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준회는 츤데레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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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꾸 얼빠진 표정으로 정신을 놔, 야 이어폰"
"..몇 신데"
"아홉시다 이 기지배야. 내가 이제 네 라디오 시간까지 챙겨줘야 하리?
좀 이따 준회 온다니까 정신 챙기고 만들어라"
"가서 주문이나 받어"
_ _의 앞치마 주머니에 고장난 라디오 대신 주파수를 잡아 휴대전화를 넣어주고
손님 테이블로 뛰어간 그를 잠시 보다 그녀는 이내 한 쪽 이어폰을 귀에 꽂고
칵테일 잔을 집어 들었다.
"_ _ _ 단체 주문, 화이트 와인 알아서 추천해 달라는데"
"사르로미 갖다 드려. 창고 오른 쪽 세번째 선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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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FM 구준회, 그대와 night 1부,2부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으로
주제를 잡아 봤는데요. 아홉시를 조금 넘긴 시간 제 뒤 창문으로는 아직도
퇴근시간인지라 복잡한 거리가 보이네요. 추운 겨울 힘들었던 한 해 여러분이
힘이 될 수 있었던 존재들은 무엇일까 궁금해 지네요. 노래 한 곡 듣고 그대와 night,
제대로 출발해 보도록 하죠. the once의 you're my best 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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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회의 목소리가 끝으로 노래가 흘러나오자 그녀는 주방 끝으로 가
얼핏 보이는 창가를 들여다 보았다. 아직도 밖은 바쁘구나, 잔잔한 가게 안에 비해
차는 아직도 막혔고 이 곳 저 곳 캐롤을 비롯한 음악들이 겹쳐 들렸다. 많은 사람들이
활보 하고있는 거리를 잠시 넋 놓고 바라보던 _ _은 한빈의 목소리에 금방 제 자리로 돌아왔다.
"오늘 김지원 부를 껄 그랬네, 엄청 바빠"
"언제 안 바쁜 시간은 있었고? 저거 하는 김에 모히또 두 잔만 해줘"
"어, 레몬이랑 사과 다 떨어졌더라. 다녀와라"
"어"
팔이 빠져라 기계를 돌리고 은은한 조명에도 눈이 아파 올 쯤 사람들은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괜히 신을 바꾼 건지 뒷꿈치는 어느샌가 흉하게 까져 버렸다.
한빈은 딱히 피곤하진 않은 모양인지 나머지 손님들이 빠져나가고 나서도 쌩쌩한
모습이였다. 아직 쓸만한 김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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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와 night, 이제 마무리 시간이네요. 시간 진짜 빠르다.
이거 끝나고 정확히 이틀 후에 크리스마스 입니다. 크리스마스에는
저 대신 한 해 여러분들께 가장 많은 사랑 받았던 게스트 두 분께서 라디오를 진행 할
예정이니까요 꼭 놓치지마시구요. 마지막으로 제이레빗의 oh holy night 들으며 인사드립니다.
오늘 밤도 그대와 함께, 그대와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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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_, 졸려? 오늘 무리했나?"
"어, 아니"
"준회야 너 오늘 마시지 마라. 갈 때 얘 데리고 가. 네 오피스텔 앞에 살어"
"어. 근데 오늘 바빴어? 누나 엄청 피곤해 보이는데 마시게 그냥 둬?"
"원래 피곤할 때는 엄청 마시고 뻗는 게 더 좋지이."
"얘 벌써 혀 꼬이네, _ _ 너 가다가 진상 짓만 하지마라. 괜히 친해지기도 전에
얼굴 붉히게 된다"
벌써 혼자 두 병째인 그녀도 한빈도 모르게 저녁을 먹는 내내 _ _을 바라보던 준회는
결국 _ _의 손에 들린 병을 쥐어 탁자에 내려 두었다. 무슨 여자가 스톱을 모르는지, 나 원참.
컨디션이 괜찮은지 한빈은 _ _을 소파에 눕혀 두곤 준회와 소소한 대화를 이어 나갔다.
"크리스마스 이브랑 크리스마스에 라디오 비지? 그때 한 번 우리 집으로 와.
김지원도 같이"
"남자 셋이 징그럽게 크리스마스 파티 하자는 이야기로 들린다. 형"
"_ _ _이 남자야? 얘도 와"
"술 잘 못하는 거 같은데 이렇게 계속 먹여도 돼?"
"너보다 잘 하는데 얘가 오늘 힘들어서 그러는 거거든, 그리고 술 못 먹게
막으면 삐져"
한빈과 대화를 하면 할 수록 무뚝뚝하게 보이는 _ _이 귀여워지는 건 나 뿐인 건가.
정말 업어가도 모르게 간간히 옆으로 엎어지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던 준회는
이제 그만 일어나자는 한빈의 말에 외투를 챙기곤 _ _을 깨우려 다가갔다.
"일어나요, 집 가야지"
이런, 미동도 없다. 정말 살짝만 갖대 대어도 깨져 버릴 듯 했다.
결국 _ _을 한빈의 손에 맞기고 차를 빼온 후 가게 앞에 세우자 비몽사몽한 채로
한빈에게 안겨나오는 그녀가 보였다. 수고 좀 해달라는 그의 말에 고갤 끄덕인 준회는
_ _을 안아 들어 뒷 자석에 눕혔다.
"..아..어?"
한빈과는 다른 느낌이 분명해 눈을 떴을 때 정말 가까운 거리, 준회가 있었다.
눈치 채지 못한 건지 _ _의 머리 뒷 편에 제 가디건을 말아 넣어주는 그의 아래서 움찔 거리는
기척에 그는 제 시선을 내려 보았다.
"너무 가까워서"
"아무 짓도 안해요, 피곤하다며 누워있어요. 데려다 줄게"
*
"추워?"
"아니"
"이제 안졸려요?"
"어, 어"
신호에 걸리자마자 그는 뒷 자석을 돌아 창가에 기대어 앉은 그녀를 살폈다.
아마 지원이 이런 준회를 보았다면 아마 욕 한 바가지 했을지도, 하도 츤데레 자식이니.
그에게서 다정한 면모란 잘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을 제외하고.
"준회야 너도 말놔, 나만 놓으니까 좀 어색하다"
"아, 어"
가게에서 약 이십 분 거리인데 여전히 활발한 거리에 조금 더 차 안에 있는 시간이
길었다. 조용한 차 안 _ _의 전화기가 웅웅 거리는 소리 빼곤 아무 말도 없었다.
"여보세요"
"나 지원인데, 준회 전화 꺼져 있어서. 한빈이도 운전 중이라고 그냥 끊었어
나 두번이나 까임"
"까였다고 실성하지 마라
오늘 한빈이랑 준회랑 저녁 먹었어, 지금 운전 중인데 바꿔줄까"
"어, 아니. 너라도 전화 받아줘서 고맙다. 난 또 얘 연말이라고 어디 딴 데로
샌 줄 알았네. 집에 잘들어가라"
"어"
통화 중 베식 웃는 미소를 보았는지 통화가 끊기자마자 준회가 물어왔다.
"목소리가 왜 이렇게 작아, 애인?"
"김지원, 너 휴대폰 꺼졌다고"
"아"
지원과의 전화 내용을 설명하던 그는 오피스텔 앞 차를 세웠다.
차 안에서 배웅 할 줄 알았건만 몸이 뻐근하다며 내린 그는 _ _이 들어갈 때까지
앞 문에 기대어 서 있었다. 그녀가 오피스텔 정문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려는 순간, 그가 외쳤다.
"잠 안 오면 전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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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하루만에 와서 벌써 질리신 거 아니죠?
쓰는 저는 이 둘 왜 이렇게 진도가 안 나가지 이 생각하면서
계속 쓰는 중... 빨리 좀 퐉 퐉! 나갔으면 하는 나님의 작가란 사람은
6화 시나리오 쓰러 갑니당~ 오늘도 글을 읽어주신 여러 독자님들
정말 매일 감사하다는 말 드리고 싶구요, 행복하세요!
빠른 시일내로
겨울에 꼭 필요한 핫팩 같은 준회를 들고 찾아 오겠습니다.
(월요일, 화요일 쯤 달려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