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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몽(虛夢)

w.봉구스

















--03--





















석민은 자신의 능력을 자유자재로 발휘할 수 있을 때쯤 이곳 생활에 적응했다. 하지도 않던 운동을 갑자기 하느라 근육통을 매일 달고 살았고, 훈련을 하다 자신의 능력을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 적도 많았다. 가끔은 가족들이 보고 싶어 자신의 베개를 꼭 껴안고 울기도 했다. 모든 것을 체념하고 나서야 세이비어를 자신의 두 번째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오늘, 석민은 드디어 현장에 함께 나갈 수 있게 되었다.















"대체 무슨 수작인 거야?"

매번 건물에 먹물을 뿌려대며 곤란하게 만들던 문어 대신 거대한 방어막이 현장 세이비어를 반겼다. 그들의 침묵은 석민의 어깨에 긴장감을 더 얹어주었다. 긴장이 되는 것은 이들을 이끌어야 하는 정한도 마찬가지였다. 킬러들이 이 불투명한 방어막 안에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것이 일차적 이유. 그리고 또 하나, 이렇게 나온 이상 같은 목표를 가진 집단으로서 공격전은 불가피해질 것이다. 어느 쪽이 주도권을 잡든 간에.

방어막은 이들 사이에서 간접적 통보이자 선포였다.




"이거 뚫을 수 있겠어?"
"보통 막이 아닌 것 같아요. 뚫을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시간은 장담 못해요."




민규는 침을 꼴깍 삼켰다. 매일 장난으로 골탕 먹이고는 하지만, 한솔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생각보다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은 느낌에 민규는 눈썹을 찌푸리길 한 번, 서서히 자리를 잡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정한이 배지 옆에 나와있는 다이얼을 돌린다. 곧바로 나오는 여주의 목소리에 정한은 주위에 띄어져 있는 드론을 세며 말을 꺼냈다.




"여주야, 상황 모니터 지금 몇 개 띄웠어?"

- '전, 후방으로 2개요.'

"내 앞으로 하나만 더 붙여줘."

- '네.'



뭐 하려고요? 민규의 물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로 접근하는 드론을 확인한 정한은 잘 보이냐는 신호를 보내기 급급했다.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을 다 끝낸 후에야 정한이 민규와 눈을 마주했다.




"주변 돌아보면서 틈 좀 찾아볼게. 석민이랑 같이 여기 있어."

"그런 게 있을까요?"

"아무리 능력이어도 사람이 만든 거야. 어딘가에 분명 허점이 있겠지. 여기서 전부 삽질할 수는 없잖아."




확실히 한 곳에서 주야장천 파는 것보다는 정한이 생각한 것이 더 낫다고 민규는 생각했다. 조심하라는 말을 뒤로, 정한은 방어막 근처를 돌기 시작했다. 지도상으로 봤을 때 제일 높은 건물을 시작으로 북쪽으로 전진해있는 방어막은 킬러들이 어디서부터 블랙스톤을 찾는 것인지 잘 드러냈다. 그저 이들이 사람에게 해를 가하는 일만 없길 바랄 뿐, 여기서 서로 공격하는 일은 최소한으로 피해야 한다.





- '조심해요. 킬러들은 안에서 보고 있을지도 몰라요.'

"응. 알고 있어."




정한은 몇 분을 더 걷다 한 건물에 멈춰 섰다. '건물 중간에 걸쳐 있는 방어막이 상대적으로 더 약하지 않을까' 생각한 정한은 곧바로 그 건물을 올라타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에게 없는 능력이 존재할 뿐, 목숨이 3개가 더 있는 것도 아닌데 정한은 항상 위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덕분에 식은땀 흘리며 안절부절하는 건 여주의 몫.

가까스로 옥상에 정한의 발이 닿자 카랑카랑한 여주의 목소리가 배지를 뚫고 정한의 귀를 간지럽혔다.




- '내가 진짜…! 제발 목숨 좀 아까운 줄 아세요.'

"안 다쳤는데 뭘 그래."




얼토당토않는 말에 여주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런 일이 한 두번이었겠냐만은, 평소에 움직이기도 싫어서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이 현장에만 나가면 저러는지 모를 일이었다. 정한은 바로 품에 있던 단도를 꺼내 손잡이로 방어막을 툭툭 건드렸다. 그러기를 몇 번, 쩍- 갈라지는 소리가 나자 잠깐의 정적이 일었다. 잠시 뒤에 파편들이 우수수 떨어지며 공간이 만들어진다. 그는 소리 내어 웃기 시작했다. 거 봐, 내 말이 맞잖아.



- '들어가게요? 그냥 민규 부르죠.'

"시간 없어. 위험할 것 같으면 네가 그때 불러줘."

- '하….'



여주는 구멍으로 들어가는 정한을 따라 드론을 움직였다. 안 그래도 오늘따라 신호가 약한 모니터가 방어막으로 들어가자 지지직거리며 정한의 동태를 파악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방어막의 영향인 것 같았다.



- '오빠, 지금 신호가 너무 불안정해요. 그냥 지원 하나 부르는 게 낫겠어요.'

"……."

- '오빠, 내 말 들려요?'

"……."



아이씨. 이미 배지는 신호가 끊겨버린 듯 아무런 음성이 잡히지 않았다. 이어서 검은 화면으로 바뀌어버린 모니터에 여주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옆에 있는 초록 버튼을 꾸욱 눌렀다.



"지원 하나 출동 바람."





















정한은 배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응답하지 않은 채 앞을 주시했다. 등을 돌린 채 건물의 끝에서 서 있는 한 남자. 위태로워 보이면서도 마치 자신을 기다렸다는 듯 굳건한 자세가 말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익숙한 뒷모습은 서서히 얼굴을 보였다. 역시. 한솔과 함께 항상 현장에 나와 있는 사람이었다.








[세븐틴/판타지] 허몽(虛夢) 03 | 인스티즈

"방어막을 혼자서 뚫다니 대단하신데요."









침묵은 서로를 파악하기에 알맞은 조건을 주었다. 한참 동안이나 그를 바라본 정한이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 저 사람은 공격할 의사가 없다.​




"세이비어 현장 책임자 맞으시죠."

"잘 파악하셨네요."

"갑작스럽지만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



"… 타이밍 진짜 도움 안 되네."



민규가 뚫은 것인지 아니면 한솔이 정리한 것인지, 방어막이 말끔히 사라지자 정한이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지훈은 타이밍을 탓했다. '철수하라'는 승철의 텔레파시가 이미 지훈의 귀에서 두 번이나 울려 퍼진 것이다. 그 사실을 알 리가 만무한 정한은 혼자서 질문했다가 고개를 젓는 지훈이 이상했다.




"다음에 뵐 때는 꼭 물어보겠습니다.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윤정한씨."

"……."



내 이름을 어떻게 아는 거야. 정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실제로 지훈은 민규가 정한을 불렀던 것을 한 번 듣고 기억한 것이다. 지훈의 능력 또한, 능력으로 부딪힌 일이 없어 정한은 그가 뭐든지 기억해내는 것을 알지 못했다. 지훈이 내민 손을 정한이 가만히 쳐다보다 이윽고 맞잡았다. 별안간 정한이 눈을 번쩍 뜨며 유유히 자신을 지나가 옥상을 떠나는 지훈을 바라봤다. 지훈도 정한이 무언가를 느낄 줄 안 눈치로 고개를 살짝 돌려 웃어 보이고는 그대로 옥상을 빠져나갔다.




손을 잡은 동안 정한의 머릿속에 작은 조각이 나타났다 흩어졌다. 왜 항상 현장에 나와서 가만히 내려다보기만 했는지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그가 무슨 질문을 하려고 했는지도.






"사람을 찾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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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구스
안녕하세요 봉구스입니다. 오늘 업로드한 회차를 마지막으로 재업이 끝났어요! 천천히 이야기들을 수정 중에 있으니 예전에 이 글을 보셨던 분이시라면 4화부터는 새로운 글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4화로 꼭 다시 올게요!

4년 전
독자1
호오오오오오 자까님!! 오늘 또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어욯ㅎㅎ 히히 아니 보면볼수록 두 팀이 정말 어떤 관계가 될런지 기대! 궁금! 4화도 기다릴게요ㅎㅎㅎㅎ
4년 전
봉구스
안녕하세요 독자님! 업로드하는 기간이 너무 일정치 않아 걱정되는데ㅠㅠ 곧 4화 업로드할게요! 감사합니당 ♡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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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봉구스
감사합니다 그렇게 느껴져서 다행이에요ㅠ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4년 전
독자3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처음보는데 ㅠㅠ 왜 지금알았을까요 ㅠㅠ 선생님 작품 대박이에요 아니 지훈이 ㅠㅠㅠ 뭔가 사연있는 지훈이는 왜이리 멋있는지 ㅠㅠ 선생님의 뒷이야기 너무 궁금해요 빨리 다움화 보고싶어요 저 자주찾아올께요!! 꾸근으로 맨날 찾아올께요 선생님!! 좋은글 감사합니다!!
4년 전
봉구스
안녕하세요! 올린지 꽤 된 글인데도 찾아와주셔서 감사해요ㅠㅠ 너무나도 느리게 굴러가고 있지만 저도 꼭 잊지 않고 오겠습니다♡
4년 전
독자4
헐 댓글까지 ㅠㅠ선생님 ㅠㅠㅠ 언제나 기다릴께요 사랑해요 선생님❤️❤️❤️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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