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진]
상민 x 세영
BGM 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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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llow Talk ·
한바탕 거사를 치르고 침대에는 어색한 기운이 맴돌았다. 부끄러운지 등을 보이며 누워있는 세영의 금빛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살살 휘감았다. 한참을 매만지다가 목덜미로 손가락이 내려오자 세영이 휙 돌아 상민을 바라본다.
눈화장을 하지 않은 생눈이 청순하다.
장난스럽게 세영과 마주 보며 웃고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었다. 이불 속에서 마주하는 눈은 어두운 곳임에도 불구하고 별이라도 박은 듯 반짝인다. 자신을 올려다보며 싱글싱글 웃는 세영이 귀여워 양 볼을 잡아 그의 입술에 꾸욱 도장 찍듯 입 맞추었다. 그 뽀뽀에 응하던 세영이 이번엔 자기가 손을 올려 상민의 양 볼을 쥐더니 쪽. 쪽. 연속으로 두 번 입 맞춰온다. 서로의 양 볼을 쥐고는 한껏 눈웃음 지으며 서로를 쳐다보았다.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듯.
세영이 상민의 품으로 포옥 안겨오자 상민은 세영의 뒤통수를 세게 끌어안았다. 품에 쏙 들어오는 왜소한 몸에 우리 형 맛있는 거 많이 사다줘야겠다. 따위의 생각을 하다가 한번 더 그 청순한 눈을 보고 싶어 세영의 고개를 들게 했다. 큰 눈으로 올려다보던 세영이 배시시 웃으며 입을 한 번 더 맞추고는 다시 가슴팍으로 얼굴을 비비며 들어가 버렸다.
이렇게 귀여워서 어떡해... 이런 사랑스러운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아 더 세게 끌어안았다.
상민은 달콤한 꿈 속에서 한참이나 허우적거렸다.
* * *
눈을 떴을 때 상민의 베개는 눈물로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멍하니 새하얀 벽을 쳐다보던 상민은 관자놀이를 짚으며 상체를 일으켰다. 오랜만에 마주한 보고싶었던 그의 얼굴에 대한 기억이 점점 일그러진다. 눈살을 찌푸리던 상민은 사람의 온도라곤 느낄 수 없는 자신의 텅 빈 옆자리를 허탈하게 쳐다보았다.
오늘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 세게 껴안았던 건데.
그가 내가 보고 싶어 놀러 왔나 보다. 오늘 아무래도 그를 보러 가야겠다.
가는 길에 국화꽃 한 송이를 사가야겠구나.
가끔 네 꿈을 꾼다.
전에는 꿈이라도 꿈인 줄 모르겠더니
이제는 너를 보면
아, 꿈이로구나,
알아챈다.
꿈 - 황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