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 I Am'
눈이와요, 차갑고 새하얀 눈이, 내 눈두덩이에 그리고 콧등에 그르고 입술에.
겨울의 시작이 지나 중간부에 들어설 때쯤의 바람은 칼같이 매섭다. 두꺼운 옷에 둘러싸여 하나둘 입김을 내뿜으며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을 찬열은 한참을 응시하고 있었다. 무슨 생각인 건지 곧 울 것처럼 그의 입술이 씰룩거렸다. 그러다 곧이어 눈물이 툭 떨어졌고 그렇게 떨어진 눈물이 쌓인 눈을 녹여 들어갔다. 저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를 보며 수군거리는 것을 찬열은 들었다.
"어머, 남자가 울어..."
"저것좀 봐, 잘생기지 않았어? 근데 실연 당했나?"
"쯧 잘생겼는데 왜 저렇게 울고있어.."
그리고 돌려지는 그의 시선을 마주한 사람들은 입을 꾹 다물고 다시 가던 길을 바삐 갔다. 재수없어, 라는 말을 하며. 녹았던 눈이 다시 쌓였고 찬열의 신발에도 쌓여갔다. 얼마나 오래 있었던 걸까, 얼마나 오래 울었던 걸까, 얼마나 오래, 기다렸던 걸까?
그 누군가는 오지 않은 채 그를 그곳에 남겨두고 떠났다. 눈이 온다, 차갑고 새하얀 눈이. 그의 눈두덩이에 그리고 콧등에 그리고 입술에.
그냥 도입부에요!헿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