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혼하자 준회야
05
* * *
이사오고 처음으로 이불을 빨려고 했던날,
하늘에서 천둥이 치고 구름에 구멍이 뚫린듯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내돈으로 장만한 작은 집에 유일하게 마음에 들었던 베란다에 쪼그려 앉아
하염없이
그저 하염없이,
떨어져내리는 비를 쳐다보았다.
준회야 지금 뭐하고있어?
준회야 비맞고 있진 않지?
준회야 밥은 잘챙겨먹고?
준회야 미안한데, 보고싶어
나 그래도 될까?
널 그리워해도 될까?
임산부에게 비가 좋지않다는것을 알면서도
나는 생각이 마지막 물음에 미치자마자 베란다에 세워둔 우산을 집었다.
그리고 옥탑방 문을 열고 조심조심 내려가 큰길가에 발걸음이 다다랐을때.
나는 조심스레 손을 내밀어 비를 만졌다.
나의 오랜 버릇이자 내가 비오는날을 좋아하는 이유였다.
그리고 준회가 손수건을 들고다니는 오랜 버릇이자 비오는날을 싫어하는 이유였다.
내가 손을 뻗어 손을 적실때마다 준회는 손수건으로 내손을 감싸주었다.
나는 손에 고인 빗물을 잠깐 보고는 더의상 손을 감싸줄 손수건이 없음에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약간씩 떨려오는 몸에 감기라도 걸릴까 싶어 뒤를 돌아 올라가려는 찰나에.
아주 오랜만에 보는 너의 차가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보는 내가 사준 너의 우산이,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보는 너의 모습이.
비는 여전히 세차게 왔고 천둥은 더 크게울렸다.
그리고 나는 들고있던 우산을 떨어트렸다.
* * *
내가 지은이와 그런 대화를 한 후에 지은에게서는 거의 일주일동안 연락이 오지않았다.
나는 그동안 여전히 술을 먹고 너의 이름을 부르며 잠이들었고
꿈에는 항상 니가 울고있었다.
근데 오늘은 이상하게 니가 배를 어루만지며 아가야, 하고 부르는 꿈을꾸었다.
그리고 너는 나를 보면서 말했다. 준회야.너도.해봐.
손을 뻗으려다 들리는 희미한 벨소리에 잠이 깼을때
오랜만에 화면에는 이지은이라는 이름이 떠있었다.
"선배,저 지은이에요"
"...알아"
"목소리...또 술먹고 잠드신거죠?"
"..여주한테 연락이라도 온거야?"
"그건아니구요...여주가 남기고 간건지 흘리고간건지 모르겠지만,
한번도 못본 집주소가 적힌 찢어진 종이조각을 찾아서요"
"주소가 어딘데"
나는 술이 덜깬 머리를 세차게 저으며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급하게 주위에 널부러진 옷가지를 주워 입기 시작했다.
"...부산이요"
"....종이에 적힌 주소 나한테 문자로보내줘. 지금 가볼께"
부산은,
여주가 어린시절을 보냈다는 여주의 고향이자
여주가 아이를 나으면 꼭 다시 돌아오겠다던 도시였다.
나는 바보같이 이런말하나를 기억하지못하고있었다.
이말이 가장 큰 단서임에도 불구하고,
부산에 도착하고 얼마 되지않아서 빗줄기가 하나둘씩 떨어지더니
이내 폭우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자꾸만 불안해지는 마음에 속도를 높혀 운전했다.
지은이 보내준 문자에 적힌 주소는 거의 다와가는데
내가 생각하던 그런 동네가 전혀 아니여서.
빽빽히 들어선 조금 허름한 주택들이 다들 울고있는 느낌이여서.
너도 이 집들중 하나에서 펑펑 울고만 있을껏같아서
그럼 나는 널 잡지못한채로 그냥 돌아가야 할 것 만 같아서
그래서.
더이상 차가 올라가지 못하는 곳까지 와서 차의 시동을 껐다.
아무렇지 않게 우산을 들려는데 우산조차 너의 흔적이 가득해.
네가 언젠가 비를 맞고 홀딱 젖어온 나를 본 다음날 나의 손에 쥐여주던 장우산이었다.
나는 그날처럼 그우산을 손에 쥐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마법처럼 니가 내눈앞에 서있었다.
너는 버릇처럼 비를 손으로 맞고있었다.
임산부라고 믿기지않을정도로 마른 몸에 이상할정도로 큰 우산을 쓰고
너는 한참동안 비를 보다가 너의 손을 보다가 이내 주먹을 쥐곤 뒤를 돌았다.
너의 시선과 나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리고 너는 우산을 떨어트렸다.
아주 무서운 양 떨리는 손을 감추지 못한 채로,
***
5.5에서 이어집니다 :3 (내일 나올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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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분량이 더작아보이는건 왤까요...(코먹)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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