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정의 마지막 그 이후로 우리의 관계를 정리해 보자면, 딱히 덧붙일 말은 없었지만 형은 내게 사과했다. 경솔했던 자기 모습을 반성하는 모습이 분명히 보여서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형은 박진영에게도 사과했다. 박진영이 조하영과 어떻게 됐는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형은 박진영에게 사과했다. 형의 그 엄청난 발전에 놀랐던 그 날 내게도 조하영이 전화했다. 사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 자체를 싫어한 적은 없다며 사과하는 조하영의 말에 사실 오늘을 위해 내가 태어난 건가 같은 쓸데없는 생각도 했다. 형에게 그 얘기를 해 줬더니 형은 민망한 얼굴로 웃기만 했다. 그리고 나는 김유겸에게 여태 있었던 일들을 쭉 털어놨다. 나름 곁에서 같이 고생했던 게 생각나 매일 나를 학교에 데려다 줬던 그 미지의 생물체의 정체에 대한 것부터 형과 나에 대한 것들을 낱낱이 실토했더니 김유겸의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내 고함에 김유겸은 이내 말해 줘서 고맙다며 내 팔을 툭툭 쳤다. 그렇게 관계들의 정리가 끝나고 형은 정말로 머쓱해 보였다. 처음 그날처럼 맥주 캔들을 쭉 늘어놓고 형은 내게 한 캔을 건넸다. 마셔. 형의 말에 캔을 받아들고 뚜껑을 땄다. 형도 한 캔을 쥐고 뚜껑을 땄다. 시원스러운 소리가 듣기 좋았다. "근데 형 있잖아요." "응?" "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랑 했어요?" "그냥, 예쁘니까……." 사실 할 말이 없는지, 아니면 얼굴을 들 면목이 없는지 형이 고개를 숙이고 몸을 배배 꼬았다. 답지 않게 귀여운 모습에 나는 입술을 꾹 물었다 놓았다. "그럼 무슨 생각으로 하영이 누나랑 사귀었어요?" "그냥, 잘 모르겠어. 너한테 자꾸 관심이 가니까 아닌 척하려고 그랬나봐." 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형이 울상을 지었다. 진짜 미안. 덧붙여지는 말에 또 고개를 끄덕이자 형의 얼굴이 조금 펴졌다. 형이 맥주 한 캔을 단숨에 비워냈다. 초반부터 너무 그런 얘기만 했나 싶어 다른 대화 주제를 생각하던 내 뺨에 형의 손이 올라왔다. 그리고 뭐라고 할 새도 없이 슬금슬금 다가온 형이 내게 입 맞췄다. 관계의 정의를 낸다는 건 생각보다도 간단하고 쉬워서, 나는 형의 목에 팔을 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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