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끼부리지마 -
***
젖은 머리를 털어내면서도 휴대전화를 꼭 쥐고, 냉장고에 찬 와인 한 병 꺼낼데도
왼 손에는 휴대전화를 쥐고 있었다. 전화 할까, 말까.
_ _ 보다 두 살은 어린 남자가 자꾸 끼 부린다, 흔들 흔들하게. 자꾸 그녀를 간지럽혔다.
그의 집이 몇 층인지도 모른다만 _ _은 와인잔을 들고 거실 창가를 달려가 맞은 편 오피스텔에
시선을 두었다.
"..자나"
난 아직 잠들지 않았는데. 혹여 잠 들었을 그가 깰 까 문자도 제대로 못하겠네.
- Rrr
-Rrr
-Rrrr
휴대전화를 싱글소파에 던져두고 한참을 창문만 바라보던 그녀는 소파 위로 울리는
진동에 급히 고갤 돌렸다.
[준회]
그였다.
순간적 당황과 왠지 모를 떨림 같은 오묘함에 잠시 멈칫 몸이 얼어버렸다.
새벽 세 시를 향하는 시간, _ _은 창을 통해 반대편 오피스텔을 쭉 바라보곤 급하게 전화를 들었다.
"자?"
"으, 아니 아직"
"전화를 왜 이렇게 늦게 받어, 몇 층 살아"
"어? 이십 일 층"
"창문 좀 열어봐"
밤이라 그런 건가, 한껏 낮아진 목소리로 말해오는 그의 목소리에 마치 누군가 조종이라도 하듯
거실 창문을 약간 열었다. 아 꽤 춥네.
"반대편 오피스텔 이십 일 층 봐"
크고 화려한 거리를 사이에 두고 우린, 같은 층 서로의 눈을 마주쳤다.
테라스에 기대어 짧게 손을 흔들어 보이는 그의 모습에 한 번 놀라고, 바로 앞 내가 그토록 좋아했던
어쩌면 나의 우상 같은 남자가 정말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었다는 것에 두 번 놀랐다.
금방 씻고 나온 건지 그의 머리는 젖어 있었다, 대충 걸친 티셔츠로 다부진 준회의 체격이 드러났다.
"왠만하면 옷 좀 제대로 입고 있지, 검은 속옷? 다 보여. 단추 좀 잠궈"
oh my god. 본래 직설적인 그의 말에 _ _은 급하게 뒤로 돌아 대충 잠궈 둔 셔츠 단추를
꼭 꼭 잠궜다. 준회는 뭐가 그리 웃긴 지, 휴대전화로 자꾸만 그의 웃음소리가 흘렀다,
아 어디든 숨고 싶은 느낌이 이런 거구나.
"옷 제대로 안 입고 있으면 감기 걸려, 근데 왜 전화 안했어"
"그냥, 음.. 잘까봐?"
"안 자, 딱 봐도 늦게 자는 것 같던데. 아마 나도 그쯤 잠 들 껄"
"내일은 출근 아니지? 그래도 늦게 자면 일어나서 몸 무겁잖아. 빨리 자"
"음, 오늘은 더 못 잘껄. 아까 누나 모습 때문에"
"기억에서 지워 좀"
_ _의 간절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그는 연신 싫다 거부했다.
좋은 거 구경했다며, 구준회 은근 변태인 거 아나. 한참 _ _은 그와 통화를 했다. 오랫동안.
궁금한 것도 많았고, 무슨 감정인지 그의 얼굴이 더 보고 싶었다. 싱글 소파에 누워
그의 목소리를 듣던 _ _은 저도 모르게 눈을 감고 잠들었다. 오랜만에 나른하게 빠진 잠.
"자나"
"창문이나 좀 닫고 자지"
"..잘자"
***
"어이"
"으아씨! 깜짝이야!!"
"와, 이런 모습은 또 처음이네. 안 일어나?"
"비밀번호 어떻게 알았어?!"
"김한빈이 알려주던데, 몸만 빼오라고"
여전히 김한빈은 막무가내다, 23일 크리스마스 파티를 빌미로 그는 당일 이사를 시작했고
그 일손을 도우러 오라는 말 없이 그냥 데려오라 준회를 시킨 것. 아 똑똑한 새끼.
준회와 전화를 하다 그대로 잠들어 버린 건가, 웅크린 채 오랜시간 잠들어 그런가 몸이 뻐근해오는
그녀를 보던 준회는 등을 받쳐 _ _을 일으켜 주었다.
"뭔 여자가 제 몸도 제대로 못 가눠, 옆에 누구 하나 달아놔야 겠고만?"
"아직 젊거든, 거실에서 좀 만 기다려. 준비하고 나올게"
"천천히 나와, 아주 기어가듯 가서 김지원이랑 김한빈 다 하게 두지 뭐"
"그럼 좀 천천히 나올게, 목 마르면 냉장고에 생수 있으니까 마시고"
"응. 아, 어제처럼 그러고 다녀주면 나야 좋고"
"야!!"
***
"아 겁나 늦게 온다, _ _ _"
"시끄러, 그냥 간다?"
"얼마나 사왔어?"
"여덟병씩 반 반"
"마시고 죽자고? 미쳤어 미쳤어"
"지가 제일 많이 마시면서, 정리 대충 됐지? 빨리 세팅해"
준회와 _ _이 든 봉지에 입을 벌리고 서있던 지원과 한빈은 봉지를 받아들곤
거실로 향했다. 어느정도 술 하는 넷임으로 그들은 안주를 패스하고 술판을 시작했다.
제대로 된 폭탄주를 제조해 주겠다며 흐물흐물 지원은 사발을 가져와 소주를 병째로 들이붓기
시작했다. 누가 마시냐며 말리는 _ _에게 게임을 권한 지원을 시작으로 그들은 작은 게임을 시작했다.
"왕게임 할까, 왕게임?"
"넷이서? 여기가 무슨 수학여행이야? 아 유치해"
"싫으면 네가 마셔라 _ _ _"
"아!!!!"
"야 김한빈 젓가락 가져와봐. 하자. 거부하는 사람이 원샷.
원샷 못하면 두배주"
"미쳤다 진짜"
수가 적은만큼 게임을 빠르게 시작되었고, 다들 긴장타는 분위기 속
거의 말짱한 상태인 넷은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누군가 왕인데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첫 판부터 센 미션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짧은 적막 속에 비식 웃은 _ _의 앞자리 준회가
앞에 보이는 벌칙주에 맥주를 더 섞으며 말했다.
"1번 왕이 제조해주는 술 마시기"
"아 시팔"
원래 판을 벌린 사람이 항상 먼저 걸린다 하였나, 육성으로 터진 지원의 욕에
한빈은 비웃음을 뱉었다. 그러게 살 살 하라니까, 잠시 망설이듯한 지원은 이내 사발을
들이켰고 지켜보던 _ _은 눈쌀을 찌푸렸다. 보는 내가 속쓰린다..으어어
어느정도 몸이 풀려 한빈에게 기대어 두 세번정도 운 좋게 벌칙에서 비껴나간 그녀는
과열된 네번째 게임의 젓가락을 뽑았다.
"난 언제 왕해보나.."
"이아아악!!!!!"
저 자신이 젓가락을 보기도 전에 왼쪽에서 울린 환호에 그녀는 젓가락을 집어던졌다.
아 김지원 진짜. _ _을 제외한 셋은 이미 왕을 해보았으나 저만 빠졌다,
의미심장하게 웃는 지원을 무시한채 준회에게 손짓해 맥주캔을 받아마시는 사이
그가 한빈과 _ _, 준회를 쓱 바라보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마 그 말을 내뱉으며 지원은 생각했을테지, '나만 아니면 돼'
"2번이 3번한테 키스 한 번 하자. 지잍게"
지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_ _은 바닥에 집어던졌던 젓가락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가 주웠다. 처음으로 번호가 궁금해진 순간이였다.
"_ _, 준회 수고. 1번이다. 신이 날 살렸어ㅋㅋㅋㅋ 암 위너"
줍자마자 번호 확인도 전에 뒤에서 들려오는 한빈의 목소리에
_ _은 직감했다. 내가 마실 벌칙주는 아마 두배라고, 어쩌면 더 센 벌칙주가 기다리고 있을거라.
젓가락을 보느라 자신보다 조금 더 앞에 앉아있던 준회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난 2번이였다. 그냥 눈 딱 감고 벌칙주 마실까, 죽어도 먼저는 못하겠어.
뒤에 기척으로 한빈이 벌칙주를 건드는 느낌이 짙게 느껴졌다, 오래전부터 궁금해왔던 생각하나가
다시 뇌리를 스쳤다. 저 새끼는 나와 친구인가, 웬수인가.
"_ _ _"
잊고 있었네! 준회를. 혀로 입술 한 번 축이고 고갤 들자 그는 아까와 같은 자세로
앉아 _ _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굉장한 고민을 시작했다. 어떻하지, 어떻하지, 어떻하지.
"이리와봐"
"오 구준회!!"
"김흔빈, 김즈원 득츠..즘!"
(김한빈, 김지원 닥쳐 좀)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할까 오만가지 생각을 제쳐두고 그에게 다가가자 그는 _ _에게
단 한번도 시선을 떼지 않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색하게 마주 앉은 둘 사이, 그리고 그들에게 집중한 둘. 한빈의 거실. 정적은 짧았다.
"왜 떨어, 떨 사람은 난데"
"구준회, ㄴ.."
그때 감정은 당황스러움도 아니였고, 나조차 모를 오묘함도 아니였다.
깊게 입안을 헤집는 그의 움직임, 설레임이였다.
뒷 머리를 조심스럽게 감싸고 숨이 벅차올 쯤 잠시 입술을 떼었다, 순간 다시 파고드는
그의 페이스를 따라가지도 못하겠다. 키스가 원래 이렇게 자극적인 건가, 감아오는 혀. 정신이 하나 없네
더 하다간 아마 그에게 말려들어 이성을 놓을까 싶어 그의 팔을 잡자 준회는 바로 나를 놓아주곤 바로
왼손 소매를 끌어다 내 입술을 닦아주었다.
"후- 왜이렇게 다들 벙쪄 있어. 한 번 더해?"
구준회 끼부린다,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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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오전에 시작해 오후에 끝난 제 글.. 마법인가요ㅋㅋㅋ
오늘도 <if only> 읽어주신 모든 독자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본격 주저리를
늘어 놓아보겠습니다. 우선, 제 글을 읽고 가주시는 분들이 점점 늘고 있어요
정말 이 감사한 마음을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네요. (춤이라도 출까요 출 수 있는데♥)
여러분들이 보고 가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지만 잘보고 가요 한 마디 댓글은
당장이라도 글을 쓰고 싶을 정도의 힘을 일으킨답니다! 정말 얼마 없는 댓글이지만
절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행복하고 당장 펜을 잡습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한가실 때
잘 봤습니다, 이런 댓글 염치 없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여주랑 준회랑 성격을 비슷하게 잡았는데 여주가 자꾸 준회한테
말리네요.. 이런 잘난 남자..♥ 곧 여주도 당당하고 직설적인 면모 보여드릴테니까
기다려 주시구요, 독자님들께서 많이들 읽고 가주셔서 이프 온리는 한 화 한화
잘 구성해 가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빠른 시일 내로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독자님들 사랑해요! ^-^
하루 마무리 잘하시길 바랍니다.
+오늘따라 주저리가 굉장히 기네요..
현재 이프 온리 시나리오는 8화까지 나왔습니다, 어느정도 연재 후
다음 글에 대해 생각해야 봐야 할 것 같아 독자님들께 남주를 질문하겠습니다.(공손공손)
제가 생각하는 남주는 또 다시 준회와 새로운 남자 한빈이 지원이입니다.
의견 남겨주시면 사랑해드리겠습니다. (진지진지)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꾸벅!
(화요일 or 수요일 쯤 달려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