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변이 도경수 :: 고양이
W.몽롱
김종인이 말한대로 소파에 앉아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등에도 생채기가 났나.. 등이 아리다.
여자에게 해코지 당할땐 소리 안내려고 거기에 여념하다가 등도 맞았는지 모를일이다.
아-, 이게 전부 그 여자 때문이야. 내가 버려진 기분을 받은것도, 충격적인 그 장면을 보게 된 것도 전부 다-, 이름 모를 그 여자 때문이다.
여자 생각에 혼자 열불나 허덕이고 있는데 김종인이 한손에 구급상자를 들고 다른 한손엔 내가 제일 싫어하는 빨간약을 들고 온다.
저 빨간약 피색깔이라서 싫은데 또 저걸 바르려고?
"넌 이게 그렇게 싫냐. 이게 만병통치약이야 바보야."
빨간약을 발견하자마자 소파에서 내려와 거실 한 구석으로 냅다 달려가 쪼그려 앉았다. 김종인이 뭐라뭐라 말을 하면서 내게 다가오는데
그렇게 공포스러울 수가 없다. 긴다리로 휘적휘적 걸어와 자기도 쪼그려 앉아 내게 '안아파. 착하지 도경수- 빨리 바르고 자자.' 하는데 그게 더 무섭다.
난 서로 쪼그려앉아 맞는 눈높이에 만족하면서 김종인을 양껏 째렸다. 싫어.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데 김종인은 전혀 미동도 없다. 싫다는데 왜 계속 그래.
"고집 그만 피우고 똑바로 앉아봐. 빨리 끝낼게."
"으으!...으아아!"
김종인 힘이 얼마나 센지는 익히 알고있는데 이렇게 센지는 몰랐다.
내가 온 힘으로 버티고 앉아있자 안되겠다는듯 쪼그려 앉아 있는 날 그대로 두 팔로 감아 들어 올린다. 떨어질 것 같아서 겁난다.
항상 이런 식이다 김종인은. 자기 뜻대로 안되면 힘쓰는거. 아까 싫다는데 내 팔 붙잡고 거실로 나온 것 처럼.
김종인은 들어올려진 날 바라보고 겁먹은 내 표정이 웃겼는지 한번 웃더니 날 쇼파로 내팽겨 친다.
"아!"
등이 세게 부딪쳤다. 많이 아픈데 말을 못하니까 표현 할 방법이 없어 답답했다.
"엄살 피우지."
"..ㅇ..아..으으."
"진짜 아파?"
엄살이라고 자기생각을 마쳤는지 '내가 모를 것 같냐'는 눈빛으로 날 내려다 보던 김종인이
말도 못하는 내가 소리까지 내며 끙끙거리니까 심각성을 알았는지 내가 입고 있던 맨투맨을 위로 걷어올린다.
나는 내 등이 안보여서 계속 뒤 돌아 보려고 하는데 보이는건 내 등이 아닌 김종인의 구겨진 표정이다.
'얼마나 별나게 놀았으면 이래. 자해한 것도 아니고.' 라는데 자해라는 단어는 처음 들어봐서 무슨 뜻인진 모르겠지만
등에 상처가 크게 났다는건 대충 눈치봐서 알 것 같다.
"도경수."
"..."
"대답."
"...으..ㅇ.."
"이거 아까 그 여자가 그랬어?"
눈이 크게 뜨였다. 김종인이 내 등을 보고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고 김종인 쪽으로 몸을 아예 돌려 고개를 마구 위 아래로 끄덕였다.
그 덕에 올려진 맨투맨이 내려가면서 상처와 닿아 쓰리긴 했지만 간지러운 곳이 한번에 긁혀진 기분이였다.
김종인은 그런 날 쳐다보더니 '말을 말자. 등 돌려, 치료하게.' 란다.
"너 내일 일어나면...아 고양이지. 저녁에, 공부 할 준비해. 내가 답답해서 안되겠다."
답답한건 니가 아니라 나라고! 그리고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그 여자가 나 이렇게 만들었다니까!
"알았어 알았어. 그만 째려보고 등돌려 늦게 치료 할수록 안나아."
김종인은 내 등의 상처를 꾹 누르더니 내가 찡그리자 내 허리를 잡고 뒤로 돌린다. 아, 답답해.
내가 내일 인간말 배우자마자 아프다고 말해야지. 답답하다는 거랑, 그 여자에 대해 물어보고, 날 때렸다고도 다 일러야지.
그 여자가 다시는 우리집에 얼씬도 못하게.
치료하던 중 김종인이 물었다.
"야, 내가 저번에 내이름 가르쳐 줬잖아. 근데 왜 내이름 안불러?"
"ㅈ..종.."
"더듬지 말고. 김종인, 해봐."
"김..ㅈ...종인."
"김종인 할 때까지 오늘 안재울거야. 빨리."
아, 심술궂다. 내가 억지 피울땐 무시하고 자기 할일 하면서 되려 자기는 나한테 이것저것 요구하는게 많다. 집주인 행세라도 하겠다는 건가.
김...조..
종...
인.
"그걸 차례대로 이어서 말해봐. 김종인."
"김....종인."
"..."
"김종인."
우물쭈물하면서 어렵사리 김종인. 이라고 입 밖으로 꺼냈더니 김종인은 잘하네! 하면서 내 양쪽 볼을 잡고 이리저리 흔든다.
난 그에 정신도 못차리고 놓으란 제스처로 김종인의 두 팔을 내리쳤지만 김종인에겐 털 끝도 신경 쓰이지 않는 듯 했다.
김종인은 '잘하면서 튕기기는.' 라며 또 내 정수리를 손 끝으로 툭툭 친다. 이게 습관이다. 맨날 내가 칭찬 받을 일만 하면 정수리 툭툭 건드리고,
어떨땐 내 어깨를 툭툭 친다던가 허리를 간지럽힌다거나. 물론 인간일때만.
"이제 자자. 내 방 지금 정리 안돼있으니까 오늘은 거실에서 자자."
김종인은 내가 항상 자던 김종인의 방으로 들어가려 하자 거실에서 자자며 날 제지한다.
아.. 잊어질만 하면 생각난다더니, 또 신경쓰이기 시작한다.
방에서 잠도 못 잘정도로 뒹굴었다는건가.
"종인.."
"새이불 꺼내올테니까 기다려."
"종인."
예전부터 하고싶었던 말이 있었는데.
"왜, 말 또 가르쳐줘?"
"...싫..어."
"...어? 너 '싫어' 도 할 줄 알아?"
"싫어. 종인싫어."
예전에, 낮에 김종인친구들이 우리집에 놀러왔을때 종인이 친구 중에 한명이 종인이 어깨에 매달려서 (기분나쁘게도 여자였다.) 싫어어어. 랬다.
어깨에 매달려 사랑스런 눈빛으로 종인이를 쳐다보면서 말하는걸 보면, 분명히 좋아한다는 말인듯 했다.
좋아한다는 말을 인간 발음으로는 싫어.
그래, 언제부턴지는 모르겠지만 인정할건 인정하고 넘어가야지.
좋아한다 난. 김종인을.
"김종인 싫어."
"어?
"싫어 김종인!"
이렇게 좋아한다고 말하면, 김종인은 오늘 온 선배라는 그 여자를, 다시는 우리집에 들이진않겠지?
암호닉 + 작가 |
연재텀 죄송해요 마음껏치세요 달게받을게요ㅠㅠㅠㅠ ▼ 암호닉 ▼ 루이 하트뿅뿅 독영수 뀨잉 덕덕내 과학 달이 (빠진분은 말씀해주세요, 암호닉은 계속 받습니다!) 감사드려요ㅠㅠㅠㅠㅠ내사랑들 내그대들ㅠㅠㅠㅠ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