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배우 X 여배우, 우리 연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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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수라는 이름은 예전부터 계속, 질리도록 들어왔었다. 느낌이 비슷하다면서 나와 그 분을 함께 좋아하시는 분들이 꽤나 많았어서 그런가.
실제로 만나 본 적도 없었다. 방송국에서 잠깐 마주친거라면 몰라도, 인사를 나눠 본 적도,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도 전무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람.
신혜언니 [ 00야!!!! 인스타 들어가 봤어? ]
신혜언니 [ 도경수가 너 팔로우했대 ㅠㅠㅠㅠ 팬들이 보고 난리야! ]
만들어 놓고 쓴 적은 거의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들어가지 않았던 내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해주셨단다. 아니 근데 이런 일이 실검에 뜰 일인가?
컴퓨터를 켜자 마자 보인 건 실시간 검색어였다. 1위는 내 이름, 2위는 도경수, 3위는 … 으잉. 도경수 000 영화. 요새 공백기라서 쉬고 있었는데 언제쯤 활동을
재개하나 싶었는데 영화를 찍는다고 했었나? 매니저 오빠도, 소속사 사장님도 아무 말이 없었던 걸 이렇게 접하다니, 어느새 머릿속에는 도경수라는 사람이 아닌
나의 활동계획만이 남아 있었다.
" 응, 오빠! 나 영화 찍어???? "
' 아, 기사 봤어? '
" 기사 봤어?? 아 나 진짜 내가 활동하는 걸 내가 더 늦게 아는 게 -, 이게 뭐야. "
' 아, 그건 그렇고 너 도경수랑 아는 사이 아니지? '
" 아 맞다, 그 사람이 나 팔로우 했다고 하던데. 오빠랑 아는 사이? "
' 아, 아니? 도경수 그 분이 너랑 영화 찍으니까 미리 팔로우 해 놓은 건가 보네. 요새 몸매 관리 안 하지? 00아 방심하면 안 된다, 알지. 살은- '
" 응 알겠어. 찌면 훅 간다고? 아 예, 예. 다이어트 할게요~ "
' 그런 식으로 비꼬아서 말하지 말고! '
" 오빠. 오빠!!!!!!! 진짜 잔소리 좀 그만해…. "
' 알겠어, 끊어~ '
* * * * *
도경수가 내 인스타그램을 팔로우 한 후에도 별 일은 없었다. 딱히 내가 인스타그램에 소식을 올리지 않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
그렇게 몇 일이 지나고 다시 전화가 왔다. 010-XXXX-XXXX?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전화번호였다, 누구지. 여배우라 그런지 가끔 악성 팬들이 번호를 알아내서
전화를 하는 경우가 몇 있었는데 이것도 그런 부류인가 싶어 그냥 다시 홀드 키를 눌렀다.
" 누구야? 전화 안 받아? "
" 아, 모르는 번호. "
옆에 있던 신혜언니가 하도 울리는 핸드폰을 보며 받으라고 핀잔을 주었고 마지못해서 나는 휴대폰을 집어들 수 밖에 없었다.
어, 끊겼네?
" 끊겼네. 뭐 급하면 전화하겠지~ "
" 맞다 00아, 너 영화 첫 촬영일이 다다음주라고 하지 않았어? "
" 응 ㅠㅠㅠㅠ 그래서 요새 내가 치킨도 못 먹고 …, 아 진짜 찬열오빠는 스케줄을 안 알려준다니까. 다이어트도 급하게 하고, 이게 뭐야 ㅠㅠㅠ "
" 야야, 너 음성메세지 왔나보다. 받아 봐. "
진짜 극성이다! 지금까지는 내가 안 받으면 그냥 포기하던데, 무슨 그렇게 중요한 말을 하겠다고 음성메세지까지 남기는지!
핸드폰을 한 달에 한 번 꼴로 갈아치워도 신통찮은 게 정말 아예 휴대폰 없이 사는 게 더 편할 것 같기도 하다.
' 000! 찬열오빠야! 어디서 뭘 하느라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영화 미팅있으니까 5시 까지 준비해. 내 폰이 아작나서 지금 친구 폰으로 걸었으니까 걱정 말고. 끊는다. '
아니 인간적으로, 지금이 3시고! 미팅이 5시면!!! 최소한 전 날에는 알려줘야 되는 거 아니냐구요. 첫 미팅이니까 그냥 대본 나눠주고 인사만 하고 끝나겠지만 ….
나름 여배우인데 지금 이 몰골은, 후. 대충 내가 알아서 손 보고 나가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혜언니랑 오랜만에 만난건데 ㅠㅠ. 그래, 슬슬 팬들이 알아보기 시작했으니
자리를 떠야겠다고 생각하던 때였으니까. 어쩔 수 없지 뭐.
" 언니, 나 일어나봐야겠다. 영화 미팅이 5시인데 오빠가 이제 알려줬네…. 다음 번에 내가 쏠게! "
" 그래, 그래. 언니도 이제 들어가야겠다. 미팅 잘 하고! "
" 응응. 고마워! "
* * * * *
000. 내가 가수로서 데뷔하기 전 부터 유명했던 여배우다. 개인적으로 좋아하기도 하고?
아, 여기서 말하는 '좋아한다-'는 결코 이성으로써 좋아하는 건 아니니까 오해는 하지 말고.
최근에 소속사에서 노래가 아닌 연기쪽으로 확실히 바꿔보는 건 어떻겠냐는 제안이 계속 들어와 이제는 가수 디오보다는 연기자 도경수로써의 삶이 익숙해지던 찰나에,
000과 함께 영화를 찍게 되었다.
" 음, 그래서 000씨 알지? "
" …네. 네? 000씨요? "
" 어휴, 팬인 거 티내냐. 이번에 영화 같이 찍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
" 헐 정말이요? 실장님 와 감사합니다. ㅎㅎㅎㅎ "
" 응 그래서, 경수 네가 … 남자주인공이고, 00씨가 상대역이네. 경수는 좋겠네~ "
" ㅋㅋㅋㅋㅋ 뭘요. 첫 촬영일은, 첫 미팅은 언제예요? "
" 아, 첫 촬영일은 아직 안 정해졌고 미팅일은 3주 뒤 목요일. 6시. "
으아, 떨린다. 물론 000씨가 대한민국 뿐 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러브콜을 받는 대단한 배우라서이기도 했지만.
그럼, 000씨를 ㅠㅠㅠ 실물 영접 제대로 할 수 있는거네 ㅠㅠㅠ
어릴 적 부터 동경해왔던 배우를 만난다니. 그것도 상대역으로! 경수로서는 기뻐서 춤이라도 추고 싶었지만 자신은 댄스 가수가 아니기 때문에, 춤만 추면 삐걱거리는 자신의 팔 다리를 보고 한숨을 쉬며 금방 포기해버렸다.
* * * * *
" 000. 21살. 소속사는 싸이더스. 매니저는…, 박찬열? 헐헐헐, 박찬열이? "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000에 대해 검색하는 경수였다. 물론 팬이지만, 연기를 보고 좋아하는 거지 그 사람의 프로필이나 근황같은 것을 일일이 찾아보고 그렇게 좋아하기에는 바쁘기도 했고. 딱히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어서 잘 모르고 있었는데. 헐? 매니저가 박찬열?
' 야, 나 매니저 됨. 축하 좀 해봐라 경수야~ '
' 박찬열!!!! 너 이 새끼. 연습생 친구도 두고. 먼저 취업을 하냐! 누군데 그 사람 … '
' 000. 대박. 개 쩔지. 이런 맛에 내가 매니저 일을 하는 거라니까. '
' 아 응…. '
생각해보니 오래 전 함께 술을 마시면서 들었던 것 같기도 … ?
당장 전화기를 들었다. 친구 좋다는 게 뭐냐, 박찬열. 나도 000씨랑 친해지고 싶다아.
' 네 여보세요? '
" 야 박찬열! 나 도경수!! "
' 여어, 슈스 경수 아니야? 연락도 없더니, 00이랑 영화하는 거. 들었냐? '
" 방금 들었지. 와, 박찬. 내가 000씨 정말 팬인 거 알지? 친구 좋다는 게 뭐야. "
' 난 모룸. 도경수가 누굽니까? 끊습니다~ '
" 아야야, 박찬열!!! "
' 인스타 팔로우나 하던가~ '
그대로 끊겨버린 전화는 정말 허무하게 끝났다. 인스타그램 팔로우? 근데 좀…, 뭐라 하지, 들이대는 느낌인데. 박찬열 믿어도 되겠지?
인스타그램에 접속해서 팬들에게 항상 고맙고 차기작으로 컴백할테니 기대해달라는 글을 올리고!
심호흡하고 000씨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서 …
" 으억!!!!! 눌렀어, 눌렀어!!!!!!!!!! "
그렇게 팔로우를 했다.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000씨의 인스타그램을 정주행했다. 강아지 사진, 바다 사진, 가끔 가다 자신의 사진.
근데 …, 마지막 업데이트 날짜가 1달 전? 박찬열 나쁜놈!!!! 대충 얼버부린 걸 정말로 팔로우 한 내가 잘못한 걸까. 이불킥을 10대는 날려주고 핸드폰을 확인했다.
헐? 영화 기사가 벌써 떴나보다.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랐네. 000씨와 함께 호흡을 맞춘다는 게 공식적으로 기사화되자 뿌듯하기도 하고, 어느새 팔로우를 한 사실은 잊어가고 있었다.
경수 독방 |
도로시들 경수 인스타 봤어 ㅠㅠㅠㅠㅠㅠㅠ?? 작성자|애정아경수해 영화배우 000님 알지 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무쟈게 이쁜 언니... 그 언니 팔로했어!!
ㄴ 익인 1 : 헐... 00언니도 짱좋.. 경수도 짱좋... 둘이 같이 연기하는 거 아니야 ㅠㅠ? ㄴ 익인 2 : 와 대바규ㅠㅠㅠㅠㅠㅠ 경수야 데뷔 7년차면.. 그래 핑크빛도 조화. ㄴ 익인 4 : 22222 ㄴ 익인 3 : 카더라 떴어!!!!!! 경수랑 00언니랑 ㅠㅠㅠㅠㅠ 영화찍는대ㅠㅠㅠㅠㅠㅠ ㄴ 익인 5 : ㅋ; 난 000 별로던데.. 얼굴 믿고 나대는 듯 ㄴ 익인 6 : 00언니는 여자 경수임. 0까살. 도까살. ㄴ 익인 19 : 00언니 인티한대 말조심해 !!!!!! ㄴ 익인 7 : 워후 둘 케미가 워후. ㄴ 익인 8 : 공동 홈 팔까 아니면 메모장을 켤까 ㄴ 익인 16 : 11111 ㄴ 익인 53 : 222222 ㄴ 익인 11 : 뭘 걱정해 둘 다 해 ! ^^
헉 정말로 얘네 영화찍는대 ㅠㅠㅠㅠㅠ 작성자|도로시와경수
기사 떴어!!!!!!! 워후!!!!!!!!!! 촬영 중이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짱짱
ㄴ 익인 1 : 통장을 거두어가. ㄴ 익인 2 : 게다가 로맨스래. ㄴ 익인 5 : 게다가 둘이 이어진대. ㄴ 익인 10 : 게다가 둘이 진짜로 사귀면 조오케에따 ㄴ 익인 3 : ㅠㅠㅠㅠㅠㅠ도로시들 나쵸에 스프라이트 준비 됐지 ㅠㅠㅠ?? ㄴ 익인 4 : 당연하지 ㅠㅠㅠㅠ ㄴ 익인 6 : 더럽 ㄴ 익인 7 : the lov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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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당 :) 남배우 여배우 작가 댜릉댜릉입니다 @"@ 독방은 여주 경수 번갈아가면서 나올거구요!! 연재 텀은 3-4일에 한번씩은 올 거예요 ㅎㅎㅎ!!! 신알신 많이 해주시공 암호닉은 사랑합니다 하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