컴퓨터 앞으로 가니 다 켜진 모니터가 나를 반겼다. 막상 컴퓨터를 켰는데 갑자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졌다. 식욕도 나지 않았다. 그냥 컴퓨터를 끄고 찌개도 몇 숟가락 떠먹다 말고 그냥 버렸다.

창가에 앉아 멍하니 그저 쏟아져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다. 텔레비젼도 보고 싶지 않았고 라디오도 듣고 싶지 않았고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졸음이 왔고 잠을 자고 싶었고 눈을 떴을때 내일이 와 있었으면 좋겠다-. 하고 그저 약간 바라고 있었을 뿐이었다.

입안의 담배를 질겅질겅 씹자 어쩐지 쓴맛이 입에 배여져 나왔다. 그냥 오늘 하루는 이렇게 멍하니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창 밖의 거리들이 눈 앞에 다가왔다. 도심에 있는 나의 자취방은 거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오늘은 비가 와서 일까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여러가지 보자기들만 보인다.

"후-."

오늘은 그 잡다한 소음들이 들리지 않는다. 비가 와서 일까. 도시는 뭐랄까 작은 기계공장 같았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색깔있는 보자기들. 쉴새 없이 쏟아지는 비. 그리고 차.

"아주 일률적이군."

기분이 아주 좋지 않았다. 어쩐지 오늘따라 감성적이 되는데 왜일까. 굳이 이유를 알고 싶지는 않았다. 천천히 창가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볼 위로 빗물이 톡톡하고 떨어지는 게 느껴졌지만 신경쓰지는 않았다. 턱수염도 안 깎았고 머리는 부시시하고 옷은 또 구질구질한 일주일 추리닝 차림이다. 아무도 날 보는 사람이 없다.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 사람은 없다.

아주 편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눈을 떠보니 집안에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소리뿐만이 아니었다. 빛도 없었다. 잠시 그렇게 있자 집안의 것들이 눈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비가 멈춘 건가?"

그러고 보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흘끗 창밖을 보았더니 여전히 사람들도 차들도 움직이고 있었다. 비만 그친 것이다.

[삐-삐--]

귓가에 낯익지 않은 소리가 들려왔다. 뭘까 하는 호기심 반 의무적으로 확인해야 했던 마음 반. 전화기의 녹음 소리였다. 도대체 누가 나에게 메시지를 남긴 걸까.

확인할까,

말까,

확인할까,

말까

난 망설이고 있었다. 왜 난 망설이고 있는 걸까. 입에는 아침의 담배가 여전히 곱게 물려있었다. 이 놈의 담배도 자는 놈한테 고대로 붙어있고 꽤나 징한 놈인가보다. 나는 입의 담배를 빼내면서 전화기의 메세지 확인 버튼을 눌렀다.


'야, 이 자식아. 왜 전화를 안 받냐. 대낮에 어디 갔냐? 하긴'


익숙한 목소리. 영진이다. 메세지가 한 건 더 있었다.


'우리 아이때문에 더 힘들어 하지 않아도 돼요. 이미 다 지나간 일이니까.'


저건 누굴까. 잠깐 의구심이 스쳤지만 난 알고 있었다. 어떻게 잊겠는가.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는가?


'난 있잖아. 당신이 담배를 피우는게 참 싫어'
'그래서, 금연 할까?'
'응. 근데 당신이 담배를 물고 있는 모습은 멋있어.'
'.........어떻게 하라는 거야?'
'그냥 물고만 있어. 나 좀 보게.'


그런데 난 그애의 앞에서 언제나 담배를 폈었다. 어떻게 물고만 있을 수 있냐고, 물었으면 피는 게 정상이라고 그애는 번번이 그냥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지.


'있잖아, 밥 걱정은 안해도 돼'
'무슨 말이야?'
'냉장고 안은 걱정 하지 말라고, 내가 있잖아. 나 요리는 꽤 해.'
'먹을 수는 있는 거야?'
'.....놀리지마.'


사실 그다지 맛은 없었던 음식들. 그래도 먹었다. 오늘 내가 먹었던 찌개는 정말 최악이었다. 도대체 내 냉장고를 책임져 주겠다던 그 애는 어디를 갔을까.


'당신은 머리가 잘 뻗치는 스타일이니까 내가 아침마다 손질해줄께'
'귀찮아.....'
'해준다는데도 불만인거야?'
'....응'
'옷은 또 이게 뭐야, 적어도 우리 빨기는 하자.'
'...............'


내 머리를 다듬어주던 손길은 어디를 갔으며, 내 옷을 빨아서 널어주던 그 모습들은 어디를 갔을까.


'어디있어?'
'...........'
'여깄다, 왜 대답이 없.......에'
'...........'
'또 자고 있네? 정말 감기 든다고 창가에서 자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
'흐흠, 할 수 없지. 이번만 봐줄까'


햇볕에만 가면 잠드는 내가 창가에서 곧잘 잠드면 나에게 다가와서 내 머리를 쓰다듬고 나 몰래 내게 키스해주던 넌 어디를 갔을까, 그런 네가 좋아서 일부러 자는 척 하던 나는 여기 있는데 너는 어디를 갔을까.

도대체 넌 어디를 간 거니.

문득 귀에 정각을 알리는 시계 소리가 들렸다. 형광색의 전자시계만이 시간을 알려주었다.

[12:00]

2년째였다.

내가 그토록 넘기고 싶었던 오늘은 네가 사라진지 2년째였다. 사람은 망각을 하고 산다. 어릴때 기억을 잊고 자신이 했던 말을 잊고 사람의 이름을 잊고 체온을 잊고 잠시라도 떨어지면 무엇이든 잊어버린다.

잊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고 또 발버둥쳐도 사람은 잊는다.
너는 그런 아주 쉬운 사실마저도 잊어버린 거니? 네가 날 떠나면 나도 널 잊는다는 사실을.

도대체 나 같은 놈이 뭐가 좋다는 것이었을까, 번번한 직장도 없고 널 데리고 살 자신도 없었고 단지 널 사랑하기만 했던 나같은 놈이 뭐가 좋다고 너는 부모도 버리고 가족도 버리고 모든 걸 버리고 나와 함께 이 좁은 방구석에서 살기를 택했던 거니. 도대체 내가 어디가 좋다고 나를 보면서 그렇게 달렸던 거니. 도대체 뭐가 좋다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만나기를 바라고 있었던 거니.

이제 눈물도 흐르지 않는다. 너를 보냈던 1년간 나는 너를 잊기 위해 발버둥치고 또 너를 잃은 슬픔에 발버둥쳤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은 세월. 아마 나에게 그런 세월을 선사한건 네가 처음이자 아마 죽을 때까지 너 하나뿐이겠지. 다시 느릿한 걸음으로 걸어 창가에 앉아 바깥을 바라보았다. 바깥에 너를 집어삼켰던 괴물중 하나가 달리고 있을 도로가 보인다. 그 기계들 속에 너를 삼킨 괴물이 하나 섞여 잘 달리고 있겠지.

오늘 하루 내입에 질기게도 매달려있던 담배가 문득 입안에서 느껴졌다. 녀석은 참으로 쓰게도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자신을 태워주길 바라는 걸까. 너를 보낸 2년이 흘렀다. 1년의 세월이 흐르고 나는 발버둥치지 않았다. 너는 점점 내 안에서 희미해지니까. 나는 발버둥치는 일이 없어졌다. 너의 어머니가 말씀하시던 나는 1년전에 없어진 거다.

1년의 세월과 2년의 세월은 다르다. 1년과 2년의 세월이 다른만큼 내 안의 너의 무게도 그만큼 달라져 간다. 너는 그것을 잊은 것일까. 1년전의 나는 너의 무덤가에서 잡초를 쥐어뜯으며 울고 있었다.

2년째인 오늘은 난 뭘하고 있는 걸까. 방안에 틀어박혀 비탓을 하며 그렇게 오늘이 지나가기를 바라고 있었다.

주머니 속의 라이터를 꺼내들었다. 천천히 담배에 불을 켰다. 깊은 정적속에 오직 담배만이 붉게 빛났다. 뭐라 말을 하면 좋을까, 2년만에 핀 담배는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흩뿌려지는 연기들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나는 이제 너를 일상에서 떠올리지 않는다. 나는 이제 너의 빈공간을 느끼지 않는다.

"만족하니?"

나는 그렇게 너를 보낸 2년의 시간 끝에서 아주 살짝 웃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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