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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엑스원/조승연] 조승연은 나를 싫어한다 01 | 인스티즈




 조승연은 나를 싫어한다









2013년, 17살 때 나는 데뷔했다. 별로 크지 않은 중소기업에서 나온 걸 그룹이었는데, 솔직히 내가 봐도 특색은 없었다. 그저 그런 귀염 컨셉에 그저 그런 노래. 뭐 하나 괜찮은 게 없던 그룹이라 이거 절대 못 뜨겠는데, 싶었지만 뭐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땐 회사에서 주는 노래, 컨셉에 맞춰 춤을 춰야 하는 게 최선이었다. 그래도 열심히 하면 되겠지, 했는데 부질 없는 꿈이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거지 같은 노래는 음원 차트에 올라가지도 못했고, 거지 같은 스타일링 덕에 인기는 얻어 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2016년, 3년 만에 우리는 해체했다. 멤버들끼리 미운 정이든 뭐든 함께한 세월이 있으니 이렇게 떨어지는 게 아쉽기는 했지만, 누구 하나 해체를 반대하는 이는 없었다. 이렇게 하다간 다 같이 나락으로 떨어질 게 뻔했으니까. 나머지 멤버들은 해체 후 다른 일거리를 찾았다. 막내였던 멤버는 다시 대학에 들어갔고, 맏언니는 결혼을 해 외국으로 떠났으며, 나랑 항상 치고 박고 싸우던 동갑 멤버는 전공을 살려 옷 가게를 차렸다. 연예계에 끝까지 남은 건 나 뿐이었다. 그마저도 다시 노래를 하지는 못했다. 연기로 전향한 나는 여기서도 그저 그랬다. 이름도 알리지 못했던 전 보다는 나았지만, 그렇다고 누가 봐도 뜬 배우는 아니었다. 이름은 모르지만 드라마에서 몇 번 본 것 같은 애. 그게 딱 내 역할이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조승연을 미워한 건 아니었다. 나와 똑같이 전향을 해 살아남았지만, 그 노력이 더욱더 가치 있게 여겨지는 사람. 노력이나 역경으로 나도 질 사람은 아닌데, 하고 생각한 적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조승연보다 내가 못한 게 뭐야, 라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사람이 힘들었던 게 뭐 순위가 매겨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조승연이 더 노력을 했든 더 재능이 있든 더 운이 좋든 뭐든 하나는 있겠지. 조승연과 상관없이 나만 잘하면 돼, 라고 생각했었다. 나를 싫어하는 조승연을 만나기 전까지는.


조승연을 처음 만난 건, 2017년 연말 시상식이었다. 그때는 조승연이 연기를 시작하기 전이었다.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조촐한 드라마의 조촐한 배역으로 나는 그 자리에 갔고, 조승연은 축하 무대를 하기 위해 그 자리에 왔었다.




“안녕하세요! X1입니다!”




솔직히 멋있었다. 잠깐 화장실을 가기 위해 복도를 지나는데, 마주치는 사람마다 그들은 커다랗게 인사를 했다. 지나가는 스텝이나 연예인들도 그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무대 의상을 입고 있어서 그런지, 예의 바른 모습 때문인지, 이래서 그렇게 인기가 많구나 하고 생각도 했다.




“아, 아. 네! 무대 기대할게요!”

“힘내세요!”




그래서 나답지 않게 먼저 나서 두 주먹을 꽉 쥐고 힘내라며 웃어줬다. 멤버들 모두 감사하다며 인사를 하며 지나가는데, 마지막으로 걸어오던 게 승연이었다. 쭉 올라간 눈꼬리와 눈이 마주쳤고, 웃으며 파이팅! 하고 외쳤는데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그가 그렇게 아무 반응 없이 나를 지나쳤다. 그가 마지막에 오고 있었고, 다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기에 아무도 보지 못한 장면이었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그를 보려 고개를 돌렸는데, 나를 지나친 그가 환하게 웃으며 다른 스텝들께 인사를 드리고 있었다. 나를 바라보던 싸늘한 시선이 잘 못 본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들고 있던 손이 민망해 재빠르게 내렸다.


그때까지는 그게 내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조승연은 나를 싫어한다






조승연을 다시 만난 건 몇 달 후였다. 내가 나오는 드라마에 승연이 카메오로 나왔다. 그게 아마 승연의 첫 연기였다. 내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인기가 있던 드라마였다. 조연 중에서도 조연이었던 나는, 그 흔한 여자 주인공의 친구 역이었다. 승연은 여자주인공의 첫사랑이었던 선배 역할로 나왔는데, 어째 한 회만 나오는데도 나보다 비중이 많은 것 같았다. 늦지 않게 도착한 승연은 자신의 씬을 기다리다 첫 촬영에 들어갔다. 나는 다음 씬을 찍어야 했기에, 그의 촬영을 보며 기다렸다. 그의 씬이 끝나면 여자 주인공에게로 뛰어가 호들갑을 떨어주는 게 내 역할이었다.




“자, 촬영 들어갑니다.”



슬라이트를 치고, 승연은 자신의 대사를 뱉었다. 표정은 덤덤하게 연기를 잘 했지만, 처음이라 목소리 끝이 떨렸다.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가 만족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촬영 중 무의식적으로 카메라를 본다거나, 대사를 실수한다든가. 조금 잦은 실수가 일어났다. 승연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 땐 촬영장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고, 처음이면 할 수 있는 실수였기에 다들 웃으며 넘어갔다. 조금만 쉬었다 가자는 감독님의 말에 승연이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입술을 꾹- 깨물고 눈을 내리깐 그의 모습에서 처음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괜히 동정심이 일었다. 축- 처진 모습에 괜찮다고 말이라도 해주고 싶어 다가가려는데, 갑자기 고개를 든 그가 나를 바라봤다. 많은 스탭들 사이 분명 나를 보는 눈빛이었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혹시 주변에 누가 있나 둘러보는데, 그가 가까이 다가왔다. 망설임 없이 다가온 그가 우뚝 앞에 멈춰 서고, 할 말이 있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긴장으로 인해 땀을 송글송글 매단 모습에 옆에 있던 휴대용 선풍기라도 주기 위해 손을 내미는데 그가 입술을 열었다.




[프로듀스/엑스원/조승연] 조승연은 나를 싫어한다 01 | 인스티즈



“안 보시면 안 돼요?”

“…네?”




솔직히 지금 생각해도 정말 어이없는 말이었다. 햇빛 때문인지 아님 뭐 때문인지 인상을 찡그린 그가 나와 시선도 마주치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조금 짜증 섞인 눈빛이 무심하게 허공을 향했다. 말의 의도를 모르겠어 나 또한 인상을 찌푸렸다.




“저 촬영할 때, 들어가 계시면 안 돼요?”

“최대한 빨리 끝낼게요.”




이쯤 되니 나도 기분이 나빠지는 거다. 들어가있을 수는 있었다. 그게 뭐 대수라고. 근데 도대체 왜. 나랑 같은 공간에 있는 게 싫다는 뜻으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금 표정을 보니 첫만남 때 그것도 내 착각이 아니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분명 나를 무시했다. 그것도 일부러. 사람이 사람을 싫어할 수도 있지. 근데 도대체 딱 두 번 그것도 몇 초 밖에 보지 않은 나를 싫어할 이유가 무엇이 있단 말인가. 입술을 꽉 깨물고 그를 노려보는데, 승연은 그때까지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저, 승연씨.”

“네.”

“저한테 뭐 악감정 있어요?”

“…”

“아님, 제가 뭐 잘못했어요?”

“…”

“뭔 이유라도 알아야 수긍을 하든 화를 내든 하지. 이건 뭔-“

“…”

“도대체 나한테 왜 그래요?”




애초에 뭘 담아두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 이유라도 알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삐딱하게 그를 노려보는데, 꽉 다문 입술이 열릴 생각을 하질 않았다. 고집스럽게 다문 입으로 그가 나를 바라봤다.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눈싸움을 하듯 그와 눈을 맞추는데, 잔뜩 올라간 눈이 순간 시선을 피했다. 그제까지 닫혀있던 윗입술이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고, 그의 입이 열리려는 찰나 저 멀리서 스텝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촬영 들어갈게요!”



그 목소리에 그가 다시 나를 바라봤다. 시선 사이로 정적이 흘렀다.







[프로듀스/엑스원/조승연] 조승연은 나를 싫어한다 01 | 인스티즈


“들어가계시는 걸로 알게요.”



중얼거리듯 말을 뱉은 그가 망설임 없이 돌아섰다. 체크무늬 셔츠를 걸친 등이 점점 멀어졌다. 입 사이로 욕지거리가 나오는 것을 겨우 참아냈다. 촬영장으로 다가가는 그의 뒤로 몰래 주먹을 내밀었다. 화를 참기 위해 겨우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조승연은 나를 싫어한다







두 번째 만남 이후 나는 조승연의 ‘조’ 자만 들어도 기겁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 내가 어떻게 다시 조승연과 드라마를 찍게 되었는가 하면, 그 끝엔 자본주의라는 게 있었다. 더러운 자본주의, 라고 생각해도 어쩌겠어. 돈을 벌기 위해서는 몇 들어오지 않는 역할을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것을. 이번에는 전에 비해 꽤나 비중 큰 역할이었다. 이번에도 주인공의 친구이기는 하지만 나름 주조연 느낌이었다. 한 회에 무조건 한번은 나오는 꼴이었고, 전에 없던 러브라인도 있었다. 그 러브라인 상대가 조승연이라는 게 문제지만. 조승연은 변함없이 싸가지가 없었다. 촬영을 할 때는 싱글생글 잘도 웃더니 카메라가 꺼지면 나를 없는 사람 취급했다. 연기로 치면 아주 그냥 대배우였다.

촬영장 밖은 시끄러웠다. 전에도 승연의 팬들이 많기는 했지만, 기자들이 더해지니 무서울 정도였다. 카메라를 들고 언제 승연이 나오나 버티고 있는 기자들을 보며 다들 혀를 끌끌 찼지만 정작 승연은 익숙하다는 듯 화장을 고쳤다.

기자들이 촬영장 안을 덮치지는 않았기에, 촬영은 순조롭게 끝났다. 문제는 승연이 어떻게 이 곳을 빠져나가느냐, 였지만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니었다. 매니저를 기다리고 있는 승연을 뒤로한 채 대기 중이던 차에 올라탔다. 다음 회 차 대본을 꺼내 보는데 매니저가 운전석에 올라탔다. 시동을 걸며 집으로 가겠다는 매니저 오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앞 좌석과 뒷좌석 사이에 있던 커튼을 쳤다. 좌석에 몸을 기대고 차가 출발하기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차 문이 열렸다. 잔뜩 놀란 나의 눈이 옆을 향했다. 갑자기 무슨 일이냐는 매니저 오빠의 말이 앞에서 들렸지만 얼어붙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차 잘못 찾은 것 같은데요?”



자신이 문을 열어놓고 자신이 더 당황한 듯한 승연의 모습이 눈에 가득 들어찼다. 당황한 눈빛으로 차 문을 꽉 쥔 승연을 보는데, 주변을 훑던 그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아 우리 차인 줄 알았어. 미안.”




고개를 꾸벅- 숙인 그가 차에 반쯤 올라와있던 다리를 다시 내렸고, 문이 서서히 닫혔다. 아니, 근데 그것보다 반말? 갑자기? 당황한 마음을 애써 달래며 다시 대본을 주어 드는데 거의 다 닫혔던 문이 다시 열렸다. 어두컴컴하던 차에 다시 한 번 빛이 들어왔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자 난처한 얼굴을 한 그가 건조한 입술을 매만졌다.





[프로듀스/엑스원/조승연] 조승연은 나를 싫어한다 01 | 인스티즈



“미안한데 저 앞에 좀 내려줄 수 있어?”

“차가 기자들한테 둘러싸여서-“




그의 불안한 눈길 끝엔 가득한 기자들이 있었다. 아까까지 아무렇지 않은 척 여유롭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 들어찼다. 결국 들고 있던 대본을 다시 끼워 넣었다.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집이 어디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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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저 댓글 처음 달아봐용 이런 장르는 처음보는데 다음화가 너무 기대되네용ㅇ!!!!
4년 전
독자2
아ㅠㅠ너무재밌어여ㅠㅠ승연이 갑자기 반말하는것두 궁금하고 처음 드라마촬영때 저말한 이유도 궁금하고ㅠㅠㅠ 완전 빠져들어요..😭
4년 전
독자3
헐 작가님 너무 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ㅠ승연이가 왜 여주한테 이러는지 너무 궁금해요! 신알신 신청하고 맨날맨날 올게요ㅎㅎㅎㅎ잘 읽고 갑니당!!!
4년 전
독자4
너무 재밌네용ㅠㅠㅠㅠ승연이가 왜 그런건지도 궁금하고 둘이 얼른 친해졌으면 좋겠어요ㅜㅜ
4년 전
독자5
아 진짜 재밌어요ㅠㅠㅠㅠㅠ승연이가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빨리 알고싶어요...ㅠㅠ
4년 전
독자6
너무 재밌어요!! 승연이가 왜저러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빨리 다음편도 보고싶어용
4년 전
독자7
냄새나요.. 글에서.. 대작냄새💕💕💕💕💕
4년 전
독자8
뭔데요 왜 왜 왜 예민한데 조승연 ㅠㅠㅠ 뭔데 무슨 사연인데 나 너무 궁금해 승여나ㅠㅠㅜ 자까밈. ㅠㅠ 궁금해오
4년 전
독자9
으어어 예민한 승연이라니ㅜㅜㅜ빨리 담편갑니다ㅜㅜㅠ궁금궁금ㅜㅠ
4년 전
독자10
재밋어요 ㅠㅠㅠㅠㅠ작가님 담편으로 고고싱할게요 ! 계속 연재해주세여
4년 전
독자11
앞에서부터 다시 정주행중이에여! 너무 재밌어여ㅠㅠㅠㅠ 다음편 읽으러 갑니당!
4년 전
독자12
사람을 ㅁ워하는데 이유는 없댔지만 그래도 승연이가 왜 저러는지 알고싶어,,ㅠㅠㅠ
4년 전
독자13
오오오옹 갑자기 반말이라니 둘이 동갑인가요 아니면 승연이 오빠인가요 ㅠㅜㅜㅜㅜㅜㅠㅜㅜㅜㅜ 대박
4년 전
독자14
아아아 승연이 혹시 긴장해서 그런건가 뭐지 승연이가 조금 날카롭게 보일 수 있으니까 오해를 하는건가..! 승연.. 너무 쟈가워... 긴장인건가 아악 긴장해서 그런거라구 말해조 승여나.. 근데 갑자기 반말 무슨 일이야 세상에 궁금해 죽어..
4년 전
독자15
헐... 띵작... 띵작을 찾았다...
4년 전
독자16
뭐야 무슨사이야ㅠㅠㅠㅠ ㅊ궁금해요ㅠㅠㅠㅠㅠㅠ
4년 전
독자17
벌써 두번째 정주행 하고 있어요ㅠㅠㅠㅠ.. 읽을때마다 더 재밌어져서 좋ㅇ아요💗
4년 전
독자18
승연이 갑자기 반말하면 너무 설레쟈나ㅠㅠㅠ정주행이욤!!
4년 전
독자19
크으 나비 멘탈... 읽을때 항상 느끼는데 뭐든 나보다 나은게 있었겠지 하는 그 마인드 진짜 단단하고 멋있는 마인드..!
4년 전
독자20
꺄ㅏㅏㅏㅏㅏㅑ 정주행도 너무너무 좋아요 다음회가 기대되고 너무 재미있고 갑작스러운 반말도 ㅋㅋㅋㅋㅋ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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